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와타 기쿄쿠의 신작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하지만 사랑해' 입니다. 제 32회 판타지아 대상 '금상' 수상작품. 데뷔작이 아니라 신작이라고 적은 건 이 양반이 수상 이전에 이미 책을 3권이나 낸 양반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다 찾아보기전엔 몰랐는데 다 읽고나서 뭔가 미묘하네....하면서 작가이름으로 검색을 해봤더니 이미 과거에도 다른 작품을 읽고 미묘하다는 평가를 남겼던 작가더라는 이야기. 시간이 좀 지났으니 발전을 할만도 한데 음.....
그건 그렇고 개인적으로는 프로가 공모전에 참가하는건 별로 좋아하질 않습니다. 다들 데뷔하려고 공모전에 응모하는 걸텐데 이미 데뷔한 사람이 그 판에 끼는건 좀 아닌거 같아서...뭐 규정에 어긋나는게 아니라면 별 문제는 없지만서도.
타이틀에도 들어있듯이 이번 작품의 테마는 '거짓말'입니다. 사고로 기억을 잃은 주인공에게 거짓말을 하는 히로인들이 어프로치를 한다는 이야기.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가벼운 러브코메 같아보이기도 하지만 생각했던거와는 다르게 꽤 무거운 이야기였습니다. 주로 얀데레적인 의미로.
전작이었던 원데이 리피트때도 그렇고 기본적으로 대화 템포가 굉장히 좋은 편. 그리고 캐릭터도 잘 만들어서 일상씬은 즐겁게 읽을 수 있는데 문제는 이 장점을 억지스러운 시리어스로 모두 다 말아먹는다는 점입니다. 개연성이 안드로메다로 여행간 수준. 원데이 리피트는 이 정도까진 아니었던거 같은데 이쪽은 소재탓인지는 몰라도 후반부로 가면서 점점 짜증이 날 정도로 엉망이었습니다.
얀데레에 대한 해석은 나름 신선하다고 하면 신선한데 그것뿐. 애초에 미스터리 요소라고 들어있는게 미스터리라고 하기도 부끄러운 수준(작가도 후기에서 이야기 했지만)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범행동기부터가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는단 말이죠. 솔직히 이래놓고 얀데레라고 하면 얀데레 애호가(?)들에게 뺨맞을 수준. 제 입장에서 보면 이건 그냥 미친년입니다 미친년. 얀데레의 어원을 따라가면 미친년이니까 얀데레인건 맞지만 요즘 우리 문화에서 얀데레는 이게 아니란 말이죠.
얀데레가 잘 뽑아내기 어려운 타입의 캐릭터라는건 어느정도 이해가 되는데 이렇게 만들거라면 그냥 애초에 시리어스를 다 도려내고 모에특화 러브코메디로 내는게 훨씬 반응이 괜찮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얀데레 운운 이전에 주인공이 기억을 되찾아가는것도 그냥 한가지 패턴을 줄창 반복하고 있을뿐이라 중반쯤 가면 별 감흥도 없거든요. 오히려 중간중간 들어있던 일상씬 덕분에 끝까지 왔습니다.
캐릭터도 괜찮고 대화 템포도 괜찮고 '장면'을 만들어 내는 능력도 괜찮은데 이걸 요리하는 능력만큼은 갖고 있지 않았던 작품.
작가는 2권을 내고 싶어하는 모양인데 글쎄요......2권이 나와도 문제인게 이미 히로인 한명은 이미지가 개박살이 난 상탠데 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