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 사랑하는 상대에거 거부당하는 것. 지금껏 품어왔던 마음이 어디를 향해야 할지를 잃었을 때,
대부분의 경우는 깊은 슬픔과 쇼크를 얻게 됩니다. 그런 「실연」의 순간을, 복수의 작가가 그리는 『실연문고 오리지날 실연 소설 앤솔로지』를
부디,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타이틀 : 失恋文庫 書き下ろし失恋小説アンソロジー 글 : 아마미야 카즈키, 키타야마 유우리, 유우비 나기, 시메사바, 네코지시 코네코, 야쿠 유우키, 스즈쿠레 코우 일러스트 : 오시오시오 레이블 : 빅 라군 국내 발매 여부 : 미발매(2019년 12월 29일 기준) 평가 :
이번에는 평소와는 좀 다르게 동인 앤솔로지입니다. 지난 코미케(C96)에서 발매했던 '실연'에 대한 단편을 모아놓은 앤솔로지 동인지. 타이틀도 그에 맞게 '실연문고'입니다. 여름 코미케에 발매됐던 책이니 사실 구매한지는 상당히 오래됐었는데 아무래도 멘탈 관계상(?) 전부 읽는데는 딱 반년이 걸렸네요. 그동안 중판도 몇번 찍었고 전자서적판도 발매가 되었습니다. 전자서적쪽은 아마 북워커뿐일텐데 이게 좀 아쉽긴 하네요. 킨들쪽에도 내주면 한권 더 사줄텐데.
개인적으로는 실연이라는 소재도 상당히 좋아하는데다 참가 작가도 최소한 이름은 다 한번씩 들어봤던 양반들이라 발매전부터 쭉 체크하고 있던 책이었습니다. 덕분에 슈몬 동인지 이후로 상당히 오랜만에 사 본 동인지.
각 작품의 감상은 짧게씩만. 애초에 다 짧은 얘기라 길게 쓸것도 없지만서도. 순서는 게재 순서대로.
잿빛청춘은 상처입지 않는다 / 아마미야 카즈키(대표작 - 전생 용사 성공담)
타이틀 그대로 정말 청춘 드라마 같은 이야기. 대학생 시점에서 과거의 첫사랑을 회상하는 이야기였는데, 이 이야기의 핵심은 그 첫사랑을 다시 만나는 씬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것까지 정말 말 그대로 끝난 사랑에 대한 이야기.
줄곧 함께였던 너와 나 / 키타야마 유우리(대표작 - 정령환상기)
앞에서 적었던 멘탈과 가장 관련이 깊었던 작품. 까놓고 이야기 하지만 정말 정석중의 정석인 네토라레 이야기입니다. 이게 정말 악질인게 네토라레 이야기에서 어떻게 해야 독자가 제일 좆같은 기분이 드는지를 너무 잘 알고 있다는게 문제. 소꿉친구인 히로인과 말 그대로 소꿉장난 하던 시절부터 사회인이 되는 시점까지 정말 정중하게 쭉 묘사를 하면서 군데군데 '의심스러운' 묘사를 아주 절묘하게 끼워넣은 명작이 아닌가 싶습니다. 항상 이야기하지만 흔한 이야기를 잘 쓰는게 제일 어렵단 말이죠.
환승은 네가 있던 오오미야에서 / 유우비 나기(대표작 - 파스텔 핑크)
사실 이 앤솔로지를 읽으려고 했던 첫번째 이유가 이 양반의 단편이 두개나 들어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런만큼 정말 딱 기대했던 그런 이야기. 제목에도 나와있듯이 남자를 갈아타는 히로인의 이야기인데,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심리묘사가 꽤 재미있는 작품. 등장인물이 학생이니까 더 잘 어울렸던 이야기. 별로 크게 상관은 없지만 작가의 대표작인 파스텔 핑크의 레몬이 등장하는 이야기라 그쪽을 읽으신 분은 조금 더 재밌을지도.
독차지 / 시메사바(대표작 - 수염을 깎다. 그리고 여고생을 줍다)
읽기 전의 인상과 가장 차이가 많이 났던 작품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수염을 먼저 읽은 상태에서 읽다보니 그런 훈훈한 이야기를 쓰는 인간이 이런 독한맛을 낸다고? 싶었던 작품. 이야 진짜 작가 말마따나 그 누구도 행복해지지 못하는 이야기.
시라노가 마음을 전할 때 / 네코지시 코네코(대표작 - 마술파괴의 리벤지 마기아)
수록 작품들 중에 멋있었던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 이쪽. 남1여2의 삼각관계를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에 절묘하게 이어붙인 작품. 마무리까지도 정말 깔끔한 작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 작품은 살 좀 더 붙여서 단행본으로 빼도 괜찮을거 같은데 말이죠.
혼메이*로그아웃 / 유우비 나기(대표작 - 파스텔 핑크)
혼메이를 뭐라고 할지 생각이 안나서 일단 그냥 갖다 붙여놨습니다. 이 이야기는 사실 실연 이야기라고 하기는 조금 묘한 작품인데, 막상 읽으면 왠지 모르게 이해는 다 되는 그런 신기한 작품. 굳이 따지자면 실연이 메인이라기보단 스마트폰이 메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쪽은 확실히 단편이어서 더 맛이 나는 작품.
과거의 나에게 / 야쿠 유우키(대표작 - 약캐 토모자키 군)
이쪽도 사실 실연 이야기와는 좀 거리가 있지 않나 싶은데 일단 실연 이야기는 맞으니까 뭐......제목 그대로 과거의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딱히 대단한 이야기도 없고 그냥 주절주절 쭉 써내려간 편지글.
허무 · A / 스즈쿠레 코우(대표작 - 와키야군의 주역이론)
평가하기가 가장 난감한 작품이 이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 애초에 차이면서 시작하는 이야기라는게 꽤 독특한 부분. 오히려 차인 덕분에 만들어진 기묘한 관계를 이어가는 이야기였는데, 주인공 자체가 좀 뭐랄까, 풋풋한 맛이 잘 배어나왔다는게 개인적으로는 재밌었던 부분. 뭐 좋게 말해서 풋풋한거지 바꿔말하면 그냥 흔한 중고딩 같은 놈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묘한 매력이 있던 놈이었습니다. 애초에 이야기성보다는 캐릭터성을 즐겨야 하는 작품이라는것도 독특하고.
위에도 적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실연당하는 이야기를 상당히 좋아합니다. 그 후에 다시 만나기라도 하면 더 좋고. 작가들 후기에도 많이 적고 있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떠올리고는 그땐 그랬지~ 하고 그냥 웃어넘길 수 있다는게 뭔가 좋잖아요. 그런 즐거움(?)을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실연'을 테마로 한 작품인만큼 '주인공이 실연을 당하는 이야기' 라기보다는 '등장하는 누군가가 실연을 당하는 이야기'라는 쪽이 더 정확하다는 점도 재미있는 부분. 사실 그렇잖아요, 실연 이야기라고 해서 항상 주인공만 실연 당하라는 법은 없는거니까.
이 앤솔로지를 만든 양반(편집자)은 이번 코미케에선 다른 동인지를 내는 모양이라 조금 아쉽습니다. 하기야 뭐 바로 또 내기는 어려울테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두번째 앤솔로지를 만드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죠. 문제는 아무래도 좀 비싸서 그렇지. 2천엔이 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