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은 둘째 치고, 이리세 미사키라는 소녀의 인생은 끝났어. 기적의 힘이라도 빌리지 않는 한, 한번 끝나버린 생명을 인간의 손으로 되찾는건 불가능해. 바닥에 떨어져 깨져버린 달걀을, 속도 껍질도 원래 모습으로 돌릴 수 없는것과 마찬가지로 말야」
에리사는 검고 맑은 눈동자로 내 눈을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만약에 말야, 신의 섭리를 거스를 수 있다면,
너는 어떻게 할래?」
타이틀 : ピュグマリオンは種を蒔く 글 : 보우키 시이야 일러스트 : 츠쿠구 레이블 : 점프 J 북스 DIGITAL 국내 발매 여부 : 미발매(2016년 12월 13일 기준) 평가 : 8.5 / 10
보우키 시이야의 '피그말리온은 씨앗을 뿌린다' 입니다. 작가는 본 작품으로 제1회 점프 호러 소설대상 <동상>을 수상. 그리고 다른 작품으로 올해 일본 호러 소설 대상 <우수상>도 수상하고, 호러 소설 대상쪽 수상작품과 카키오로시 작품을 하나 더 추가하여 발매하고 동시에 데뷔. 데뷔작이 두 작품이라는 꽤 희귀한 케이스입니다. 심지어 저 두권이 다른 두 출판사의 콜라보레이션 기획이라는 것도 합쳐져서 여러모로 특이한 케이스. 한가지 더 적자면 지금 감상글을 적고 있는 본 작품은 전자서적으로만 발매가 되어 있는 작품이라는 것도 또 특이한 부분. 근데도 가격은 단행본 가격인 1080엔.......
호러 소설대상 수상작인 만큼 장르는 호러. 사실 점프 J 북스는 코믹스의 노벨라이즈가 주력인 레이블인지라 이런 작품은 사실 별로 없긴 합니다. 뭐 하이큐나 종말의 세라프나 이런게 대부분이고 간간히 공모전 작품들이 나오긴 하는데...그래도 이게 꼭 이쪽 레이블에서 나와야 했나 싶은 생각이 들긴 합니다. 라노베 레이블이 없는 출판사라면 모를까 당장 대쉬엑스 문고도 있고 라이트 문예 레이블인 오렌지 문고도 있는데 말이죠. 물론 대쉬엑스보단 오렌지 문고로 들어가야 맞는 작품인데...
'시시쿠이바나' 라는 가공의 식물을 소재로 한 호러 작품입니다. 인간의 머리(몸통은 필요 없고) 속에 씨앗을 뿌리고 특정 조건을 만족시켜주면 인간의 모습으로 자라는 식물. 주인공이 죽은 첫사랑을 되살리려고 노력한다는게 대략적인 줄거리인데, 오싹한 느낌보단 좀 뭐랄까, 속이 뒤집히는 그런류의 작품이었습니다. 내용이 내용인지라 그로테스크 묘사가 상당히 많은 편. 그렇다고 해서 장면 묘사가 리얼하거나 그런건 아닌데, 다루는 소재 자체가.......비슷한 스타일의 작품으로는 하야카와JA에서 나온 [소녀정국]이 있는데 이쪽도 읽다보면 꽤 속이 뒤집히는 이야기.....
중반까지의 전개도 그럭저럭 나쁘진 않았는데, 그래도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건 후반부 일 수 밖에 없죠. 최후의 반전은 둘째치고 주인공이 변해가는 과정이 가장 큰 볼거리. 반전을 포함해서 결말 부분은 솔직히 좀 미묘하긴 합니다. 이게 결말이 마음에 안 든다기보단 뭔가 더 해야 될 이야기가 많이 남아있지 않나? 싶은데 지들끼리 다 정리하고 끝내버리는 결말이라....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캐릭터도 에리사 한명으로 좁혀놨어야 더 깔끔하지 않았나 싶었구요. 이래저래 에리사가 좀 더 주인공과 엮이는 부분이 있었어야 하지 않았나 싶은데 그런 면은 많이 아쉬웠던 작품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가 그은 선을 넘지 않는 캐릭터라.
원래는 작가의 데뷔작인 다른 두 작품을 읽으려다가 그냥 낼름 결제를 해버린 책이었는데, 그럭저럭 만족은 한 작품이었습니다. 가격이 쬐끔 비싸긴 했지만 원래 호러 작품을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고 해서....나머지 두 작품은 단행본으로 이미 주문을 끝내뒀으니 내년쯤에 읽지 않을까 합니다. 일단 월말은 지나야 도착할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