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쿠모 가쿠토의 신간인 '망각의 리메멘토'입니다.작가의 대표작이야 뭐 말할 필요도 없을거 같긴 한데, 스트라이크 더 블러드, 단탈리안의 서가 등등. 스토브라가 꽤 최신(?)작품인지라 어딘가 신인 같은 느낌이 조금 드는데 의외로 데뷔는 굉장히 오래된 양반. 1999년 데뷔니까 말이죠. SF쪽 잡지에 단편 몇가지를 연재하곤 했었는데 하야카와쪽에서 제대로 된 SF를 내는 건 이번이 처음. 이것도 잡지 연재를 거쳐서 단행본화한거니 카키오로시는 아닙니다만 뭐 어쨌든.
얼마전에 발매했던 미아키 스가루의 '너의 이야기'처럼 '기억'을 소재로 삼고 있는 작품입니다. 근데 읽기 전에 예상했던거와는 전혀 달랐던 작품. 너의 이야기의 경우는 '만들어진 기억'이라는 소재였지만 이쪽은 '기록된 기억'이라는 점에서 조금 차이가 나는 부분. 뭐 사실 차이점을 따지고 든다면 모든게 다른 작품이긴 합니다. 방향성도 그렇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가 완전 딴판이었던 작품. 뭔가 비슷한 구석이 있을 줄 알고 읽은 작품이었는데 말이죠.
이번작품은 솔직히 처음부터 끝까지 쭉 실망만 했던 작품이었습니다. 시작은 분명히 SF였던 것 같은데 너무 잡다하게 이것저것 막 섞어대다가 본래 맛인 SF 조차도 박살나버린 작품. 초반 컨셉 그대로 연쇄살인범을 따라하는 모방범 VS 연쇄살인범의 기억을 가진 주인공의 대결구도로 이어가는게 오히려 더 그럴듯한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
보통 이런 SF 작품이라면 작중에서 이것저것 설명하는게 '그럴듯한데? 라는 느낌이 들게끔 만들어야 하는데 이건 어째 설명이 다 어딘가 엉성해서 '아니 이건 좀 아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더 먼저 들 정도. 장면끼리의 연결도 매끄럽지가 않아서 읽다가도 내가 뭘 빼먹었나? 싶어서 다시 몇번씩 되돌아가게 만드는 부분이 많았던것도 마이너스 요소였는데, 이게 작품이 다 끝나서 에필로그를 읽을때까지도 이어져서 아주 승질이 날 수준. 캐릭터들도 하나같이 다들 흐리멍텅해서 다들 그놈이 그놈 같단 말이죠. 특히 마지막 에필로그를 장식한 그 캐릭터는 다 읽고나서도 진심으로 누구였는지 기억이 안나서 본문 검색으로 찾아냈었는데 본문에 언급도 몇번 안되던 캐릭터라는데서 다시 한번 딥빡.
그나마 한가지 괜찮았던 부분을 꼽으라면 '근미래 느낌'은 뭐 그럭저럭 괜찮게 내지 않았나 하는 점 정도. 나머지는 뭐 전부다 맘에 안들었다고 봐도 될 정도. 근데 저 근미래 느낌도 한~참 전에 노자키가 know로 제대로 보여줬던 부분이라 딱히.......뭐 저거야 노자키 아니어도 수두룩하겠지만.
스토브라는 나름 재밌게 봤던 작품이라(애니만 봤지만) 살짝 기대를 하고 봤던 작품이었는데........읽은 후에 이렇게 깝깝해지는 작품은 참 오랜만이었던 거 같습니다. 똑같은 단행본인 주제에 너의 이야기보다 300엔이나 더 비싸게 주고 산 작품이라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