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시간보단 한참 늦어졌는데 아무튼 방금 끝났으니 감상.
1장은 체험판 분량하고 별 차이가 없으니 그쪽을 참조하시면 될듯합니다.
츄어블 소프트의 야심작(?)이었던 아스테리즘입니다. 뭐랄까 표현하자면 편의점에서 파는 1990원짜리 위X한 피자를 먹은듯한 그런 기분. 가격에 비해선 꽤 맛있지만 싸구려는 싸구려.
1장부터 시작해서 3장까지 가면서 점점 재밌어지는 구조인건 확실합니다만, 애초의 '누나를 구한다'라는 목적은 이미 2장에서 해결이 되기 때문에 여기서 3장이 과연 필요한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원했던 구조는 96년과 99년을 통합하고 나츠키를 구한 뒤에 주인공이 죽던가, 혹은 다시 현대로 돌아오던가 하는 전개였습니다. 둘중에서도 주인공이 죽고 끝나는 새드 엔딩을 더 선호하긴 합니다만 뭐 이건 아무래도 상관없구요. 다른건 다 둘째치고 시리어스 자체가 필요 없어요 사실. 사랑하던 누나랑 이챠이챠 하다가 병에 걸려 죽었고, 우연히 타임머신이 생겼고 과거로 날아가서 거기서 이챠이챠 하다 원인을 없애고 돌아와서 다시 이챠이챠 하다 해피엔딩. 이거면 충분하단 말입니다.
거기다 스케일을 쓸데없이 크게 벌인 탓에 복선 회수가 안된 부분도 조금 있구요. 대표적으로 츠쿠모의 정체라던가. 근데 가장 충격이었던건 시리어스 부분의 핵심이 '츠쿠모와 나츠키'가 아니라 '카가미 일가' 였다는 점. 이렇게 되면 차라리 박사도 사실 츠쿠모였다! 라는 전개로 가면 재밌겠다 했는데 거기까진 안가더라구요. 하긴 그렇게 되면 더 복잡해지지...
제일 재미 있었던 건 2장. 2장은 평범한 러브 코메디물로서 따로 빼서 다른게임으로 만들어도 괜찮을 정도로 눈에 띄게 차이나는 그런 퀄리티였습니다. 물론 삼류 싸구려 드라마에서도 안 쓸 시리어스는 집어치우고, 단순히 이챠이챠 묘사로만 보면 이쪽이 단연 탑. 3장은 시리어스 때문에 이챠이챠 분량이 거의 없었으니 이해하겠는데, 1장은 대체 왜 그렇게 만든건지 모르겠습니다. 캐츠프레이즈로 냈던 '누나를 사랑하고 누나도 사랑하고 누나와 사랑을 했다' 라는 문장은 누나를 나츠키로 바꿔야 할 정도로 '누나'와의 연애에 대한 묘사는 상당히 적은편. 이 정도면 사실 '누나'를 세일즈 포인트로 삼기 미안할 레벨이죠 좀. 하다못해 바닷가의 그 씬 처럼 나츠키가 질투(라고 보기도 좀 애매한가?) 하는 씬을 두개만 더 넣었어도 재미있었을텐데.
시점이 자주 변한다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인데, 좀 지나치게 써먹은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런 류의 게임은 히로인하고 주인공의 두 시점이면 충분한데, 3장의 그 시리어스 때문에...
텍스트쪽도 말이 많긴 한데 이 부분은 체험판 시점에서도 이미 지적했던 부분이라....중간중간 이게 지금 웃기려고 넣은건가 싶은 개그씬(?)은 반응하기가 곤란할 정도.
그리고 그 어느 시대건 쓰잘데기 없이 자꾸 나오는 배틀씬도 대체 왜 넣는 건지 미스테리. 96년 마지막에서도 차라리 타카시마를 등장시키는게 더 나았을겁니다 이건. 아니 애초에 남자 조연 캐릭터는 타카시마 하나로 충분하거든요. 호시도 사실 필요 없는 캐릭터라고 봐야되고.
뭐 이래저래 재밌는 요소는 있었는데 뭔가 기대했던 것과는 많이 달라서 아쉬움이 더 컸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챠이챠로 싹 다 채웠으면 가장 좋았겠지만 1장만 더 재밌게 만들었어도 이것보단 평가가 더 올라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체험판 분량이었던만큼 더 신경을 써야 했을 부분인데 말입니다.
아무튼 한줄로 표현하자면 타임리프계 시리어스물로서도 미묘, 이챠러브 연애물로서도 미묘. 두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다 어정쩡하게 돼어버린 그런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