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키 마도의 신간인 '타이탄'입니다. 잡지 첫 연재로부터 딱 1년만에 세상에 나온 작품. 당시엔 분명히 금방 나온다고 했었던거 같은데....? 바빌론 완결은 대체 언제쯤...
전편 감상때도 뭐 대충은 적었습니다만 이번 작품의 테마는 '일'입니다. 모든 일을 AI가 대신하고 인간에게서는 '일'이라는 개념 자체가 거의 사라져버린 세계가 무대인 이야기. 캐치 프레이즈에서도 언급하고 있고 작품 내에서도 줄창 나오는 이야기인데 '일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꾸준이 탐구하는 작품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근데 이 말이 조금 함정(?)이 있는데 말 그대로 '일'에 대해 꾸준히 생각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라 솔직히 말해서 '이야기'로서의 재미는 아마 노자키 작품을 통틀어서 가장 바닥이라고 봅니다. 적어도 제 기준으로는. 이 작품을 읽기 전까지는 바빌론 3권이 바닥이었는데 거의 그것과 동급. 철학적인 부분이 꽤 많다보니 분위기도 바빌론 3권과 꽤 비슷합니다.
재밌었던 구간을 꼽아보자면 잡지 연재분이었던 전반 30~40프로 부분. 그리고 마지막 클라이막스 부분이었는데, 솔직히 마지막 부분은 호불호가 좀 갈릴거 같고...모두가 꼽을 장면은 저 전반부가 아닐까 싶습니다.
뭐 아무튼 미디어웍스 시절의 암리타에서 시작하는 연작이라던가를 생각하고 읽으면 꽤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의 노자키 작품은 반전의 비중을 꽤 많이 줄이고 있는 인상이란 말이죠. 반전이라기보단 초전개가 메인으로 바뀌었다고 봐야 할 정도. 2 시절을 생각해보면 정말 많이 변했습니다.
이번 작품은 뭐랄까 기존 작품들과는 쪼끔 다르게 타겟층이 딱 정해져있는듯한 느낌입니다. 사회에 나와서 슬슬 현실을 깨닫고 아 일 때려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무렵인 20대 후반, 혹은 아이가 태어나서 부모가 되는 30대나 40대 초반을 타겟으로 정한듯한 느낌이랄까. 이번 작품을 읽다보면 어딘가 옛날 선라이즈의 용자 시리즈가 생각나는 부분이 간간히 존재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제이데커. 아무래도 AI와 인간의 우정이라는 면에서 공통되는 부분이 좀 많은탓이 아닐까 싶은데, 이 제이데커를 리얼타임으로 봤던 세대가 딱 앞에서 말한 그 나이대가 된다는걸 보면 뭐 노린게 맞는걸지도.
know가 초현실적 존재와의 수학여행을 그린 작품이라면 이번 작품은 초현실적 존재와의 배낭여행이라는 느낌이 많이 들던 작품이었습니다. 이거야 뭐 실리콘 밸리로 이동하는 부분은 완전히 여행기나 다름 없죠. 솔직히 이 부분은 거의 세계기행 다큐멘터리라고 봐도 될 수준. 덕분에 가장 지루했던 부분도 여기 였는데 결과적으로는 어느정도 필요했던 부분이라 뭐라고 하기는 좀 거시기한 면이 있습니다. know의 경우는 저 수학여행 부분이 이야기의 테마와 작품에 섞었던 '불교'와 적절하게 섞여서 기가막힌 맛을 만들어냈는데, 타이탄의 경우는 이 여행 파트가 '그리스 신화'나 '일'이라는 부분에 아주 큰 영향을 끼쳤냐고 하면 좀 미묘한 부분이라.....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좋았다고 할 만한 부분은 세계관 그 자체. 정말 얼마 안남은듯한 그런 미래를 기가막히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know때도 그렇고 이렇게 '있을 법한 미래'를 다루는 건 참 뛰어난 양반.
그리고 그 다음으로 꼽을 수 있는건 '일'에 대한 정의와 이야기의 결말 정도가 기억에 남습니다. 일에 대한 정의는 뭐 둘째치더라도 결말 부분은 상당히 마음에 드는 편. SF와 신화를 정말 기가막히게 섞었죠. 복선 자체는 중간에 (노자키 치고는)굉장히 알기 쉽게 깔아주긴 했는데 설마 그걸 진짜 그대로 이뤄낼거라고는 생각을 못했거든요. 에필로그의 연출도 마음에 들었고 이래저래 마무리가 좋아서 중간의 지루했던 시간을 보상받은 느낌.
아주 오랫동안 기다렸던 신작치고는 만족도가 살짝 떨어지긴 합니다만 이건 뭐 이거대로 괜찮은 작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을 꼽아보자면 이 이야기는 글보다는 영상으로 보는게 확실히 더 나았을거라는 점. 헬로 월드처럼 처음부터 영상을 위해 쓴 작품은 아니지만, '노자키도 영상화를 어느정도 염두해가면서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는 영상화 했을때가 더 보기좋을 내용이었던거 같습니다.
다음 작품은 또 얼마나 걸릴지, 뭐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매체가 뭐가 됐든 빨리 나오기나 했으면 좋겠습니다. 애니는 솔직히 TVA도 했고 극장애니도 했으니 더는 안할거 같긴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