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의 오른쪽에, 왼쪽에, 위에, 아래에, 수많은 선택되지 못한 다른 이야기가 있다. 우리가 지나간 후에도 말은 살아남고, 말은 그것들을 이야기 할 것이다.
몇번이고 이야기 할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하는 자들도 또 역시 실패할 것이다. 우리처럼.
――히구치 쿄스케 『구조소자』에서
타이틀 : これは学園ラブコメです。 글 : 쿠사노 겐겐 일러스트 : 모치즈키 케이 레이블 : 가가가 문고 국내 발매 여부 : 미발매(2019년 4월 30일 기준) 평가 : 7.8 / 10
쿠사노 겐겐의 '이것은 학원 러브코메입니다.' 입니다. 하야카와 문고의 '최후이자 최초의 아이돌'로 그야말로 충격적인 데뷔를 장식했던 양반인데, 발매 당시에도 읽으면서 참 복잡한 감정이 마구 생겨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 쿠사노 겐겐이 하야카와 문고가 아닌 일반 라이트 노벨 레이블에서 내놓은 첫 작품. 이미 이 시점에서 쎄~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역시 호기심을 이기는 건 없는지라.......
일단 이번작품의 장르......는 뭐 작가도 그렇고 가가가도 그렇고 학원 러브코메디라고 바득바득 우기고는 있습니다만, 네 뭐 맞긴 합니다. 일단. 다만 그 이전에 이 작품에 장르라는걸 구분하는 의미가 과연 있는가 하는게 문제라면 문제겠죠. 간단하게 보면 메타픽션으로 모든 장르소설의 클리셰를 하나하나 박살내는 괴작. 이라고 볼 수있는데, 더 간단히 줄이자면 딱 두글자로 압축이 가능합니다. '개판'이라고.....
러브코메로 시작해서 SF와 판타지, 호러, 배틀물을 거쳐 다시 러브코메디로 돌아오는 기나긴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 아니 진짜 줄거리라고 할게 이것뿐인데 중간중간의 연결이 제정신인가 싶을 정도로 막 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데뷔작때부터 그랬으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수도 있는데 이게 좀 지나치게 패턴화가 되다 보니까 중간부터는 지겨워진다는게 큰 단점. 아이돌 때 처럼 짧은 단편이었다면 한번 싹 웃고 치워버릴 수 있으니까 괜찮은데 이번 작품처럼 분량이 좀 된다고 하면 아무래도 역시 금방 질려버리죠. 메타 요소를 우주 끝까지 탈탈 털어넣고 있기는 한데 바꿔말하면 이 부분에 재미를 못느끼는 사람이라면 책을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로 안맞을 작품. 제 경우도 이 선을 정말 아슬아슬하게 오고 갔습니다. 마무리를 오히려 진짜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렸으면 겐겐다워서 더 좋았을거 같은데 이 부분은 좀 아쉬운 부분.
그리고 다 떠나서 이런 이야기를 이런 구조로 쓸거였으면 소설보다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쪽이 훨씬 더 재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읽으면서 계속 들었습니다. 애니쪽에서 비슷한 작품을 찾자면 본즈의 스페이스 댄디. 뭐든지 OK라는 부분에서 두 작품이 상당히 많이 닮았죠. 읽으면서도 쭉 댄디 처럼 애니화로 했으면 재밌을텐데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또, 소설쪽에서 비슷한걸 찾아보자면 아무래도 역시 노자키 마도 극장. 마도 극장에서도 비슷한 소재를 가끔 다루기도 하다보니까 꽤 비슷한 느낌으로 읽곤 했습니다. 대신 마도 극장은 이렇게 길게 질질 끌지 않았으니까 괜찮았는데 말이죠. 아무래도 역시 이런 스타일은 길게 가면 안되는듯.
뭐 종합적으로 보면 실험작인거 치고는 꽤 괜찮은 '장난감'이었다고 보는데, 이걸 '이야기'로서 따져본다면 한도 끝도 없이 밑바닥에 가까운 이야기였습니다. 다만 그 실험자체가 재미있는 부분도 있기는 해서 쿠사노 겐겐의 스타일을 전혀 모른다면 뭐 한번쯤은 속는셈치고 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임은 안 지겠지만.
하야카와쪽에서도 같은 날에 신작을 발매했었는데 이쪽도 또 정신나간 소재에 미묘한 반응이라 이걸 읽어야 할지 꽤 고민중. 하야카와는 세일을 자주하는 것도 아니라 세일을 기다려서 보기도 뭐하고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