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분량이 좀 많습니다. 허허.
3시 반에, 정문에서.
삐로삐로삐로 하는 소리와 함께 그런 메일이 왔을 때의 모미지의 환희는, 한순간 수업의 흐름을 끊어버릴 정도였다. 물론 그 이후의 수업은 완전히 한 귀로 흘려버렸다.
그리고 지금은 3시 28분. 약속의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어느쪽에서 오는 걸까. 오른쪽? 왼쪽? 아니, 어쩌면 빈틈을 노려 뒤에서――!?
「꼭 수상한 사람 같아 보여요」
「꺄악!?」
정정 당당히, 정면으로 왔다.
「안녕하세요, 토죠 선배. 어제는 먼저 가버려서 죄송했어요. 그 후로 혼자서 괜찮았어요?」
「응, 이제 완전히 나았어. 아카리상 덕분에 출력 200%야」
「아하하, 천만에요」
아무래도 기쁜 마음이 폭주해서, 이상한 소리를 하게 된다. 이래서는 모처럼 재회 했는데도, 정식으로 입부 시키기 전에 도망갈지도 모른다.
「그럼 가자 아카리상. 오늘은 부실을 견학시켜 줄게. 가능하면 입부해줬으면 좋겠지만, 오늘은 견학까지만 해주면 목표달성이야」
「이, 일단 진정해주세요, 토죠 선배」
「자자, 이쪽이야! 가자구 아카리상!」
모미지는 숨을 거칠게 쉬며, 아카리를 붙잡고 걷기 시작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구 운동장의 외곽, 예전에 운동부가 사용하던 서클동에 우주인 탐색부의 부실이 있다. 캠퍼스 끝에 있기 때문에 오고 가기는 불편하지만, 그 덕에 사람이 잘 오지 않고 빈 부실이 많기 때문에, 신청서 한장이면 활동내용도 확인하지 않고 사용 허가가 떨어진다.
「부실은 저 건물 1층에 있어. 보기엔 허름해 보여도 깨끗이 청소하면 문제 없을거야」
「어라……저 건물은……」
「왜 그래? 아카리상」
「아, 으으응, 아무것도 아니에요」
「운동장에 뭔가 이상한 오브제가 세워져 있던데 신경 쓰지마, 아마 연극에 쓰는 도구 같은 걸테니까」
「으-음 저건 연극하고는 관계가 없는거 같은데요……」
그것은 운동장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은색으로 빛나는 거대한 원통형의 물체. 창문같은 것이 몇개 달려 있으니 집을 흉내내고 있는게 아닐까. 모미지가 입학한 해의 겨울즈음부터 그곳에 자리하고 있었지만, 지금도 날마다 장식물이 늘어가고 있다.
「자, 여기가 우리 우주인 탐색부의 부실이야!」
문을 열자 동시에 흩날리는 먼지와 코를 찌르는 곰팡이 냄새에, 두사람은 동시에 재채기를 했다. 어둠컴컴한 부실에는 운동부가 사용하고 있던 시절 그대로의 사물함이나 테이블이 남아 있고, 바닥에는 바람 빠진 축구공이나 진흙 투성이의 유니폼등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게다가, 고개를 들자 눈에 들어오는 건 대량의 거미집.
「청소하면 문제 없어」
「그 말은, 청소를 안 했으니까 문제가 있다는 거죠?」
「열심히 하자구, 아카리상」
부실 견학이라는 목표는 달성 했으니 다음 목표는 청소다. 빗자루나 걸레 같은 청소도구는 일단 확보해두고 있다.
「그런데 토죠 선배, 정말 여쭙기 힘든 얘긴데……」
「응? 뭔데?」
툭툭, 높은 곳에 있는 거미집을 처리하면서 모미지는 돌아보았다.
「다른 부원은요?」
그자세 그대로 굳어버린 모미지의 머리 위에, 털썩, 거미집이 떨어졌다.
「이 부실도 왠지 전혀 사용을 안한것 같은데……」
「여기서 아카리상에게, 중요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벌써 이 날이 올줄은. 그래, 이건 우주인 탐색부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항이었다.
「실은 내가 부장이야」
「네. 그럴거 같았어요」
「실은……다른 부원은 없어」
「네. 그럴거 같았어요」
잘 생각해보면, 친구도 없는데 서클을 만든다는게 본말전도였던 기분도 든다. 대학에는 이미 수많은 서클이 존재한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흥미가 있는 서클에 들어가면, 그곳에서 간단히 동지를 찾을 수 있었겠지.
하지만 모미지는 조금 특수하다고 불리는 인종이었다. 자신이 누군지를 받아들여줄거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가 없었다. 자신처럼 특수한 인간이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먼지떨이를 들고 있던 손은 내려가 있었다. 부실이 좋지 않은 침묵으로 지배되어 있다.
「우주인 탐색부……였던가요. 이 서클은, 토죠 선배가 만든건가요?」
부정적인 생각의 연속에서, 정신을 차렸다. 눈 앞에는 상냥하게 미소짓는 아카리의 얼굴이 있었다. 그것은, 모미지의 마음에는 아주 조금 용기를 북돋아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응, 맞아. 바로 얼마 전……올해부터」
그렇게, 모미지는 본심을 털어놓기로 했다.
「……난, 친구가 갖고 싶었어」
그래서 끝이라고 생각했다. 이 표면뿐인 부활동 놀이도, 모미지의 어설픈 작전도, 전부 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카리는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오히려 아카리는 모미지에게 오른손을 내민 것이다.
「그럼, 제가 친구가 될게요, 토죠 선배의」
「어……어째서, 화를 안 내는 거야?」
「화를 낼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전 알고 있어요, 토죠 선배처럼 멍청한 이유로 멍청한 부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사람들을」
내민 오른손을 잘 보니, 자그맣게 베이거나 화상의 흔적이 몇개나 있었다. 모미지의 상처 하나 없는, 고생을 한적 없는 손과는 대조적이었다.
이것이, 어제 자신의 손을 잡아 주었다던 따뜻한 손――.
「그, 그럼……」
조심조심, 모미지는 자신의 손을 내민다. 크기에는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그곳에 새겨진 것들이 모미지와 아카리의 삶이 다르다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자……잘 부탁해, 아카리상」
꼬옥, 그 손을 잡는다. 아카리가 생긋 웃으며 손을 쥐었다, 라고 생각한 순간――.
콰---------앙
굉장한 폭음과 함께, 서클동의 어두운 창문이 드르르하고 진동했다.
「무, 무슨일이지!?」
「……하아, 또 선배들이네」
「어? 아, 아카리상!?」
밖으로 향하는 아카리의 뒤를 허둥지둥 쫒는다.
운동장에는 먼지가 흩날려 한치 앞도 보이질 않는다. 마치 모래 폭풍 한가운데에 서 있는 듯하다. 아카리는 주저없이 운동장의 한 가운데――조금 전의 오브제를 향해 걸어간다.
「선배! 이번엔 뭘 폭발시킨 거에요!」
아카리의 화가 난 목소리에 반응하듯이, 오브제 위에 그림자가 나타난다. 하나……아니, 둘이다.
「문제 없어, 봄베에서 흘러나온 수소에 불이 붙은 것 뿐이야」
「야 임마, 뭐가 문제 없단 거야. 여긴 금연이라고 몇번이나 말했구만」
「뭐? 밸브를 안 잠근건 네놈이잖아」
남자가――둘. 오브제 위에서 말 싸움을 하는 모양이다.
운동장 위를 커다란 바람이 쓸어간다. 먼지로 만들어진 베일은 하늘로 빨려 올라가, 오브제의 그 전모가 드러난다.
「사이온지 선배도 아마미야 선배도, 주위에 폐가 된다는 걸 좀 생각하시라구요!」
아――.
오브제 위에 서 있던 인물중 한사람, 눈매가 사납고 안경을 쓴 사람.
저 얼굴……그리고 사이온지라는 이름――!
「사람이 잘 안오니까 이곳에 부실을 두고 있는거잖아. 이제와서 주위를 신경쓸 필요도 없지」
「있었단 말예요, 저 서클 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
「……뭐?」
눈이, 맞았다. 찌릿, 굉장한 기세로 노려보고 있다. 무섭다……정말 무섭다.
「잘 안 들려. 지금 내려갈테니까 기다려」
틀림없다. 이 지독할 정도로 사나운 눈매도, 사람을 무시하는듯한 말투도, 그런데 어딘가 나사가 풀린듯해서 미워할 수 없는 언동도――틀림, 없다.
떠오르는 건, 10년전, 나무 사이로 들어오던 햇살. 하늘에서 떨어진 남자아이.
――사이온지, 아키라.
「기다리게 했군. 그래서 뭐가 어쨌다고?」
아키라는 사다리 중간쯤부터 재주좋게 뛰어 내려 돌아보고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모미지의 존재를 알아챈 모양이었다. 그 눈이 크게 떠진다.
「설마……」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벌써 5년동안이나 만나질 않았으니까. 서로 키도 많이 컸고 무엇보다 얼굴이나 몸이 남자와 여자의 그것이 되어버렸다.
오랜만에 재회한 약혼자는 무척 사나운 청년으로 성장해 있었다.
「설마, 입부 희망자인가!?」
「……?」
알아보지, 못한건가?
「뭐? 입부 희망자라고!」
아키라에 이어 내려온 남자――이쪽은 수염이 무척이나 제멋대로 자라 지저분――하지만, 신기한거라도 보는듯한 눈으로 모미지에게 주목한다. 특히 가슴 주변을 뚫어져라 쳐다보는듯한…….
「좋아, 합격이다!」
「뭐가요!」
「응? 말해달라고?」
「됐어요」
「가슴 크기다!」
「……조용히 해주세요」
대체 뭐야 이 두 사람……아키라는 나를 잊고 있는데다, 이쪽의 남자는 처음보는 사람의 가슴을…….
망연자실할 뻔 한 모미지의 뒤에서, 아카리가 미안하다는 듯이 말을 걸었다.
「저기, 이 두 사람, 저희 서클 멤버에요. 이쪽이 부장인 사이온지 아키라 선배고, 이쪽이 변태인 아마미야 선배」
「임마, 변태는 뭐야 변태는. 그래선 첫인상이 최악이잖아」
「인상은 이미 최악일걸요, 아마미야 선배」
「그럼 두번째 인상이 최악이잖아」
「본인 그대로군. 문제 없다」
「아키라, 너 이자식 자기가 색골인 주제에 뭔 소릴 지껄이냐」
「내, 내 어디가 색골이라는 거냐」
「확실히 사이온지 선배의 눈은 가끔 징그럽긴 해요」
「오해다, 원래 이런거야」
「하하하, 역시 아키라는 원래 색골인거네」
셋의 말싸움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싸우는 건데도 다들 뭔가 즐거워 보였다. 모미지는 이것이 사람과 사람의 고리, 서클이라는 것의 본 모습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어느샌가 모미지는 혼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가장 먼저 알아챈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사이온지 아키라였다. 그리고 아마미야 다이고도 알아채고는 말 싸움을 그만둔다.
아키라와 다이고는 마치 맞댄 거울처럼 함께 돌아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어서와 아가씨, 우리 천문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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