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은 특히 열이 올라 있는 모양이고, 유우토에게 달려드는가 싶더니 미소를 띠거나 울상을 짓는 등, 표정을 자주 바꾸고 있다.
열심히 노력하는 린은 눈부시다. 이 플로어에 있는 누구보다도 빛나고 있다. 이 만큼의 크리에이터들 중에서 그래도 린이 가장 빛나고 있다.
자세가, 재능이, 미소가. 아름답다고 느꼈다. 견디기 힘들 정도로.
시선을 돌리려 해도 이곳에 있는 건 크리에이터들 뿐이다. 도망칠 곳 따윈 없다.
결국, 시선이 돌아온 건 자기 자신의 발끝이라는, 이 자리에서 유일하게 『아무것도 없는 장소』였다.
어째선지 눈시울이 뜨거워져서, 서둘러 얼굴을 천장으로 향했다.
「……뭘 하고 있는 거냐, 나는」
허무함을 말에 실어 흘려보냈다.
타이틀 : 不器用な天使の取扱説明書 글 : 쿠로키 사토키 일러스트 : 마치무라 코모리 레이블 : HJ 문고 국내 발매 여부 : 미발매(2015년 12월 6일 기준) 평가 : 8.6 / 10
쿠로키 사토키의 데뷔작입니다. 본 작품으로 제 9회 HJ문고 대상에서 대상을 수상. 수상시의 타이틀은 『일반인 컴플렉스』. 사실 저 타이틀이 작품 내용과는 잘 어울리는데, 너무 내용 그대로인 타이틀이라 좀 재미가 없긴 하죠. 근데 그렇다고 해서 이 타이틀이 괜찮은가 하는 점은 꽤 고민스럽고. 일단 '천사'라는 단어 자체가 작품 내에서 안 나오니까.
그럼 대체 왜 이런 타이틀인가~ 하는 부분은 작가 후기에 나오는데, 그걸 읽으면 뭐 나쁘진 않은 타이틀이란 생각도 듭니다. 그래봐야 타이틀에 속는 사람은 넘쳐나겠지만....
'창작'을 그만둔 오타쿠와 '창작'에 큰 재능을 가진 히로인과의 이야기인데, 그런만큼 주인공이 열등감을 상당히 많이 느끼는 캐릭터인지라 그 부분의 묘사가 상당히 잘 되어 있습니다. 오타쿠라면 누구나도 한번쯤 생각은 해볼 '창작'에 대한 이야기, 오리지날이든 2차 창작이든 무언가를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막상 시도를 했을때 생각 했던 만큼 잘 안 되더라 하는 부분의 묘사가 리얼한편. 거기에 앞에 적었던 주인공의 열등감 묘사가 꽤 가슴을 후벼파는 글인지라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 부분이 꽤 많은 작품이었습니다. 주인공이 문장쪽 창작 오타쿠인 만큼 과거에 흑역사소설을 쓰려고 생각해본 적이 있으신 분이라던가는 꽤 재밌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동인 게임' 제작 쪽이라던가.
개인적으로는 글 쓸 놈 있고 그림 그릴 놈 있으니까 동인 게임 만들자! 라고 시작했다가 꿈이 박살나는 부분을 가장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등장인물들이 학생인데다 저 게임 제작 당시에는 무려 중학생이었을때라 여러모로 일을 쉽게 생각하다가 박살이 나는게 재밌더라구요. 공감 가는게 많아서. 게임 제작이 귀찮아지기 시작한다던가
호불호가 갈릴 부분이 2군데가 있는데, 하나는 히로인의 취향인 '그로테스크', 그리고 주인공의 심각할 정도의 '열등감'. 그로테스크쪽 묘사가 생각했던 것 보다 굉장히 자세하게 적혀있는지라 읽으면서 괜히 인상을 쓰게 되는 그런 부분이 초반에 좀 많은 편인데, 이 부분도 후반부의 시리어스와 이어지는 중요한 부분이라 사실 가위질을 하기도 좀 애매한 편. 두번째인 주인공의 열등감은 앞의 그로테스크보다 훨씬 더 작품의 핵심에 가까운 요소다 보니까 이쪽도 역시 가위질은 불가능.
사실 저도 재미가 없으면, 혹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집어던지는 편이긴 하지만 이 작품은 앞의 그로테스크 부분 외에 마음에 드는 부분이 한가지라도 있다면 조금쯤은 참고 더 읽어봤으면 좋겠다~ 싶은 작품이었습니다. 그만큼 저한테는 재미있었던 작품이라. 대신 열등감을 느끼는 주인공이 싫다! 하시는 분은 생각을 좀 해보시고...
한가지 아쉬운 부분이라고 하면 역시 캐릭터 디자인. 사실 표지도 그렇고 그림만 따로 놓고 보면 꽤 취향인 편인데, 정작 작품내의 캐릭터와는 굉장히 안 맞는 편. 그 중에서도 린이 가장 심각할 정도로 안 어울립니다. 뭐랄까, 캐릭터 성격에 비해 캐릭터 디자인이 너무 순딩이(?) 같이 나와버렸죠. 차라리 캐릭터 소개 페이지에 있는 것처럼 그렸으면 그나마 나았을텐데 저 표지가 너무 예쁘게(?) 나와버린 탓에 읽는 동안에도 굉장히 신경이 쓰였습니다. 치카도 안어울리는건 마찬가지긴 한데, 린이 메인 히로인인 만큼 저쪽이 문제가 더 심각해서....
결국 작품내에서 캐릭터 디자인과 실제 성격이 잘 어울렸던건 주인공의 누나와 린의 엄마뿐. 특히 주인공의 누나가 가장 잘 어울렸습니다.
데뷔작이고 아직 속편이 나올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 이게 이대로 이어질지는 모르겠는데, 딱히 이어지지 않아도 될 만큼 끝맺음도 상당히 깔끔한 편. 속편이 나온다고 해도 거의 린이 단일 히로인인 수준이라 여기서 이야기를 이어가봐야 1권보다 재미있을지는 좀 의문입니다. 이왕이면 다른 시리즈를 새로 시작하는게 더 낫지 않을까 싶은데.
신인들 중에선 꽤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작가였습니다. HJ문고는 앞으로도 이 양반을 다른 레이블에 뺏기지 않고 잘 키워내야 할텐데 말입니다. 작품 스타일도 HJ 문고랑 딱 어울리는데. 하긴 그러니까 대상을 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