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에서 먼지만 먹고 있는 30인x30설, 관리되지 않은 크리에이터 하야카리 타케시편입니다.
슬슬 토노이케편도 읽긴 해야할텐데 네타가 무서워서...
하야카리 타케시의 초기 작품인 『나와, 우리들의 여름』『군청의 하늘을 넘어서』『바닷바람이 사라지는 언덕에』의 네타바레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근데 뭐 그렇게 대단한 네타는 없어서 피해는 별로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잘 되기만 하는 게, 사랑은 아니다.
a-park
1. 서장
하야카리 타케시의 손으로 만들어내는 연애 게임 시나리오를 상징하는 것. 그것은 대체 무엇일까.
수다스러운 문장과 모노로그에 의한 정중한 심리묘사일까? 그것은 단순히 하야카리 타케시의 문체에 대해 이야기할 뿐이다.
고무 제품(*1)에 대한 편집적인 집착일까? 그것은 시나리오가 아닌, 단순한 섹스신 묘사의 특징에 지나지 않는다.
주인공 이외의 시점에 의한 묘사일까? 그건 단순한 스타일의 문제이며, 이야기 그 자체를 이야기하는 관점으로서는 너무나도 불충분하다. 그렇기에 『바닷바람이 사라지는 바다에』에서는 하야카리 타케시는 그런류의 묘사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의 연애 게임 시나리오를 관철하는 요소일까?
결실을 맺지 못하는 사랑. 잃어버린 사랑. 다시말해 실연이야 말로, 연애 게임 시나리오라이터로서의 하야카리 타케시를 상징하는 요소가 아닐까. 그리고 그 축을 따라 이야기를 구축하기 위해 앞에서 말한, 눈에 들어오기 쉬운 특성이 그의 시나리오에는 자주 나오는게 아닐까.
본 원고에서는 하야카리 타케시의 작품 중 『나와, 우리들의 여름』『군청의 하늘을 넘어서』『바닷바람이 사라지는 바다에』(*2)에 대해 논해보기로 한다.
2. 반복되는 실연
실연. 즉, 사랑을 잃는 것.
연애 게임에 있어서 실연이라는 요소 자체는 특별히 보기 힘든 건 아니다. 흔히 말하는 배드 엔드, 히로인을 공략하지 못한 경우에 도달하는 것이라면 오히려 상당히 일반적이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다. 마찬가지로 주인공/플레이어에게 선택받지 못한 자의 시점에서 실연을 그리는 경우도, 고정되어 있는 좁은 인간관계 속에서의 연애 이야기, 예를 들면 삼곽관계등을 다루는 경우에서라면 드문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하야카리 타케시 작품 속에서는 실연이라는 요소는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 걸까.
하야카리 타케시의 시나리오 라이터 데뷔작인 『나와, 우리들의 여름』. 이번에 다루는 세 작품중 실연에 가장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게 본작이라고도 할 수 있다.
본작에서 공략대상이 되는건 메인 히로인인 이치무라 키리・서브 히로인인 쿠라바야시 아리카의 둘이지만, 키리를 얻지 못한 주인공, 주인공에게 선택받지 못한 키리의 이야기가 배드 엔드로 취급되는게 아니라 제대로 된 메인 스토리로서 존재하고 있다. 이것들은 각각 독립된 이야기가 아니라 주인공과 아리카・키리와 아리카(*3)의 1대1 연애 이야기의 뒷면을 그린것이지만, 그것은 결코 공략대상의 직접적인 결과에 머무는게 아니다. 성취한 사랑의 뒷면에 존재하는 잃어버린 사랑과 제대로 맞서서, 그것이 하나의 인생경험이 되는 모습을 이야기로서 다루고 있는 것이다.
묘사야 여러가지겠지만 결국은 바람직스러운 결말에 도달하지 못한 플레이어가 보는 것이며, 본래의 이야기로서 의도된 것이 아닌 배드 엔드의 실연과, 『나와, 우리들의 여름』의 실연은 정 반대에 위치하고 있다. 배드 엔드는 본래 이야기에서 바라보면 어디까지나 지엽말절(枝葉末節), 플레이어에게도 실패의 가능성을 주고 선택의 무거움을 증가시키기 위한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본작에서는 실연한 뒤의 이야기도 또한 본질인 것이다.
하야카리 타카시의 연애 게임 시나리오 라이터로서의 두번째 작품에 해당하는 『군청의 하늘을 넘어서』도, 선택받지 못한 자에게도 빛이 주어지는 『나와 우리들의 여름』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전시(戦時)하에서의 군상극적인 이야기인 것과도 맞물려, 어느 히로인도 스스로가 공략대상인 루트 이외에서도 한층 더 빛을 발하고 있다.
주인공에게 어느정도 호감을 보이면서도 최종적으로 선택받지 못한 쿠사카베 카나코 루트에서의 메인 히로인 미즈키 와카나. 카나코에게 호감를 보이면서도 그녀에게 선택받지 못하는 카나코 루트에서의 미즈키 토시하루(*4)등은 정말로 실연의 이야기라고 해도 좋을 정도.
소수의 캐릭터 중에서 농밀한 인간관계가 구축되어 있는 『나와, 우리들의 여름』과는 달리, 등장 캐릭터가 늘어난 만큼 인간관계도 보다 교착(交錯)되어 있는 것이 『군청의 하늘을 넘어서』인데, 본작에 있어서도 선택받지 못한 자들이 항상 메인의 주인공과 히로인의 1대1 연애 이야기의 뒷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이것은 발매후의 인기투표 결과를 받아 제작된 번외편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며, 주인공에게 호감을 보이면서도 최종적으로는 선택되지 않는 와카나의 입장에서 그려지고 있다.
반대로, 얻지 못한 자의 이야기, 즉 주인공의 실연 이야기에 대해서는 본작에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히로인도 공략 되지 못한 경우에는 배드 엔드를 맞이하여 이야기가 끝나는 부분은, 『나와, 우리들의 여름』과 선을 긋고 있는 부분이다.
세번째 작품인 『바닷바람이 사라지는 바다에』에서는, 앞서 말한 두 작품과 같은 직접적인 실연은 그려지지 않는다. 이것은 오로지 본작이 분기가 없는 외길 진행 작품이라는 특성이 원인이다. 처음부터 주인공 미야치 스스무와 메인 히로인 에노키다 미사오의 1대1 연애 이야기로서 스토리가 고정되어 있으며, 그 이외의 가능성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얻지 못한 / 선택받지 못한 자의 이야기가 구축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말한 하야카리 작품들 처럼 본격적인 실연은 그릴 수 없지만, 본작에서 최종적으로 주인공과 히로인이 이어지기까지의 과정은 다소의 엇갈림과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주인공은 완전히 히로인에게 차여 그녀가 다른 남자(*5)의 것이 되었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상, 하야카리 타케시의 작품에서는 무언가의 선택의 여지가 있는 경우에 있어서는 확실히 실연이 등장하고 있다. 외길 진행의 시나리오인 『바닷바람이 사라지는 바다에』도 다른 작품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자신이 차였다고 고민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메인이 되는 이상, 실연이 이야기의 커다란 요소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3. 실연의 가능성
이들 하야카리 타케시 작품의 실연 이야기에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것이, 하아캬리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히로인 시점에서의 묘사이다.
연애 게임에 있어서 히로인 시점의 묘사의 일반적인 효용으로서, 주인공에게 공략대상인 히로인들의 내면을 알기 쉽게 묘사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히로인 시점에서 그녀들의 눈을 통해 이야기되는 건 어디까지나 주인공과의 관계가 핵심이 된다.
하지만, 하야카리 타케시 작품에서의 히로인 시점의 경우에는 이것이 들어맞지 않는다. 주인공에게 선택되지 못하고, 그와의 관계가 거의 사라지게 되더라도, 변함없이 히로인의 시점에서의 묘사가 이어지는 것이다.
『나와, 우리들의 여름』『군청의 하늘을 넘어서』양쪽에서 히로인 시점의 묘사가 다수 사용되고 있는데, 이것은 단순히 주인공과 쌍을 이루는 히로인의 내면을 묘사하기 위해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바닷바람이 사라지는 바다에』에서 히로인 시점의 장면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분기가 없는 일직선이라는 점, 저가격 작품이라는 제작상의 형편도 있겠지만, 실연의 가능성이 게임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것도 이유로서 꼽아도 괜찮지 않을까. 반드시 주인공과 히로인이 이어지는 이상, 히로인측에서 이야기를 그려낼 필요성이 작아져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야카리 타케시 작품에서는, 주인공과 이어지지 않은 히로인이 그 뒤에 다른 남성의 고백에 마음이 흔들리거나, 다른 남성(*6)과 이어지거나 하는 것도 신기한 일이 아니다.
예를 들면 『군청의 하늘을 넘어서』에서의 히로인중 하나인 쿠사카베 카나코는 주인공의 친구인 미즈키 토시하루에게 호의를 받지만, 주인공이 다른 히로인과 이어진 경우에 그들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될 가능성이 여러군데에서 보여지고 있다.(*7) 마찬가지로 『군청의 하늘을 넘어서』의 메인 히로인 미즈키 와카나는, 주인공이 카나코와 이어져 자신이 선택되지 못한 후에는 다른 남자(*8)로부터의 고백에 마음이 흔들린다. 그것은 결코 주인공에 대해 마음이 바뀌거나 배신등이 아닌, 그녀들이 무수의 미래에서 얻을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이다.
잘 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배드 엔드로서 처리하고 마치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따위 없는 것처럼 꾸미는 것과는 정반대의, 어느 의미로서는 성실한 태도가 그곳에는 있는 것이다.
또한, 『나와, 우리들의 여름』의 오가와 토우코, 『군청의 하늘을 넘어서』의 시부사와 미키・사와무라 유키등의 비교적 나이가 많은 히로인들이 모두 다른 남자의 그림자를 연상시키게 하는 것도 특징적이다. 『바닷바람이 사라지는 바다에』의 에노키다 미사오도, 앞의 나이 많은 히로인들과는 다소 다르지만 옛 약혼자라는 형태로 분명하게 다른 남자와의 관계가 작중에서 드러나 있다.
그녀들은, 결코 주인공 한사람을 바라보며 그에게 사랑받기 위해 준비된 청순한 몸의 단순한 공략대상이 결코 아닌 것이다.
팬들 사이에서는 반쯤 농담으로 올라오는 집요하기까지도 한 콘돔 묘사도, 이런 태도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 거기서는 섹스는 현실에서 떨어진 포르노 그래피, 플레이어를 즐겁게 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캐릭터와의 H씬이 아닌, 연인끼리의 일상 풍경이며 평소 생활의 연장인 것이다.
그곳에서는 현실감 있는 피임에 대한 화제도 이후의 둘의 관계를 생각하는데 있어서 피할 수 없는 문제이며, 원하지 않는 임신등에 의해 현재의 관계가 무너지는 가능성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게 오히려 부자연스럽다.
이렇게 보면 하야카리 타케시의 섹스씬 묘사에 대한 태도는, 사랑이 성취되는 과정에서의 실연 가능성에 제대로 맞서는 태도와 그대로 이어진다는 걸 알 수 있다. 연애・섹스의 좋은 면, 마음 편한 면등을 드러내는 게 아닌, 그 뒤에 있을 괴로움과도 맞서고 있는 것이다.
4. 잘 되기만 하는 게, 사랑은 아니다.
그럼, 이런 어떤 의미로서는 현실감 있는 묘사를 고르는 의미는 어디에 있는 걸까. 실연의 가능성을 일부러 건드림으로서, 중고생 커플(*9)이 영원을 맹세하는 듯한 어린 연애의 익살스러움을 부각시키려는 걸까.
그건 너무나도 일면적인 견해일 것이다.
일반 연애 게임에 있어서는 맹목적으로 신봉(信奉)되기 쉬운, 연애의 절대적인 영속성(永續性)에 대해 냉혹하게 내치는 것과, 그 사랑 자체를 중요시 하는 건 모순되지 않는다. 이루어지지 않는 가능성에 대해서 눈을 돌릴 수 없기에 더욱, 현재의 사랑이 더 빛을 발하는 것이다.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라 해도, 그 자체의 가치는 부정되지 않는 것이다.
실연을 그림으로서, 역설적으로 성취된 사랑의 중요함, 소중함을 드러낸다.
게임 시스템의 힘을 빌려, 주인공을 위해 준비된 공략대상들과 반드시 이루어지는 연애 이야기보다도, 잃을 가능성과 맞서 사랑을 잃어버린 후의 인생에 대해 그리는 것을 피하지 않은 이야기를 고르는 것이 하야카리 타케시다.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도, 전하지 못했던 마음도, 모든건 인생 속의 한 장면.
연애 게임에서는 죄가 없는 것이라고들 이야기하는 연애의 절대성, 관계의 영속성에 대한 의심. 실연을 통해 그것을 그리고, 역설적으로 연애 그 자체를 부각시킨다. 그것이야 말로, 하야카리 타케시의 연애 게임 시나리오인 것이다.
*1. 쉽게 말해 콘돔
*2. 『나르키소스 3rd』에 대해서는 연애 게임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이번에는 포함하지 않기로 한다.
*3. 본작에서는 히로인끼리(즉 키리와 아리카)가 사귀기 시작해 주인공이 혼자 남겨진다는 루트가 존재한다.
*4. 메인 히로인 미즈키 와카나의 동생. 주인공의 친구
*5. 미사오의 옛 약혼자
*6. 『나와, 우리들의 여름』에서는 여성조차도
*7. 『군청의 하늘을 넘어서』초회판 특전인 하야카리 타케시의 소설 「밤마다, 꾸는 꿈을」은 게임 안의 어느 루트와도 다른 토시하루와 카나코가 이어지는 루트를 그리고 있다.
*8. 주인공의 친구
*9. 겉으로는 뭐라고 표현하던, 이번에 다룬 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의 대부분은 누가 봐도 중고등생이다.
아, 하고 싶었던 말이 다 들어가 있어서 딱히 할 얘긴 없네요. 아쉬운 점이라면 이게 너무 일찍 나온 글이라 최근 작품인 데와나쿠가 빠져있다는 점일까. 어떻게 보면 그거야말로 하야카리 시나리오의 완성형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아쉽다 아쉬워.
개인적으로는 실연을 그리는 쪽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입니다. 예전에 스타티레인을 좋아했던 이유도 그거였거든요. 실연이 없는 세상이 있을리도 없는거고, 다른 게임들처럼 히로인이 모두 주인공과 이루어지는게 아니면 할망구로 늙어죽는 인생인 게임들만 하는 것보단, 이렇게 쓴 맛도 보여주는 게임이 한두개 정도는 있어도 괜찮지 않나 싶습니다.
아 근데 클라나드의 캇페이 루트만큼은 쓰레기 맞습니다. 네. 내가 그것만 생각하면 지금도 잠이 안온다 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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