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다들 하는 얘기긴 하지만 이 작품의 핵심은 누가 뭐래도 '청춘'입니다. 그런면에서 볼때 코토리 루트는 어딜봐도 청춘 이야기 그 자체였고, 쌍둥이 루트나 아게하 루트도 약간 다른 각도에서 다루긴 하지만 여전히 청춘을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마네 루트 만큼은 청춘이라기보단 이루지 못한 꿈, 추억을 다루고 있는 만큼 다른 이야기들과는 약간 다르죠. 개인적으론 '추억을 회상하는 OB들의 이야기'는 아버지 세대들(까진 아니더라도 최소한 띠동갑 정도의 차이가 나는)이 맡는 걸 상당히 좋아하는지라 이번 코로게테 같은, 주인공 세대와 얼마 차이도 나지 않는 상급생 세대(?)의 이야기는 좀 밋밋한 느낌이었습니다.
히마와리에서의 다이고 세대의 이야기나 호시메모에서 타이가 세대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걸 보면 이런 어린 캐릭터들이 나오는 게임도 안 맞아야 정상일텐데 재밌게 잘만 하는거 보면 참 신기하죠(?) 캐릭터중에 아마네가 제일 재미없는 캐릭터라 그런걸지도 모르겠지만서도.
캐릭터들의 인상은 체험판과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여전히 코토리가 원톱. 코토리 루트는 말할 것도 없고 다른 루트에 돌입해도 코토리의 존재감이 워낙 큰 탓에 아마네보다도 오히려 코토네 루트가 진 루트가 아닌가 싶을 정도. 그런데 정작 아마네 루트를 가장 마지막에 해금되게 만들어 놔서 그 탓에 아마네 루트가 더 별로였던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코토리 루트 다음으로 재밌었던게 쌍둥이 루트. 그리고 신인인 오쿠다의 아게하 루트도 개인적으론 합격점. 일단 주인공이 발정난 원숭이처럼 변신하는 H씬은 제쳐두고 좋아한다는 말 안하려고 끝까지 버티는 아게하는 꽤 취향이었거든요. 근데 아게하 루트의 경우엔 호타루의 성격이 지나치게 바뀌는 게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지긴 했습니다.
그리고 아게하 루트의 고백씬은 코토리 루트의 그 고백씬보다도 더 마음에 들었던 장면. 주인공이 필사적인 이야기는 어떤 내용이던간에 보기 좋지 않습니까. 네.
나나우미가 쓴 쌍둥이 루트는 뭐 딱 기대했던 수준이라 할 얘긴 별로 없는듯. 애초에 좋아하는 라이터가 서브로 참여하는 작품엔 별로 기대를 안해서...
솔직히 이야기하면 코토리 루트까진 굉장히 재밌게 했는데, 하고 나니까 트집 잡을 부분이 거의 안 보여서 오히려 흥이 식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면서 플레이 속도가 점점 더뎌지다가 아마네 루트만 남겼을땐 몇일동안 방치를 해뒀었는데, 확실히 잘 만든 게임이란건 확실합니다. 시나리오적인 수준이 아니라 전체적인 수준으로만 따진다면 개인적으론 지금까지 나온 올해 작품들 중에서는 가장 고수준의 게임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에로스케 중앙치가 85점인가 그럴텐데 딱 그 정도 수준의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