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타 키세츠의 신간인 스트레인지 걸입니다. 워낙 여러 레이블에서 짧게 많이 찍어낸 양반이라 대표작이라고 꼽을만한게 좀 애매한 편이긴 한데, 그래도 꼽아보자면 역시 '너의 봉사는 그 정도인가?' 시리즈. 이쪽은 국내 정발도 되어 있는 작품이죠. 뭐 그쪽은 GA문고 작품이라 이거랑은 별 상관도 없지만 어쨌든 그렇습니다. 단순히 라노베 레이블 뿐만 아니라 하야카와 같은 SF 전문 레이블에도 작품을 내고 있어서 참 여러모로 많이 하는 양반. 덤으로 제 4회 MF문고J 라이트노벨 신인상 우수상 수상작으로 데뷔.
다른거 다 집어치우고 가장 궁금한건, '대체 뭐가 하고 싶었던 건가'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전기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하기엔 전기 요소가 턱없이 부족하고 비밀을 공유하는 인간관계를 그리고 싶었다고 하기엔 저 전기 요소가 묘하게 거슬리거든요. 다 읽고 나서 띠지에 적힌 삼각 연애 미스테리란 글을 보니 기가 막힐 지경. 뭐 관대하게 봐서 틀린 얘긴 아닙니다만.
그리고 사실 저 부분보다 더 문제였던건 쓸데없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는 점. 까놓고 말해서 초반의 한 90 페이지 까지는 거의 다 잘라냈어도 아무 문제가 없었을 수준. 260 페이지짜리 작품에서 90 페이지가 이런 수준이라는건.....그렇다고 해서 저 부분의 대화나 묘사가 이야기와 관계가 없다고 해도 재미가 있었다면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겠지만 그것도 아니거든요. 저 내용중에 대부분이 락 밴드 얘기.
저 부분을 넘어가면 이제 생각도 못했던 철도 떡밥이 미친듯이 쏟아집니다. 락 밴드 얘기까진 좋게 봐줄수도 있는데 이건 정말 아니었습니다. 읽는 동안 짜증이 정말 제대로 날 지경. 독자 입장에서 필요한 건 '사나가 철도 오타쿠다' 라는 그 설정뿐이지 사나가 어떤 철도를 어떤 식으로 얼마나 알고 있는지 설명을 원하는게 아니란 말이죠. 이 부분은 앞의 락 밴드 얘기에서도 마찬가지. 사나가 아키토와의 접점을 만들기 위해서 락 밴드를 이용한다는 사실 하나면 되는데 그걸 줄창 설명하고 있으니 읽는 내내 짜증만 날 뿐.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이야기의 진짜 히로인은 사나가 아니라 마리카였다는 점이 더 승질 날 지경.
이쯤 되면 솔직히 사나는 아예 없어도 될 캐릭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설정 일부분을 마리카에게 흡수시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거든요. 과연 존재할 필요가 있었는가 의문인 카나&리아는 뭐 등장도 얼마 안되니까 그냥 버린다고 쳐도, 사나를 저렇게 어딜봐도 히로인인 것처럼 걸어놓고 이딴 식으로 나오는건 사기. 이야기 중반부쯤부터 설마 그런 전개는 아니겠지~ 하고 읽다가 한참을 읽어도 그런 분위기가 없길래 안심했는데 막판 몇페이지를 남기고 그 전개로 넘어갔다는 부분도 꽤 승질 났습니다. 막판에 너무 우겨 넣었어요 이거.
결정적으로 뭔가 딱히 사건이 해결된 것도 아니고 흐지부지하게 끝난다는게 가장 문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속편이 나올만한 작품인가~ 하면 그건 또 미묘.
뭐 솔직히 시리어스 부분이고 뭐고 맘에 드는 부분은 거의 없는 작품이었는데, 그나마 중후반부의 마리카가 마음에 들어서 저 정도 점수가 됐습니다. 같은 작가의 봉사 시리즈는 예~전에 언젠가 보려다가 못 본 시리즈라 머리 한 구석에 두고는 있었는데 이걸로 너무 심하게 데여서 거들떠도 안볼듯. 근데 하야카와쪽 작품은 의외로 또 평이 좋아서 그쪽은 읽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