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여자아이는 빙글하고 발걸음을 돌리고는, 도망치듯이 그 자리를 떠났다. 그때, 나는 가슴에 벅차오르는 충동을 억누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절대로 첫 뺨따귀, 첫 가슴에 충격을 받아서가 아니다. 뺨따귀의 순간, 안경 속에서 반짝하고 빛난 눈동자의 반짝임. 열심히 말을 하려 할 때의, 결의에 가득 찬 또렷한 목소리의 울림.
――아이돌은 찾는 게 아니다. 상대방 쪽에서 찾아오는 법이다.
타이틀 : NGな彼女。は推せますか? 글 : 카이즈 유타카 일러스트 : 마에야 스스무 레이블 : 가가가 문고 국내 발매 여부 : 미발매(2018년 11월 3일 기준) 평가 : 7.9 / 10
카이즈 유타카의 신작입니다. 전작이자 데뷔작이었던 히이라기 에이크 이후 2년만의 신작. 이쪽은 최근에 갑자기 정발도 됐었죠. 이걸 왜 이제와서 들여왔는지는 도통 모르겠습니다만 뭐 어쨌든. 가가가 문고에서 10월 신간중 3작품을 묶어서 같이 홍보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메인히로인이 검은 머리인 신작 3작품을 묶어서 발매 전부터 30%세일을 먹이고 들어가는 꽤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중...이었는데 지금이야 물론 끝난 상태. 반응은 좀 미묘한거 같지만서도.
리아쥬를 꿈꾸는 히로인을 아이돌로 키우는 이야기....인데, 이게 의외로 찾아보기 힘든 소재긴 합니다. 반대로 히로인이 주인공을 사람답게 만드는 이야기라면 어느정도 꽤 있는데 말이죠. 토모자키군이라던가 더 이상 신간을 볼 수 없는 제츠카노라던가.
그렇게 소재에 이끌려서 손을 대긴 했는데...기대를 안좋은 쪽으로 배신했던 작품이었습니다. 이게 일상파트라던가 캐릭터라던가 하는 기본적인 부분에서는 히이라기 에이크에 비해 월등히 좋아지긴 했습니다. 특히 캐릭터 부분. 주연조연 할것없이 모두가 개성이 강한 캐릭터들로 뭉쳐있었는데 오히려 여기에 메인 히로인인 이치카가 조금 묻히는 느낌이 들 정도.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건 소꿉친구인 치호. 주인공에게 딱히 연애감정이 없다는 점이(일단 지금은) 상당히 좋았던 캐릭터였습니다. 이 작품처럼 확실한 메인 히로인이 존재하는 작품에서는 반쪽짜리 히로인으로 만들기보단 주인공의 확실한 '친구' 포지션으로 만들어버리는게 오히려 시원시원해서 좋지 않나 싶거든요. 주인공과 취미를 공유하는 오타쿠 친구라는 점도 그렇고 멍청하고 잘 속아넘어가는 것도 그렇고 이래저래 매력만점의 캐릭터.
다만 앞에서도 적었듯이 주변 캐릭터들의 개성이 지나친탓에 메인 히로인인 이치카의 캐릭터를 보여줄만한 부분이 좀 적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캐릭터 자체는 아이돌을 목표로 하기 전부터 이미 재밌는 캐릭터였는데 아쉬운 부분. 하다못해 아이돌을 목표로 하기 전에 주인공과의 밀당을 좀 길게 가져가던가 했으면 어땠을까 싶은데 말이죠.
이렇게 좋은 캐릭터와 재밌는 일상 파트가 있었기에 더 아쉽게 느껴지는게 바로 후반부의 시리어스 파트. 전반부가 좋았다가 후반부 시리어스에서 말아먹는건 히이라기 에이크때도 마찬가지였는데 이 부분은 언제쯤 고쳐질지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전체적으로 보면 이쪽이 훨씬 낫긴 하니까 다행이긴 한데 말이죠.
애초에 일상~시리어스의 연결 자체가 너무 뜬금없는데다가 정작 그 시리어스 파트의 내용도 상당히 억지스럽다는게 가장 큰 단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애초에 굳이 1권에서 바로 데뷔를 시켜야 했는지부터가 의문. 까놓고 말해서 히로인을 아이돌로 만드는 이야기라곤 하지만 딱히 아이돌이 되려고 노력하는 묘사가 거의 없단말이죠. 그냥 재능있는 사람 미리 모아놨고 아이돌만 찾아다가 연습시켰다 끝. 이 수준이라 '아이돌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기대했던 입장으로서는 너무나도 아쉬웠던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작가 본인은 청춘 소설이라고 하지만 이건 그냥 아이돌 오타쿠가 '팬 입장'에서 보는 아이돌을 써낸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이돌'이 중심이라기보단 '아이돌 오타쿠'가 메인인듯한 이야기. 작품 내에서도 '아이돌은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라고 했지만 정작 그 노력하는 모습이 안나온다는게 치명적인 작품.
가가가쪽에서도 시리즈 작품이라고 했으니까 뭐 일단 2권까지는 나올것 같은데.....나중에 반값 세일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은 딱히 볼일도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근데 또 읽을게 없으면 그냥 사서 볼지도....몇번이나 이야기 하지만 캐릭터는 참 좋았단 말이죠. 캐릭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