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사막 한가운데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다고 해서 어딘가에 갈 수 있는 건 아니잖아 사바나의 사자는 자유로워 보일지 몰라도,
사실상 일생의 대부분을 단지 살아남기 위한 노력에 쏟고 있을 뿐이지.
과연 그건 자유라고 부를 수 있는걸까」
타이틀 : おにぎりスタッバー 글 : 오오사와 메구미 일러스트 : U35 레이블 : 카도카와 스니커 문고 국내 발매 여부 : 미발매(2017년 4월 15일 기준) 평가 : 8.3 / 10
오오사와 메구미의 데뷔작인 오니기리 스태버입니다. 원래는 웹소설 투고 사이트인 카쿠요무에서 연재되던 걸 문고본화 한 작품. 본편은 이 한권으로 끝이 나고 속편격인 히토쿠이 맨이터가 나오긴 했는데 이쪽은 본편의 전일담에 해당하는 이야기인지라 사실 이 한작품만 보고 치워도 크게 문제는 없.....을텐데 아마 대부분은 속편에도 언젠가는 손이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마찬가지구요.
이걸 읽으면서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내가 대체 지금 뭘 읽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분명히 난 이런 이야기를 기대하고 읽기 시작한게 아니었는데 내가 기대했던것과는 완전 딴판인 이야기가 펼쳐져 있는데도 거기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굉장히 매끄러웠다는게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 작가도, 일러스트도 심지어 편집자도 모두 날 속였는데 화가 나지 않는 요상한 작품. 뭐 흔히 하는 말로 '좋은 쪽으로 배신 당하는'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대신 호불호는 틀림없이 갈릴거라서 뭐라 말은 못하겠지만 일단 1챕터인 오니기리 스태버만 읽고 그게 마음에 들면 쭉 읽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가장 좋았던게 저 첫 에피소드.
문장 하나하나가 미치도록 길게 이어지는지라 사실 초반에는 숨이 막힐 수준의 글이긴 합니다만 동시에 읽기도 상당히 쉬운 글이라서 어느정도 적응이 될때 쯤엔 에피소드가 끝날때까지 계속 붙들고 있게 되는 매력적인 글이기도 합니다. 비슷한 타입을 꼽아보자면 에로게쪽의 세토구치 렌야. 단지 그쪽과는 고르는 소재에서 차이가 극단적으로 갈리니 결국 별 상관은 없지만요. 캐릭터의 성격이나 말투 같은 부분은 오히려 타케미야 유유코의 '모르는 영화의 사운드 트랙을 듣다'와 가까운 편. 둘다 여자 주인공이라서 그런것도 있지만 성격이 꽤 비슷한 편. 뭐 이쪽이 훨씬 리아쥬에 가깝긴 한데 말이죠.
오니기리 스태버의 경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다 '일상'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차이가 꽤 크게 나긴 합니다. 세토구치가 쓰는건 일상물이라고 해도 일상물로 받아들일 사람이 아무도 없을 일상물을 만들어낼게 뻔해서....
아쉬운 점...이라고 하기엔 좀 애매하긴 하지만 문고본 자체가 연작 단편집에 가까운 느낌이라 그런지 기승전결이 없다시피한것도 특징인데, 가장 좋았던건 앞에서도 적었듯이 첫번째 에피소드. 그 후의 에피소드들은 아무래도 슬슬 내성이 생긴 상태에서 읽다보니 신선감이 떨어져서 영....특히 마지막 에피소드는 이 작품만의 매력이 거의 없다시피해서 좀 아쉽긴 했습니다. 뭐랄까 지나치게 평범하고 평범하게 좋았던 얘기라. 크리스마스 에피소드도 뭐 나름 임팩트는 꽤 컸던 편이라 좋아하긴 합니다.
일단 이 시리즈는 끝일테고(전일담은 있지만)....그래도 이 작가의 작품을 앞으로도 더 읽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은 충분히 들게 해줬던 작품이었습니다.제 경우에는 웹소설 원작은 거의 대부분 일부러 피하는 편이긴 합니다만 이번에는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 이왕이면 다음 작품은 완전 오리지날로 내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