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이어도, 불량 학생이어도, 아싸여도, 오타쿠여도, 비 리아쥬여도 초절 리아쥬여도
――어떤 녀석이든 주역이 될 수 있는 게 러브코메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게 러브코메다. 그렇담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나라도, 러브코메가 가능할 거다.
그래도 현실이, 러브코메따윈 불가능하다고 한다면――.
가능하도록, 만들어버리면 그만이다.
타이틀 : 現実でラブコメできないとだれが決めた? 글 : 하지카노 소우 일러스트 : 시이나 쿠로 레이블 : 가가가 문고 국내 발매 여부 : 미발매(2020년 8월 8일 기준) 평가 : 10 / 10
하지카노 소우의 데뷔작인 '현실에서 러브코메가 불가능하다고 누가 정했지?'입니다. 약칭은 '라부다메'. 제 14회 소학관 라이트노벨 대상 '우수상' 수상작품. 마찬가지로 우수상 수상작품이었던 '산타클로스를 죽였다. 그리고 키스를 했다.'는 6월달에 읽었었죠. 사실 그쪽이 미묘했던지라 올해는 건질게 없나...싶었는데 생각지도 못한데서 큰놈이 걸렸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아주 오랜만에 만난 만점짜리 작품. 제가 기억하기로는 처음이자 마지막 만점짜리가 노자키 마도의 '2'였으니 상당히 오래되긴 했죠. 대충 6년만인가? 사실 제 안에서 9점 후반대의 작품들은 거진 라이트문예쪽 작품이라 라노베쪽에선 잘 없긴 했습니다만 이번 작품은 모든 면에서 취향에 딱 맞아 떨어졌습니다. 신기할 정도로 말이죠.
그리고 이미 2권 제작은 결정이 났습니다. 발매한지 대충 1~2주만에 정해진거니까 초동 판매량이 썩 나쁘진 않았던 모양. 근데 그런것치곤 푸쉬가 좀 빈약한게 아닌가 싶긴 합니다만.
이번 작품의 컨셉은 '러브코메를 만드는 러브코메'. '현실이 러브코메가 아니라면 내가 러브코메로 만들어주마!' 하며 이것저것 개수작(?)을 하는 주인공과 거기에 말려든 히로인의 이야기입니다. 오타쿠(?)인 주인공과 리아쥬 히로인이라는 구도만 놓고보면 토모자키군과 비슷....하다고도 못할건 없는데 이쪽은 보기보다 자기색이 상당히 짙은 편이라 딱히 비슷한 작품을 찾기는 애매하지 않나 싶습니다. 뭐 제가 안 본 거 중에 있을 수야 있겠습니다만 그거까진 모르겠고.
개인적으로 신선하게 느껴졌던 부분은 오타쿠(사실 오타쿠라고 하긴 좀 애매하지만)였던 주인공이 비 오타쿠인 히로인을 가르친다는 부분과 주인공이 이미 완성된 리아쥬였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최근의 오타쿠 갱생(?) 작품들과는 완전히 정반대로 가는 컨셉이죠. 딱히 능력이 뛰어난 건 아니지만 노력으로 기어 올라온 상태였다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꽤 호감이었던 부분. 노력하는 주인공은 역시 좋잖아요. 거기다 잘생겼고.
가가가의 청춘 러브코메 라인(하마치-토모자키-치라무네)를 타고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치라무네 네타가 쫌 나오는 편. 뭐 사실 가가가뿐만 아니라 타사의 작품들도 나오고 라노베가 아닌 작품도 나오고 하는지라 모든 러브코메에 대한 드립이 나온다고 보는게 더 맞긴 한데, 이 드립이 의외로 상당히 적습니다. 러브코메 신봉자 주인공이니 작품 내내 떠들줄 알았는데 초반 외에는 딱히 그런 점도 없었다는게 의외였고 마음에 들었던 부분. 특정 작품보다는 '러브코메'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나 주인공의 철학이 들어가 있는게 꽤 재밌는 부분이었습니다.
사실 초중반을 읽을쯤에는 캐릭터가 좀 빈약하지 않나 싶은 생각도 했었는데 다 읽고난 시점에서는 오히려 지금이 베스트라는 생각이 들 정도. 아무래도 최근에 읽은 청춘 러브코메가 치라무네라서 비교적 그렇게 느껴지는 걸 수도 있는데, 캐릭터를 딱 주인공 포함 세사람에 몰빵한 느낌. 그 중에서도 특히 아야노. 이거는 처음부터 아예 작정하고 '최고의 히로인'으로 작정하고 만든게 아닐까 싶을정도로 매력 포인트를 몽땅 갖고 있는 캐릭터였습니다. 애초에 주인공의 '공범자'라는 포지션도 매력적이긴 하죠. 유일하게 속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상대라는게 사실 반칙급 포지션 아닙니까.
무엇보다 작품 시작부터 끝까지 지루한 부분이 단 하나도 없었다는게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마존 리뷰도 지금 4.8을 찍고있는 중. 개인적으로는 특히 좋았던 후반부의 전개와 에필로그 후의 무대뒤 걸즈 토크가 최고. 아 이런 걸 봐버리면 이 시리즈를 놓을 수가 없죠.
사실 이 작품은 발매 스케쥴이 처음 나왔을때도 슬쩍 보긴 했었는데 제목때문에 일단 한번 걸렀던 작품이었습니다. 그 거르고 봤던 작품이 손에 꼽힐정도로 최악이었던 작품이었던지라 이걸 늦게 읽은게 상당히 후회되더라는 점이 유일하게 아쉬운 부분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2권 내놔라 빨리. 소꿉친구 좋아하시는 분은 꼭 보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