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키 스가루의 개인 홈페이지에 올라오던 글 중에 노자키 마도에 관련되어 있는 글이 있길래 옮겨봤습니다.
※ 미아키 스가루(三秋縋)
대표작 : 스타팅 오버 / 3일간의 행복 / 아픈 것아, 아픈 것아, 날아가라 등
12/9 정보를 대하는 법, 작가로서 행복한 상태에 대해
노자키 마도씨의『바빌론』을 읽는다. 나는 보통 작가 이름에 경칭을 붙이지 않으려고 하지만, 노자키씨는 미디어웍스 문고의 첫 수상자이며 내가 개인적으로 만난 적이 있는 몇 안 되는 작가 중 한 사람이기 때문에 노자키씨라고 적는다. 이전에도 이 자리에서 『know』나『판타지스타 돌·이브』에 대해 다룬 적이 있는 걸 보면 알겠지만, 난 노자키씨가 쓰는 것들에 강한 관심을 갖고 있다.
6번째 작품에 해당하는 『2』까지의 노자키씨는 정의하기가 상당히 쉬운 작가였다. 「노자키 마도는 이런 작가다」라는 명료한 이미지가 있었다. 아니, 6번째까지 가지 않아도, 그 뒤에 나온 어느 장편도 최종적으로는 「초월적 존재」(기본적으로 그것은「여자」라는 모습으로 나타난다)를 그려내 독자를 멍하게 만드는 형식으로 일관되어 있다. 하지만『know』이후의 노자키씨는 확실히 그 구조는 변하지 않지만 상당히 교묘하게 여러가지 「장르의 탈」을 뒤집어 씌워서 작품을 그리게 되었다……라고 하면 단순해 보이지만, 이건 말은 쉬워도 막상 해보면 어려운 스타일이다.
『know』에서는 SF의 탈을,『이브』에서는 고전적 사소설의 탈을, 『바빌론』에서는 사회파 추리의 탈을 뒤집어 쓰고 있지만, 『know』에서 『이브』까지는 불과 2개월, 『이브』에서『바빌론』까지는 2년 1개월, 이 단기간에 각각의 장르의 클리셰를 상당히 높은 레벨로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2』에서 도킨스나 로렌츠등을 인용한 것에서「아, 이 사람은 착실히 책을 읽는 작가구나」라고 생각은 했지만(작가가 모두 책을 착실히 읽을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큰 착각이다. 내 경우엔 지난달 동안 10권도 읽지 않았다) 아마도 이 노자키 마도라는 작가는 인풋·아웃풋의 대사 속도가 이상할 정도로 빠른 거다.
그가 그런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은 (혹은 그 체질에 눈을 뜬 것은) 비교적 최근이 아닐까 한다. 확실히 자각하게 된 것은『know』를 탈고한 시점이 아닌가――본인에게 직접 들은 여러가지 이야기도 포함해서, 그런 식으로 생각했다.
부럽다, 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그의 흡수 속도나 유연함이 내게도 있었으면 하는 의미가 아니다. 노자키씨는 「작가로서 행복한 상태」에 돌입한거다.
생각건데, 우수한 작가와 그렇지 않은 작가의 차이 한가지는 「정보를 대하는 법」으로 따질 수 있다. 나는 아직 그 영역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확실히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뛰어난 작가라고 하는 것은 그에 맞는 과정을 거친 후에, 「정보를 빨아들이고 내뱉는 것이 즐거워서 견딜수가 없는」상태로 옮겨가는 모양이다.
일부의 우수한 작가나 정보선행형 장르 작가를 제외하면, 많은 작가는 우선 「내뱉는 기쁨」에 얽매여서 그대로 변함없이 언제까지나 얇은 정보를 계속 내뱉거나, 괴로운 표정으로 정보를 빨아들이기 시작하지만, 나는 이것을 「작가로서의 행복한 상태」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런 행복한 상태로 넘어가기 위한 열쇠로서「사람이 쓰는 것은 인용적이다라는 사실에서 벗어날 수 없다」라는 사실을 충분히 자각하고 수용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오랜만에 문장다운 문장을 써서 지쳤으니 이쯤에서 그만두자.
뭐 뒷부분은 둘째치더라도 저도 노자키가 책을 많이 읽고 그걸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능력은 확실히 있는 사람이라는 부분에는 꽤 공감하는 편입니다. 역시 저도 그걸 처음 느꼈던건 2를 다 읽은 후에 뒤에 적혀 있던 참고 문헌 목록을 봤을때였는데, 이런 것들뿐만 아니라 노자키 마도 극장 1권의 힉스 입자를 이용한 개드립이라던가도 가만히 보면 그딴걸로 개그 작품을 만들 생각을 하는 것 자체도 굉장하지 않나 싶습니다. 다른 출판사긴 해도 제5의 지평에서도 징기스칸 가지고 우주급 SF를 만들지 않나....아무튼 뭔가 평범한 사람이 아닌건 확실하죠.....
직접적으로 관련은 없지만 에로게쪽에서 책을 많이 읽는 라이터는 와타나베 료이치. 다른 라이터들은 뭐 잘 모르겠지만. 이 양반은 트위터에서도 그렇고 자기가 읽었던 책 얘기를 꽤 자주 하는편. 애초에 부업이 책 리뷰기도 하고.
그러고보면 미닛츠의 작가인 오토노 요모지도 상당한 노자키 팬이었는데, 따로 기록한게 없어서 뭔가 옮겨올만한게 없네요. 요샌 바빠서 그런건지 책 감상 트윗도 별로 안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