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 주십시오, 아가씨. 시간이 다 됐습니다」
토죠가의 아침은 늦다. 정확히 말해, 토죠 모미지라는 여자 아이의 아침은 늦다. 이유는 간단――빈혈이다. 모미지는 그 체질 덕분에 남들보다 배는 더 아침에 약하고, 이미 성인이 된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일어난다는 명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덕분에 대학에 다니고 있는 지금도 자취를 허락받지 못하고, 어쩔수 없이 친가에서 계속 살고 있었다.
하지만, 친가에서 살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다. 모미지는 토죠 콘체른 현 총수의 손녀딸, 즉 태어나면서 VIP인 것이다. 자취를 하겠다고 하면, 최소한 메이드에 요리사, 그리고 보디가드 3명은 따라 오겠지. 그런건 자취가 아니다――라며, 모미지는 어쩔수 없이 친가에서 살고 있었다.
「일어나시란 말입니다!」
아침에 약하다곤 해도, 단순히 나태하게 잠에 빠져있는 건 아니다. 모미지는 꿈을 자주 꾼다. 꿈이라는 건, 잠이 깨느냐 마느냐하는 찰나에 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침의 귀중한 시간을 침대 안에서 낭비하는 모미지에게 있어서는, 꿈은 친구나 마찬가지였다.
오늘 아침도 모미지는 꿈을 꾸고 있었다.
――그리운 꿈. 그 웬수같은 약혼자와 만났던 날의 꿈을.
「수업에 늦으십니다, 모미지 아가씨!」
「으……으――음」
눈을 뜨자, 잠에서 깬 상태로 보기엔 심장에 좋지 않은 게 그곳에 있었다. 무척이나 짙은 조형의, 남자 얼굴.
「꺄아아아아아아아악!」
「오오, 이제야 일어나셨습니까, 아가씨」
최악, 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아침이었다. 눈을 감으면 웬수같은 약혼자의 얼굴, 눈을 뜨면 집사의 무서운 얼굴. 아침부터 기를 쏙 빼놓기엔 충분한 조합이다.
「……저기 죠지, 내방에는 함부로 들어오지 말라고 몇번이나 말했을텐데?」
「하지만 사모님께 아가씨를 깨우라는 명을 들었습니다」
주인의 명령은 절대적, 이라는듯이 말하는 집사, 이름은 죠지라고 들었다. 저번달부터 연수명목으로 토죠가의 저택에 살고 있는 집사 견습생이다.
「어떤 이유가 있어도, 여자 방에 함부로 들어오는건 집사 실격이야. 그 이전에 인간으로서 실격. 상식이 없는거라구」
「그, 그렇습니까……」
거기다 더 문제인 건, 그가 나쁜뜻이 있어서 그러는게 아니라는 점이다. 주인을 위해서, 고용주를 위해서, 그의 열의는 틀림없는 진심이었다. 그리고 그 열의 탓에 혼자 제자리 걸음.
「뭐 됐어. 아무튼 이제 일어났으니까, 얼른 나가」
「하지만 사모님께는 아가씨를 무사히 학교에 보내라는 명을――」
「내가 옷 갈아 입는것도 계속 거기서 볼 셈이야?」
「아 네, 실례했습니다!」
……정말이지, 참.
토죠 콘체른이라고 하면, 세계에서도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의 거대 기업이다.
특히 일본 군수산업의 태반을 손아귀에 쥐고 있으며 정계에도 상당한 발언력을 갖고 있다는 듯하다. 그렇다곤 해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지 이제 곧 백년이 되어가는 지금, 그 세력에는 그림자가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특히 대리전쟁이라고도 야유를 받고 있는 우주개발의 분야에 있어서는, 최근 몇년간 급속히 세력을 넓혀온 사이온지 그룹에게 그 주도권을 잡혀 있으며, 현재 토죠 콘체른은 완전히 뒤쳐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주력 사업인 항공기 개발제조에서도 손을 떼게 되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그래서일까, 천하의 토죠가가 누가 봐도 2류인 집사를 고용하고 있는 건.
음울한 기분으로 옷을 갈아입고 현관으로 향하자, 로비에서 차분한 목소리가 모미지를 맞이했다. 꽈악하고 마음을 조여온다.
「어머. 잘잤니 모미지? 오늘은 잘 일어났나보네?」
「안녕히 주무셨어요, 어머님. 죠지의 독특한 센스가 넘치는 모닝콜로 완벽하게 잠에서 깼네요」
「후후……그건 잘됐구나. 역시 죠지에게 맡기길 잘했네」
이 사람은 아무리 알기 쉬운 비아냥을 해도 전혀 통하질 않는다. 모미지는 거의 포기한 상태였다.
토죠 호나미는 토죠 콘체른 현 총수·토죠 헤이하치로의 장녀로, 모미지와는 달리 완벽한 숙녀였다. 숙녀라고 하면 듣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온실에서 자라 세상 물정도 모르는 우물안의 소녀――아무튼 붕 떠 있는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고 모미지는 생각하고 있다. 단지, 그래도 어머니로서 자신에게 애정을 쏟아주는 그녀를 모미지는 미워할 수 없었다. 그게 부모와 자식의 인연이라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 장래가 불안해져만 가는 토죠가의 장녀와 그 딸. 적어도 미묘한 입장에 있는 모녀라는 사실은 틀림없었다.
「죠지에게는 앞으로 우리 집안의 집사장을 맡기고 싶은데, 어떨까?」
――죽어도 반대. 라고는 정면에서 말할 수가 없다. 모미지는 어머니에 대한 마음을 솔직하게 표한할 만큼의 용기를 갖고 있지 않았다.
「그 사람은 아직 집사장을 하기엔 젊은데……」
「그래. 그러니까, 앞으로 말야」
「그리고, 상식을 벗어난 부분도 종종 보이고」
「그럼, 당분간은 모미지의 전속 집사로서 공부하기로 할까」
――대실수.
저런게 24시간동안 들러붙어 살게 되는 날에는, 반드시 가출해 버리겠어…….
「자, 죠지가 문 앞에 차를 세워놓고 있잖니. 다녀오렴, 조심하고」
지금 당장 집을 나갈까…….
「――네. 다녀오겠습니다 어머니」
모미지는, 얼굴 한가득 미소를 띄우며 토죠가를 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