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야기는. 새하얀 종이에 그려진, 그 이야기는. 어느 사람에게 있어서, 『현실』을 그린 그 이야기는.
지금은 없는 브랜드 force의 데뷔작이었던 세컨드 러브입니다.
가능하면 네타바레는 빼고 적는편인데 이건 도저히 그럴수가 없어서 네타는 블라인드 처리.
force의 데뷔작이면서 고액 소프트 단골 리스트 중 하나인 '서음'의 전편에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만 확실히 이어진다는 공식 언급은 없고, 서음에 슬그머니 떡밥을 풀어놨죠' 지금 생각해보면 세컨드 노벨도 이런식이었죠? 이런거 참 좋아하는듯. 아, 세컨드 노벨에는 대놓고 했었던가.
이번에도 서음과 마찬가지로 총 제작인원 5명이라는 눈물나는 환경에서 만들어진 본작인데, 이상하게 서음하고 인지도 차이가 심하게 나는게 안타까울 따름. 심지어 중고 가격도 10배 이상의 차이. 물론 거기에도 이유가 있긴 하지만요. 그래도 좀 4천엔 정도는 해야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뭐 최소한 '입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서음보다 낫긴 합니다만...
이번에도 총 용량 50메가, 노 보이스, 640x480 해상도, MIDI 음원이라는 초호화 사양.
후카자와의 다른 게임들과 비교해보면 시스템은 세컨드 노벨과, 전체적인 구성면에선 서음보단 오히려 초기 기획작이었던 true love knot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일반적인 진행은 서음과 마찬가지로 커맨드 입력식(물론 단순히 클릭으로만도 가능)이지만, 서음처럼 뭐 딱히 직접 타이핑을 해야한다거나 하는 요소는 없습니다. 세컨드 노벨과 비슷하다고 하는 이유는 단순히 게임 내에서 주어지는 키워드를 나중에 유저에게 물어보고 유저가 그 대답을 한다는 방식이 비슷하다는거고, 간단하게는 서음의 열화판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세컨드 노벨과의 차이점이라면 세컨드 노벨은 키워드를 게임 내에 저장해두고 유저가 원할때 언제든지 꺼내서 확인이 가능한 반면에, 이쪽은 완벽하게 유저 머릿속에 키워드를 담아둔채로 진행을 해야한다는게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입니다. 세이브 로드 노가다요? 애초에 세이브 포인트(?)가 따로 있기 때문에 로드신공으로 진행하려면 그 부분까지 내용을 스킵해야한다는게 또 불편한 부분. 사실 세컨드 노벨의 시스템이 그렇게 된 거야 게임 컨셉 자체가 그런거니 그게 당연한거지만요.
시나리오가 외길 진행이라는 것도 세컨드 노벨과 비슷한데, 이쪽은 일단 모든 히로인의 이야기를 거치는 시나리오라는게 차이점.
서음과 평가가 상당히 많이 차이가 나는 부분은 역시 본편의 일상묘사 탓이 가장 큰데, 솔직히 말해서 이 부분만큼은 후카자와가 쓴 어느 시나리오와 비교해봐도 가장 재미 없습니다. 다른건 몰라도 이건 확실합니다. 네. 세컨드 러브보다 무려 3년전에 썼던 와스오토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것 같은데 으음. 재미없는 일상묘사와 더불어 H신 묘사도 드럽게 안꼴려재미없다는 사실도 한몫 하는듯. 서음이야 처음부터 능욕과 호텔에 갇혀 있다라는 요소를 던져주고 시작하니 최소한 분위기빨로 어떻게든 되는데, 이쪽은 단순히 학교에 나가는게 대부분이라.
이렇게 밍숭맹숭하게 진행이 되다가 루프를 하기 시작하면서 슬슬 장작이 준비되고 마지막 루프에서 불을 지핀 후에 3TH LOVE에서 화약을 그냥 한바가지로 확!!!!!!!!!
특히 3TH LOVE 후반에서의 그 연출은 거의 반칙급. 평범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다가 조금씩 복선을 던져주고는 막판에 그 복선까지 모조리 뒤엎는 전개는 후카자와 말고는 아마 거의 없지 않나 싶습니다.
딱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요리'는 정성들여 만들었는데 '재료'가 시궁창이라는 느낌이랄까, 앞에서도 이야기 한것처럼 전체적인 구성이나 복선 자체는 훌륭하게 뿌려 줬습니다. 근데 그 복선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부분이 너무나도 엉성했다는게 문제. 본편 자체가 3TH LOVE를 위한 재료에 지나지 않는 구성인데도 불구하고, 그 본편을 너무 재미없게 만들었어요. 아니지, 재미없는건 일단 제쳐두고라도 느긋하게, 깔끔하게 처리하질 못하고 그냥 다 넘겨버리죠. 더 극단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어차피 3TH LOVE를 위한 밑밥이니까 밑밥으로 끝내버리자'라는 냄새가 심하게 풍길정도. 근데 물론 이것도 플레이 할 당시엔 정신없어서 잘 모르고, 흥이 좀 식어서 냉정하게 보면 그렇다는 얘기.
그림이나 음악은 뭐 얘기해봐야 눈물만 나니까 치우죠. 그래도 그림은 서음보단 꽤 괜찮은 편이라 오히려 플레이 하기 더 좋았습니다. 음악쪽은 서음이 더 나았는데 말이죠.
아무튼 종합하자면 서음 시절에는 시스템 자체에 놀랐는데 이쪽은 순수하게 반전만으로 꽤 놀란 작품이었습니다. 만약 후카자와의 true love knot의 존재를 몰랐다면 충격이 더 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쪽 설정도 나름 쇼크였거든요. 뭐, 게임화 될일은 없겠지만서도. 어쨌건 true love knot때문에 쓸데없는 의심만 늘어서 아무 생각없이 게임을 즐겼을 때의 그 충격을 맛보지 못한건 상당히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