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생물의 유전정보를 바이러스를 매개로 삼아 감염주에 주입을 한다.
주입된 바이러스는 감염주 속에서 맹렬한 기세로 증식을 시작하지.
…이윽고 신진대사에 의해 모든 체세포가 뒤바뀔즈음, 감염주는 새로운 생명체로서 다시 태어나는 거야!
감염주의 대부분이 몸의 급격한 변화를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잃게 되지만 말이지…」
1편을 시작한게 9월이었는데 이제서야 끝이 났습니다. 3편도 10월에는 끝냈는데 카난이 상당히 오래걸렸네요.
사실 95%는 작년에 한건데 5%때문에 작년 결산에 못 넣어서 올해 결산에 들어갈듯. 아 어차피 구작은 빼니까 상관 없나
GAO GAO! 1st 라디칼 시퀀스
지금은 사라진 브랜드 999.9의 가오가오 시리즈입니다. 가오가오1~3편+카난으로 구성. 사실 999.9이 해체된 후에 캔들이라고 브랜드를 새로 세우고 가오가오 시리즈의 리메이크 계획도 실행중이었지만 세상의 빛을 본건 1편 뿐. 의외로 OHP도 아직 살아 있습니다. 별로 볼건 없지만서도...
1편인 라디칼 시퀀스의 시대배경은 93년의 일본. 기억을 잃은 채로 쓰레기장에 있던 거지 미이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야기 자체도 기억을 되찾는 과정이 대부분. 하지만 가오가오 시리즈의 시발점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작품이라 영향력은 의외로 큰 작품이기도 합니다. 시리즈를 전부 다 끝내고 나서 다시 이 작품을 보면 참 묘한 기분이 들기도. 길바닥에서 고양이(?) 새끼 한마리 줍는 이야기가 인류의 위기로 이어지니.....
사실 1편만 갖고 평가를 하자면 그 시절 흔했던 에로게 수준에 그칠 정도입니다. 그냥 쓰잘데기 없는 대화 설렁설렁하면서 돌아다니다가 때 되면 H씬 나오고, 심지어 마음만 먹으면 손가락이 뽀사질 때까지 H씬을 보는것도 가능할 정도. 그게 영 아니다 싶었는지 2편부터는 이야기 흐름에 맞게만 나오도록 변경이 되긴 했습니다.
어디까지나 가오가오 시리즈의 '시발점' 이라는 의미만 가지고 있는 작품. 덕분에 리메이크판이었던 실버 진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퀄리티를 끌어올렸지만 역시 망한듯.
GAO GAO! 2nd 판도라의 숲
그리고 2편의 무대는 1편으로부터 약 300년 후. 1편에서 등장한 바이러스로 인해 인간은 돔 시티에 갇혀 사는 시대로 무대가 옮겨집니다. 그러면서 게임 분위기도 상당히 많이 달라지는데 전 시리즈를 통틀어도 가장 어둡고 비관적이며 찝찝한(?) 그런 이야기. 그래서 그런지 가오가오 시리즈를 좋아하면서도 이쪽은 싫어하는 사람도 꽤 많은 모양. 에로가 하드해서 좋아하는 사람도 있긴 합니다.
각 작품별로 완결이 되는 형태긴 하지만 사실상 1~2/3~4의 구조를 띄고 있는지라 2편을 하려면 1편부터 하는게 더 재밌지 않나 싶습니다. 3편과 카난은 주인공부터 공유하는 작품이니 당연히 3편부터 해야하긴 하지만서도...
물론 2편만 해도 아무 문제는 없습니다. 시리즈 전체에서 등장하는 '인간은 나쁜놈이다. 하지만 좋은 인간도 존재한다.' 라는 부분이 가장 잘 나타나 있는 것도 2편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2편과 카난 두 작품인데, 2편에서는 전자가, 카난에서는 후자가 더 잘 나타나있는 편.
그리고 전 시리즈 공통으로 등장하는 스페셜 메뉴를 유일하게 못 먹는 작품.
GAO GAO! 3rd 와일드 포스
2편으로부터 다시 수백년이 흘러 3편에서는 인간이 완전히 사라지고 변이체의 시대를 맞이하며 주인공도 늑대족 변이체인 울피가 담당하게 되고 전작의 우울했던 분위기에서 상당히 밝은 분위기의 판타지 이야기로 바뀌게 됩니다.
모든 시리즈를 통틀어 적 아군 할 것 없이 캐릭터가 가장 잘 만들어진 작품이기도 합니다. 특히 실프 같은 경우는 카난까지 끌고 와도 괜찮았을텐데 등장이 없어서 아쉬웠던 캐릭터 중 하나. 뭐 그래도 레오나&도라가 넘어왔으니 좀 낫긴 했는데...
모든 부분에서 '왕도'를 걷고 있는 작품이지만 그 퀄리티도 꽤 좋은편이라 4편중 가장 '즐거운' 게임이기도 합니다. 2편이 워낙 우울한 게임이었던만큼 더 그렇게 느껴지는 걸지도 모르겠지만요.
시리즈물이 아닌 단편으로서 봤을때의 완성도도 가장 높은 작품. 그리고 의외로 개드립이 찰진 작품.
카난 ~약속의 땅~
마지막으로 시리즈의 완결편인 카난. 시대배경은 전작으로부터 1년 후. 전작들과는 달리 주인공이 두명이고 챕터별로 주인공이 바뀌면서 진행되는데, 순서대로 바뀌는건 아니고 뒤죽박죽. 분량은 좀 비슷하게 조절을 했으면 좋았을텐데 말입니다.
변이체 대표(?)로 3편의 주인공이었던 울피, 그리고 인간쪽 대표로 카이토가 주인공인데 사실상 울피가 더 주인공에 가깝습니다. 카이토는 어디까지나 '인간'이라는 설정 때문에 주인공인거라 오히려 주인공 역할은 블루에게 줘야 하는게 아닌가 싶을정도.
카이토가 인간인 이상 카이토의 시점이 필요하긴 했는데, 차라리 블루까지 넣어서 시점을 3개로 돌리는게 나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카이토도 어차피 조연에 가까운 놈인데...
가오가오 3편이 나온지 3년만에 나온 작품이라 퀄리티가 상당히 좋아진 편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역시 그래픽. 혜택을 제일 많이 받은건 역시 블루 그리고 게임 진행 자체도 무척 쾌적해진 편. 1편 마지막 백화점씬에서 온갖 욕을 해대며 플레이 하던걸 생각하면 진짜 천국 수준. 2편도 빡치는 편이지만 1편에 비하면 뭐...
개인적으로는 음악 퀄리티가 좋아졌다는게 가장 마음에 든 부분. 특히 후반부에 나오는 TRUE는 명곡.
H신이 강제적이었던 전작들과는 달리 플레이어가 선택을 할 수 있으며 분기도 있어서 세이브를 안하고 진행할 경우엔 한쪽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H신을 안보는 경우에 내용이 변하는지는 확인을 못해봤습니다. 안 볼 이유가 없으니까요(...)
종합하자면 딱히 뭐 대단하다 싶은 부분은 별로 없는데 소소하게 재밌었던 작품입니다. 재미로 따지면 3>4>2>1 순으로 재미있었는데, 결말만 놓고 보면 2편이 제일 나았던거 같기도. 주인공은 역시 울피가 원탑. 만약에라도 블루가 주인공이었다면 또 모르겠습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카난에선 블루를 주인공으로 했어야.....
카난은 전체적으론 다 만족스러웠는데, 일단 최종보스전이 지나치게 재미가 없었다는게 문제. 긴장감이 거의 없고 너무 술술 풀려서 재미가 없거든요. 악역이겠거니 했던 놈이 의외로 별볼일 없었던 것도 그렇고 이래저래 많이 아쉬운 시리즈였습니다. 1~3편까지의 흐름은 정말 재밌었는데...아니면 블루 과거편이라도 넣던가!
대신 위에도 적은 내용이지만 평범한 대학생이 길바닥에서 고양이귀 소녀를 줍는 이야기에서 인류 멸망까지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능력은 참 감탄할만한 수준. 그리고 1~3편이 모두 같은 해에 출시된 게임이라는 것도 은근히 대단하긴 합니다. 물론 그 덕분에 재활용 요소도 상당히 많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