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이 세계가 불합리로 가득차 있는걸 참지 못했다. 그래서 여행에 나섰다. 전세계의 지식을 주워모으면, 분명 해결할 방법이 있을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떠돌이가 된 ■■■는, 그렇게 길고 긴 여행길 끝에, 드디어 현자가 되었다.
여행에서 얻은 지식을 살려, 현자는 가장 먼저 이 세계에서 「질병」을 제거했다. 여행지에서 가장 고생한 부분이, 무엇보다도 우선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몸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약하게 만드는 병은, 불합리하다.
다음으로 현자는 이 세계에서 「전쟁」을 제거했다. 여행지에서 나라끼리의 전쟁에 말려드는 경우도 잦았고, 갈길이 바쁜 여행인데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발이 묶이곤 했기 떄문이다. 위정자의 사정으로 말려드는 전쟁은, 불합리하다.
그리고 현자는 마지막으로, 이 세계에서 「이동」을 제거했다. 나라와 나라, 마을과 마을, 그것들을 오고가는 건 많은 위험을 동반하며, 무사히 도착한다는 보증은 없다. 지형, 기후에 좌우되며, 또한 법의 눈길이 닿지 않는 덕에 범죄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생각하는대로 가고 싶은 곳에 가지 못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그리하여, 세계는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
슈몬의 첫번째 동인지인 코토하노 스테이션입니다. C88에 나온 첫번째가 ver.01이고 C89에 나온 두번째 동인지가 ver.02인데, 기본적으로 두번째 동인지는 첫번째 동인지 내용의 업데이트판에 해당되는 컨셉.
하도 회사를 자주 옮겨다녀서 조만간 동인 가겠넼ㅋㅋㅋ했다가 진짜 가버려서 좀 충격이긴 했는데 어쨌든.
애초에 '기획서'라는 컨셉으로 나온 동인지인 만큼(장르도 가공 PC 게임 기획서) 작품내의 설정, 캐릭터, 그리고 약간의 샘플 텍스트로 구성되어 있던 것이 ver.01이었는데, 발매 후에 텍스트를 더 읽고 싶다는 요청이 꽤 많았던 모양인지 ver.02에서는 대부분이 샘플 텍스트로만 채워져 있습니다.
하긴 뭐 새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캐릭터 설정은 이미 앞에서 다 해치운지라 쉽게 넣을건 텍스트뿐이긴 한데....
슈몬의 전작들과 비교해보자면 전체적인 분위기나 설정은 시즈웨어 시절의 밀감(현실 부분)과 쿠로x3를 적당히 섞어놓은 느낌.
이야기 전개는 아사이로와 비슷하고 메인 히로인은 파괴신의 히로인이었던 치즈와 거의 똑같을 정도의 캐릭터.
주인공은 뭐랄까, 현실 세계의 그루벨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되나 음...메구히라쪽하고 좀 비슷할지도.
사실 츠쿠시 외의 다른 히로인들은 등장이 별로 없는지라 캐릭터가 어떻다고 이야기하기가 좀 애매합니다. ver.03에서는 이런 일상 에피소드쪽으로 좀 몇개 더 넣어줬음 좋겠는데 말입니다 애초에 분량이 창렬
일러스트는 ver.01 에서는 미츠모모 마무, ver.02 에서는 무려 핫포비진(SD는 요다)이 담당했는데, 사실 ver.02는 일러스트의 비중이 별로 크지가 않다보니 딱히 의미는 없습니다. 몇장 들어있지도 않은데다가 그나마도 반은 요다가 그려서......개인적으로는 그냥 마무가 혼자 쭉 그리는게 더 낫지 않았나 싶긴 합니다만. 요다는 뭐 안 끼는게 더 이상한 양반이니 그냥 넘어가고. 아니 오히려 요다 혼자 다 그렸어도 뭐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을까....
후기를 보면 게임으로 내달라는 요청이 상당히 많은 모양이고 본인도 생각이 없지는 않은 모양이라 뭐 언젠간 게임화도 하지 않을까~ 싶긴 하는데 일단 당장 다음 코미케는 여전히 기획서가 나오지 않을까 하고 예상합니다.
뭐 생각이 바뀌면 라노베 정도로는 낼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긴 한데 말이죠. 올해 겨울 코미케라면 게임화의 가능성이 조금은 더 있나....?
가격(권당 1400엔)에 비해 창렬 좀 많이 적은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분량인지라 좀 아쉽긴 했는데, 내용면에서는 오히려 아사이로 이후의 슈몬 작품들보다 더 마음에 들었던지라 일단 계속 따라가 보기로. 뭐 다른건 다 둘째치고 '슈몬이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만든 작품'이라는게 은근히 귀중한 요소라....
그리고 보통 동양풍/서양풍 둘중에 한가지로만 쭉 밀고 나가던 전작들과는 다르게 이번엔 둘을 섞어놨다는 것도 좀 특이한 부분이긴 합니다. 굳이 따지자면 서양풍 작품이긴 한데 이미 나온 한자놀음만 쳐도 이츠소라급은 될거고 애초에 캐릭터 이름도 다 일본식 이름이라는게 음....
아, 특이한걸로 치면 '이세계'를 섞어놓은게 슈몬치고는 굉장히 특이하긴 하네요. 뭐 재미만 있으면 아무래도 상관없는 얘기지만서도.
뭐 아무튼 확실히 '제대로 된 이야기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기획서였습니다. 라노베도 좋고 게임도 좋고 뭔가 하나 내 줬으면 좋겠는데.....역시 돈이 문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