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1장도 슬슬 끝나가나 봅니다.
눈을 뜨자, 밖은 완전히 저녁이 되어 어둠에 싸여 있었다. 낮과 밤이 교대하는 시간. 봄이라는 계절에 겨울의 추위가 돌아오는 시각이다. 창문에서 들어오고 있던 햇살도 진작에 사라져 있었다. 희미하게 남아 있는 건, 가슴 근처가 따끔따끔 저리는 감각뿐이었다.
「어라……아카리상?」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몸을 일으켜 주위를 돌려다보지만 그곳에 사람의 모습은 없다.
마치 세계에서 혼자 떨어진 듯한 감각이 덮쳐온다. 이곳은 현실 세계인걸까, 아니면 아직 꿈을 꾸고 있는 걸까.
……펄럭
손 안에, 작은 종이조각이 있었다.
「……아……」
종이에는 호시노 아카리의 이름과 연락처인 메일 주소가 적혀 있었다. 아카리가 남기고 간 모양이다. 모미지는 미소를 지으며, 그 메모를 살며시 가슴에 갖다 댄다.
「어라, 기분은 어떤가 토죠 모미지군」
「꺄악!?」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던 걸까, 옅은 어둠에 묻힌 방 안에 백의를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아하하, 미안 미안. 놀래킨 모양이구만」
백의의 남자――선생님은 입을 크게 벌리고 웃으면서, 방안에 불을 켠다. 갑자기, 그곳에 현실감이 돌아왔다.
「빈혈은 이제 괜찮은 모양이군. 안색도 꽤 좋아졌고」
「저기……아까 여기 있던 여자 아이는?」
「아카리군이라면 서클에 볼일이 있다면서 먼저 돌아갔지. 같은 서클인가?」
「아뇨……그래도, 장래에는」
연락처를 남겨두고 갔다는 건, 분명 그럴거다. 어서 답례 메일을 보내야지.
모미지는 침대에서 내려와,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선생님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신세를 졌습니다. 덕분에 기분이 괜찮아졌어요」
「아, 자네, 잠깐만」
고개를 들자, 선생님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진지한 표정으로 모미지를 바라보았다.
「토죠 모미지군, 자네는――앨리스인가?」
낯선 단어였다.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건, 신기한 나라의 앨리스. 나무그늘에서 책을 읽고 있던 소녀가, 토끼에게 이끌려 기묘한 꿈나라로 가서 대모험을 반복하는 이야기다. 그 연상은 딱히 틀리진 않았던 걸지도 모른다. 모미지는 정말로, 신기한 나라에 흘러 들어온 소녀의 기분이었다.
「앨리스……」
「아니, 모르면 됐네. 하지만, 그 가슴에 심어져 있는 물체는……」
「――!?」
반사적으로 오른쪽 가슴을 누른다. 그것에 닿은 순간, 키-잉 하고 온몸에 느껴지는 금속의 감각.
「보셨어요!?」
오른쪽 가슴 위 쇄골 근처에, 그것이 있었다. 반쯤 몸에 묻혀져 있기 때문에 옷을 입으면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만져보면 그 형태를 확실히 느낄 수가 있다. 파칭코 구슬정도의 크기를 한, 은색으로 빛나는 구체.
――임플란트.
「미안하네, 진찰하다 발견했거든」
「……단순한 뾰루지, 는 아니겠죠, 역시」
「모미지군도 그게 무엇인지 모르는겐가?」
「철이 들었을 적에는, 이미 있었어요. 처음엔 이게 평범한건가 싶었는데……남들은 이런걸 심어놓지 않는다는 걸 알게 돼서……」
억지로 떼어내려고 한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걸 강하게 만지면 몸 속에 전기가 통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결국 포기했었다. 신경을 쓰지 않으면 딱히 생활에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전, 이게 우주인이 심어놓은게 아닌가 하고 생각해요」
자기전에 가끔씩 느끼는 기묘한 인기척과, 커다랗고 검은 눈을 한 난쟁이의 꿈. 그 꿈을 본 아침에는, 희미하게 오른쪽 가슴이 저리는 느낌이 든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모미지의 몸 속에 계속 있었던 물체.
「……앨리스라는게 뭔가요?」
「아니, 별것 아닌 일일세. 내가 예전에 본 환자중에서도 비슷하게 금속이 몸에 심어져 있던 소녀가 있었지. 그녀는 자신을 앨리스라고 불렀고――단지 그것뿐일세」
그렇다면, 그 아이도 우주인을 만난 적이 있는걸까. 모미지와 마찬가지로 고독한 생애를 보내온걸까. 흥미는 끊이질 않았지만, 선생님은 더이상 아무말도 하려 하지 않았다. 의사의 수비의무인걸까. 아니면 선생님도 더 이상은 모르는 걸까.
「이 일, 다른 사람에겐 말하지 말아주세요」
「그래, 물론이네」
이상한 인간이라고 여겨지는게 무서웠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그곳을 흥미본위로 보여지는게 싫었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모미지에게 있어서――아니, 여자에게 있어서 소중한 부분과 가까운 곳이었으니까.
「만약 뭔가 신경쓰이는 일이 있다면 또 오도록 하게. 난, 의학부 뇌신경외과의 교실에서 교수를 하고 있는 히나타 소이치로네」
§ § §
미끄러지듯 달리는 리무진 안에서, 모미지는 받은 메모에 적혀 있는 메일 주소를 곧바로 휴대폰에 입력하고 있었다. 주소록이 늘어날 때엔,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느낀다.
「대학에서 쓰러지셨다니……연락을 받았을 땐 이 죠니, 쇼크로 졸도할 뻔 했습니다」
「죠지도 참, 지나친 걱정이라니까. 단순한 빈혈인데」
「곧바로 연락을 주셨으면, 헬기로 구급부대를 보냈을 것을」
「걱정이 지나쳐도 문제네」
삑삑삑――익숙하지 않은 손놀림으로 휴대폰을 조작한다.
「……근데 죠지상, 앨리스라고 알아?」
아무것도 아닐 그 단어가, 모미지의 마음에 걸렸다.
「앨리스라면, 루이스 캐럴의 명작이죠. 저희 여동생도 그런 옛날 이야기를 상당히 좋아해서 말입니다, 예전엔 두발로 걷는 토끼를 봤다는둥, 난쟁이를 봤다는둥 하곤 했지요」
호시노 아카리(星乃あかり)――라고. 한자변환이 잘 되지 않아 그대로 해둔다.
「그거 외엔 앨리스라는 이름을 들은적 없어?」
「글쎄요……모르겠습니다」
고생고생하며 어떻게든 메일 주소 입력을 마친다. 나중에 전화번호도 물어봐야지.
「그런데 아가씨, 전에 말씀하시던 비밀병기라는건 성과가 좀 있었습니까」
「비밀병기? 아, 전단지 얘기구나」
일부러 서클명을 적지 않았던게, 비밀병기의 비밀 이유다.
「예, 무사히 친구를 사귀셨습니까?」
주소 등록의 마지막 화면, 소속 그룹의 설정은――.
빙긋, 모미지는 웃었다.
「응!」
『친구』로 결정이었다. 토죠 모미지의 친구 제1호의 이름은, 호시노 아카리였다.
주소록 항목이 늘어나는 건 기쁘다. 친구가 늘어나는 건, 무척이나 기뻤다.
「그러고보니――」
죠지의 말은, 휴대폰 화면에 빠져 기뻐하고 있던 모미지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언젠가, 앨리스재단이라는 분이 사모님을 찾아온적이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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