이번 작품은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평가하기가 애매했던 작품이고 사실 다 읽은 지금도 이 작품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판단이 잘 서지 않을 정도로 호불호가 심히 갈릴만한 작품입니다. 그도 그럴게 주인공도 그렇고 이야기도 그렇고 모든 부분에서 마이너스의 파동이 물씬 느껴지는 그런 작품이거든요. 비유하자면 맛있는 고구마를 음료수 없이 줄창 먹고 있는 그런 기분. 분명히 맛은 있는데 먹으면서 숨도 같이 막히는 그런 작품이라고 하면 꽤 적당한 비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실제로 읽으면서 굉장히 깝깝했거든요. 그래도 어딘가 마음 한구석에서 계속 걸리는 무언가가 있어서 끝까지 다 읽긴 했는데 마지막에는 더한게 기다리고 있었더라는 이야기.
띠지에 적혀 있던 「이 책을 읽고 아무 느낌도 들지 않는다면 그건 어떤 의미로는 무척이나 행복한 것이다」 라는 미아키 스가루의 한마디가 정말 절묘하게 맞아들어갔던 작품이었습니다. 키미츠키의 경우는 줄창 '감동적이다' 이딴 것만 써놓은 탓에 다 읽고나서 오히려 승질만 났었는데 그에 비해 이쪽은 정말 추천 문구가 정확했던 케이스. 게다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미아키 스가루가 썼다는게 더 효과가 컸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직접 읽어봐도 어딘가 미아키 스가루가 생각나는 스타일의 작품이긴 합니다. 작품 분위기도 그렇고 문장도 그렇고 미아키의 다운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해야하나...
그리고 한가지 더 적자면, 문고본 뒤에 적힌 줄거리가 상당히 악질이라는 부분. 이거 마지막 문장은 어떤 의미로는 사기라고 봐도 될 수준이긴 한데, 이것도 딱히 '거짓말은 안한' 타입의 줄거리라 뭐라고 욕을 하기도 좀 그렇고........개인적으로는 이런 줄거리 사기 상당히 좋아하니까 뭐 만족이긴 합니다.
아쉬운 점을 좀 꼽아보자면 주인공인 케이타의 비중이 지나칠 정도로 높아서 치구사가 별로 빛을 보지 못했다는 점. 사실 이렇게 상처입은 캐릭터 둘이 만나서 진행되는 이야기라면 둘의 밸런스를 똑같이 가져가지는 않더라도 어느정도 비슷한 수준으로는 가져가야 효과적이라고 보는데 그런 면에서는 좀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치구사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없다시피 했고 그나마도 마지막에 몰아서 나오는지라 이래저래 아쉬운 부분. 거기다 이 작품의 결말이 거시기한탓에 이 아쉬운 부분이 더 크게 느껴지기도 했구요.
다시한번 이야기하지만 호불호가 정~말 심하게 갈릴 작품입니다. 그리고 다시한번 미아키의 말을 빌리자면 이걸 읽고 아무 느낌도 들지 않는다면 뭐 그건 그거대로 행복한 거니까 좋게좋게(?) 생각하시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근데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보다는 이 양반이 이후에 낼 신간이 더 기대되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