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은 이걸로 끝입니다.
너무 오랜만에 해서 지난 분량하고 통일이 안된 부분이 좀 많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고칠 생각은.......언젠간 고치겠죠 뭐.
※후기를 포함한 전체 200페이지 중 58페이지까지 완료됐습니다. 가장 최근에 시작한 마이츠라가 50페이지 가량 된다는건 비밀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모미지는 보란 듯이 한숨을 쉬었다. 마치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아름답게, 귀엽게.
경건한 집사인 죠지는, 물론 그 한숨을 놓치지 않았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못 들은 척해주길 바라는 한숨도 있다는 걸 그는 몰랐다.
「대학에서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아가씨」
「……원수 같은 녀석과 다시 만났거든」
모미지는 새로 받은 두 개의 메일 주소를 휴대폰에 입력하면서, 오늘의 만남을 떠올린다.
사이온지 아키라와 아마미야 다이고의 두 사람은, 각각 공학부와 의학부의 3학년. 호시노 아카리는 의학부의 2학년. 이 세 사람이 『천문부』의 멤버였다. 천문부는 만들어진지 2년 정도 된 동아리였고, 구 동아리동에서 우주인 탐색부의 옆방에 부실을 두고 있다는 모양이었다. 운동장의 기묘한 오브제는 우주선이라고 설명을 해주었다. 어째서 천문부가 우주선을 만들고 있는지는 수수께끼다. 그보다, 그런 걸로 우주에 갈 수 있는 걸까.
사이온지 아키라는 그런 천문부에서 부장을 맡고 있었다.
「죠지상은 사이온지 그룹이라고 알아?」
「물론입니다. 큐슈에 거점을 두고 있는 재벌 중 하나지요. 지금은 토죠 콘체른과 함께 일본 경제계의 쌍벽을 이룬다고도――」
「아부는 하지 않아도 돼. 그건 이미 반년도 전 얘기잖아. 지금의 사이온지 그룹은 토죠 콘체른 따윈 상대도 되지 않는 거대기업으로 성장했으니까」
사이온지 그룹의 최근 몇 년간의 성장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였다. 우주개발분야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삼아 단숨에 일본경제를 석권해갔다. 이제는 사이온지 그룹이 토죠 콘체른에게 꼬리를 흔들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사이온지 아키라와 토죠 모미지가 결혼할 이유도 없어진 것이다.
어느샌가, 둘의 약혼은 없었던 이야기가 되어 있었다. 모미지와 아키라가 만나지 않게 된 것도 그때부터다.
「토죠가는 이대로 망하는 걸까……」
모미지는 과연 누구와 결혼을 하게 될까. 아마 토죠가보다도 격이 낮은 집안의 아들로, 지금의 토죠 콘체른에게 있어서 이용가치가 있는 상대겠지. 자신의 장래야말로 토죠 콘체른의 미래라는 상상에, 모미지는 몸서리를 치고 있었다.
「하아. 차라리 가출하던가 야반도주를……」
물론 그런 걸 진심으로 생각하진 않았다. 모미지가 기운이 없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과거의 약혼자가 자신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토죠가의 몰락보다도 무엇보다도, 그 사실을 용서할 수 없었다. 모미지는, 자신의 남편이 될 아키라가 너무나도 싫어서 그 감정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아키라에게 있어서 모미지는, 간단히 잊어버릴 정도로 아무래도 좋은 존재였다는 이야기다. 과거에는 책벌레이며 모미지와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않던 아키라였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하다못해 이름 정도는 기억해줬으면 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모미지는 생각을 고쳤다. 일단 지금도 친구 확보 계획은 계속되고 있다. 이런 때에 과거의 자신을 아는, 그것도 옛 약혼자라는 남자가 튀어나오면 모처럼의 계획이 물거품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 이걸로 됐어――.
모미지가 자신에게 타이르듯이 중얼거리던 때, 손안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메일이 온 모양이다.
「……어머?」
보낸 사람은 방금 막 등록했던 이름――사이온지 아키라, 였다.
모미지는 반사적으로 그 메일을 열어본다.
『여전히 우주인을 믿고 있는 거냐, 모미지』
자신도 모르게 휴대폰을 떨어트릴 뻔했다.
……기억하고……있어?
서투른 손놀림으로 답장을 한다.
『좀 전엔 왜 무시한 거야. 나 기억하고 있었지?』
답장은 바로 왔다. 마치 대답을 예상하고 있는 것 같다.
『그 둘이 묘한 오해를 하게 두고 싶지 않았어. 미안했다』
오해……라.
분명히, 지금의 모미지와 아카리의 사이에는 특별한 건 아무것도 없지만.
『그럼 이제 와서 무슨 일인데. 일부러 메일까지 보내서 입막음이라도 하려고?』
『그게 아냐. 우주인 탐색부의 이후에 대해, 넌 어떻게 생각하고 있어?』
모미지는 오늘 일을 되새겨본다. 결국, 아카리에게는 자신은 천문부라고, 입부를 슬며시 거절당해버렸다. 우주인 탐색부는 지금도 모미지 단 한 사람뿐이다.
모미지가 머뭇거리자 이어서 메일이 도착했다. 간결한 한마디.
『어때, 천문부에 들어오지 않을래?』
우주인 탐색부는 모미지가 친구를 찾기 위해 만든 동아리였다. 그 목적은 모미지가 천문부에 들어감으로써 달성될 것이다. 아카리가 있고, 아키라가 있고――나머지 하나인 남자는 조금 무섭지만――어떻게든 되겠지. 이미 우주인 탐색부는 존재의의를 잃고 있었다.
하지만 모미지의 목적은 그것뿐이었을까? 모미지는 우주인 탐색부라는 특이한 동아리에서, 실은 무엇을 하고 싶었던 걸까?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문득 머릿속에, 아카리의 미소가 떠올랐다.
――그치만, 그런 동아리 아닌가요?
모미지는, 간결한 한마디로 답장했다.
『싫어』
부원을 찾으러 가서 부원이 되면 어쩌자는 거야.
어딘가에서 아키라가 쓴웃음을 짓고 있는 모습이 눈에 떠오르는 것 같아서, 웃음이 나온다. 그리고 가슴에 새기듯 다음 메일을 보낸다.
『하지만 서로 약소 동아리고, 싸워도 별수 없지. 앞으로는 협력체제로 가지 않을래?』
그래, 이용할 수 있는 건 이용해야지. 과거에 자신이 토죠 콘체른과 사이온지 그룹에게 이용되던 것처럼. 이번엔 자신이 아키라를 이용한다.
『알았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내일 다시 이야기하자』
만족스러운 결과에 모미지는 빙긋이 웃으며 휴대폰을 닫는다. 백미러 속에서 죠지와 눈이 맞았다.
「오늘도 좋은 일이 있으셨나 보군요」
「그래, 무척 좋은 일이 말이야」
「호오, 혹시 또 친구가 늘었나요?」
「친구와는 조금 다르지만――」
손안에서 휴대폰이 진동해 메일의 도착을 알린다.
『그런데 우리 관계 말인데, 처음 만났다고 우기는것도 힘들 테니 어렸을 적 친구라고 해주지 않을래?』
몇 번이나, 그 문장을 반복해서 읽는다. 문장의 특정 단어가 모미지의 눈에 새겨져 떨어지질 않았다.
「아가씨?」
「응, 또 생겼어――친구가」
「오오, 축하드립니다. 돌아가면 곧장 사모님께 보고해야겠군요」
10년을 넘어, 두 사람의 관계가 겨우 원래 모습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날, 나뭇잎 사이로 비치던 햇살 속에서 만난 소년과 소녀가 바라던 모습으로.
모미지를 태운 리무진은 미끄러지듯 도심을 달려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