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마 유우히라는 소녀는 그런 눈으로 말을 할 수 있는 소녀였다――나와는 다르게. 생각해보면 이 시절부터 이미, 그녀와 나의 차이는 명백했던 걸지도 모른다.
「버리지 않아도, 배를 찾아내지 못하면 끝장이잖아」
「그럼 신호를 보낼게. 슈에게. 슈가 어디에 있어도, 반드시 닿는 신호를」
타이틀 : 終わらない夏のハローグッバイ 글 : 혼다 잇세이 일러스트 : 나카무라 유키히로 레이블 : 코단샤 타이가 국내 발매 여부 : 미발매(2018년 11월 29일 기준) 평가 : 3.7 / 10
혼다 잇세이의 신간인 '끝나지 않는 여름의 헬로 굿바이' 입니다. 작가의 4번째 작품이자 코단샤에서 내는 첫번째 작품. 원래는 미디어웍스 문고와 전격문고에서 활동하던 양반. 뭐 데뷔가 미디어웍스 문고였으니까요.
정말 오랜만에 공식 홍보 문구에 크게 낚여본 작품이었습니다. 이번달 타이가 신간이 총 4권이었는데 유독 이 작품만 푸쉬가 엄청 강했단 말이죠. 더구나 몇년째 혼수상태에 빠진 소꿉친구가 보낸 의문의 메세지&사랑 이야기라고 워낙 약을 팔아대서 이건 낚일 수 밖에 없다 싶어서 낚였는데......솔직히 사기꾼으로 잡아 쳐 넣어도 될 수준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거.
이 표지에, 이 줄거리에, 이 홍보문구였는데도 막상 뚜껑을 까보면 SF 작품입니다. 그것도 상당히 본격적인 SF 작품. 여기서부터 슬슬 느낌이 쎄~해지죠. 읽으면서도 이걸 대체 왜 여기서 낸 건가 하는 의문의 들정도의 SF 작품이었습니다. 왜 하야카와가 아니라 여기서 이런걸 쓴건지는 뭐 일단 덮어둡니다.
사실 저는 재미만 있으면 뭐든OK라는 입장이라 어떤 사기를 쳐도 재미만 있으면 모든걸 용서하곤 하는데....이건 그냥 단순히 SF 작품으로만 봐도 꽝이라는게 문제였습니다. 아니 일단 SF 이전에 이야기로서 뭔가 엉망진창이라고 해야하나. 딱 영화를 후반부 1/3 분량만 뽑아서 본 기분. 세계관 설명이라던가 기술 설명이라던가는 주구장창 작품이 끝날때까지 하고 있는데, 캐릭터에 관한 이야기, 특히 주인공에 관한 이야기는 정말 쥐꼬리만큼 밖에 없다는데서 열불이 터질지경. 그중에서도 주인공이 독자에게까지 대부분의 이야기를 감춰두고 있다는게 상당히 괘씸했습니다. 뭐랄까, 독자의 감정이입을 주인공쪽에서 거부하는 느낌. 넌 닥치고 구경이나 해! 이러는 것처럼.
근데 구경만 하려고 해도 앞에서 말했듯이 이야기 자체가 뭔가를 잔뜩 생략한채로 시작하는 느낌이라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페이지는 모조리 설정에 관련된 이야기만 줄창하고 왜 이렇게 됐는가, 앞으로 어떤 전개가 기다리고 있는가 하는걸 전혀 알 수가 없단 말이죠.
분명히 이런 이야기라면 요런 스토리 라인으로 가는게 왕도인데.....라는 부분을 모조리 빗나가고 있습니다. 눈 앞에 이쁘게 포장된 도로가 있는데 그냥 싹 다 무시하고 풀밭을 가로질러가는듯한 작품. 그래 뭐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엔딩까지만 가면 되겠지......
그래놓고 마지막에 가서는 '만남'을 위해 계속 이래왔다는 것처럼 포장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그럴거면 그 '만남'이라는 키워드를 작품 내에서 지겹다 싶을 정도로 떠들던가 했어야죠. 아예 안나왔다고는 못하겠는데 이거 거진 다 지나가는 수준으로만 나왔던거 같은데 말입니다.
줄거리에 적어놓은 사랑이야기? 처음부터 연애감정 없다고 못박아놓고 연애의 ㅇ도 안나오는데 사랑이야기는 얼어죽을...
띠지에 적혀 있는 청춘이야기? 아무 밑밥도 없이 뜬금없이 해킹 슉슉 해서 범죄자 신세 되는게 청춘이라면야 네이버 뉴스 사회란은 항상 청춘 소설이겠네요.
아니 진짜 딴거 다 집어치우고 이만한 분량으로 앞부분 이야기만 더 있었어도 평가가 쪼~~끔은 더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그딴거 없이 이것만 툭 던져놓은게 괘씸해서 전일담으로 속편이 나와도 볼일은 없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