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하자면 그런 얘기고, 현실은 평범하며 세계는 나를 죽일 생각 따윈 없는 모양이다. 내일은 분명 찾아오고, 모레에도 나는 숨을 쉬고 있다. 세계의 종말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기껏해야 물을 세 통 사는 일 정도다.
타이틀 : パンツあたためますか? 글 : 이시야마 유우키 일러스트 : bun150 레이블 : 카도카와 스니커 문고 국내 발매 여부 : 미발매(2019년 1월 3일 기준) 평가 : 9.2 / 10
이시야마 유우키의 데뷔작인 '팬티 데우시겠어요?'입니다. 22회 스니커대상 "우수상" 수상작품. 수상 당시의 타이틀은 '마이너스 이온·오렌지'. 아무리봐도 타이틀로 크게 손해를 보고 있는 작품입니다. 굉장히 오랜만에 만난 타이틀 사기 작품. 이야 이거 타이틀 바꿔놓은 편집부 멱살을 잡아도 될 수준이 아닌가 싶은데 말이죠. 뭐 원래 타이틀이 임팩트가 없어보이기는 하는데 이 작품을 다 읽고 난 사람이라면 열이면 열 모두 같은 소릴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체 타이틀 왜 바꿨냐고. 그만큼 작품의 내용과 깊이 이어져 있는 타이틀. 그러니까 타이틀 왜 바꿨냐고 왜
집에 왔더니 모르는 여자가 내 빤쓰를 뒤적거리고 있더라~ 하는 내용으로 시작되는 작품입니다. 작품 설명 페이지라던가에 있는 줄거리 설명이 딱히 틀린건 하나도 없는데 묘~하게 어긋난듯한 느낌이 든단 말이죠. 러브코메디라기보단 청춘물에 더 가까운 작품. 토모자키군을 비롯한 인기 청춘물들이 '고교생의 청춘'을 그리고 있다면 이쪽은 '대학생의 청춘'을 그리고 있다는게 제일 큰 차이점.
개인적으로는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주인공. 그리고 주인공의 독백을 비롯한 문장 대부분이 아주 맘에 들었던 부분입니다. 정말 시덥잖은 이야기를 영혼없는 대화로 이어가는데 이 템포가 아주 기가막힐 정도. 특히 세기말의 종말론이라던가 유사과학이라던가 음모론이라던가 사이비 종교라던가 이런쪽 소재로 쓰잘데기 없는 헛소리를 하는게 정말 즐거운(?) 작품. 세기말을 지나온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재밌게 읽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진지하게 읽으면 안되고.....
시리어스쪽으로는 어딘가 부족한 캐릭터들이 서로 부비적거리는 이야기라, 이쪽은 읽으면서도 미아키 스가루 같은 느낌이 조금 들긴 했습니다. 아마 미아키 스가루 작품을 완전히 라이트 노벨로 만들어 버리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특히 최근 작품이었던 너의 이야기와 조금 비슷한 부분도 있고.
캐릭터도 누구 하나 버릴 캐릭터가 없을 정도로 모두가 개성있는 캐릭터였다는 것도 기억에 많이 남은 부분. 이야기의 중심은 마오지만 그 외의 캐릭터들도 각각 자기 이야기를 다 가지고 있었다는게 꽤 좋았습니다. 첫사랑과의 에피소드가 조금 더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던게 유일하게 아쉬웠던 부분.
한참 전에 사놓고도 까먹고 있다가 최근에 이 작품으로 매드 무비가 하나 올라온 덕분에 생각나서 읽은건데 놓쳤으면 크게 후회할뻔 했습니다. 그 정도로 마음에 드는 작품. 아마 이 작가의 신간이 나오면 무조건 살 정도로.
1권만으로도 깔끔하게 끝이 나는 작품이라 2권은 필요없지 않나 싶었는데 앞부분을 조금 읽으니까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조금 더 길게 가도 괜찮을거 같은데 2권이 나온지 1년이 지난걸 보면 아무래도 시리즈는 끊긴듯. 아무튼 신작이든 속편이든 뭐든 나와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