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상업쪽 크리에이터가 동인쪽에서 게임을 내는건 반칙이라고 생각해요.
남의 밥그릇은 탐내면 안되죠. 암.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듯이, 이번엔 총 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각 에피소드를 담당한 라이터도 다르죠.
'사신의 신부'는 '히마와리'로 유명한 고-가, '-Ci- 시러스의 높이에'는 산토 히비키, '메시아'는 '군청의 하늘을 넘어서'의 하야카리 타케시, 그리고 마지막 에피소드인 '작은 이리스'는 나르키소스의 원작자인 카타오카 토모가 맡았습니다.
산토 히비키 같은 경우엔 나르키소스 3rd가 데뷔작이 된 케이스로, 최근에는 네코네코 소프트에서 소라이로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사실, 나르키소스보다 코튼 소프트에서 엠버 쿼츠에도 참여했지만 그쪽은 서브라.
홈페이지를 보면 처음부터 목표는 네코네코 소프트였던 모양. 결국 입사했으니 메데타시 메데타시.
보통 처음 시작하게 되는 고-의 '사신의 신부'는 기존의 시리즈가 '7F의 환자들'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됐던 것과는 달리 의사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게 가장 큰 특징입니다. 시점은 다르지만 결국 사생관을 테마로 한 시나리오라는 부분은 변함이 없으며 이 부분을 고-의 최대 무기인 깔끔한 텍스트로 이끌어 나가는 부분이 볼 거리죠. 개인적으로는 사생관도 사생관이지만 노력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가장 보기 좋았지만요.
내용이 내용인지라 히마와리처럼 폭풍반전이라던가 그런건 없습니다. 하지만 히마와리에서 반전에만 희열을 느끼지 않고 텍스트에도 매력을 느낀 사람이라면 충분히 만족할만한 퀄리티의 시나리오였습니다.
두번째로 '-Ci- 시러스의 높이에' 산토 히비키의 첫 단독 시나리오.
나머지 라이터 셋이 워낙 뛰어난 사람들이었던지라 가장 걱정스러웠던 부분이 이쪽이었습니다. 하지만 생각외로 재밌게 나왔던 시나리오이기도 했구요. 물론 가장 기대치를 웃돌았던건 카타오카의 이리스였습니다만.
이쪽 시나리오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너무 시리어스로 똘똘 뭉친 시나리오가 아니라는 점이죠. 웃음과 시리어스가 가장 균형 잡힌 시나리오가 아닐까 합니다. 특히 치사토에 아구미 오토를 기용한 덕분에 한층 더 빛이 나기도 했구요. 하지만 시나리오의 위치가 '사신의 신부'의 바로 밑인 탓에 아무래도 텍스트 부분에서는 한참 뒤떨어지게 느껴지는듯. 단독으로 보면 그렇게까지 나쁜건 아닌 것 같은데 말입니다.
뭐, 꼭 순서 지켜서 할 필요는 없지만요. 이리스는 마지막에 해야하지만.
시리어스 부분에 관해서는 아무래도 역시 네 시나리오 중 가장 포스가 떨어지긴 합니다.
하지만, 일반 환자가 7F로 가게 되면서 보여주는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심리 묘사는 꽤 볼만하지 않나 싶습니다. 특히 치사토.
남여 커플을 두고 두 시점으로 진행되는 경우야 종종 있지만 이쪽의 경우엔 비중이 치사토쪽에 몰려 있죠. 남자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외부인'으로 선을 긋고 있고. 그래서 치사토의 속마음이 더 가슴아프게 느껴지는거겠지만요.
세번째, 하야카리 타케시의 '메시아'
메시아는 다른 시나리오들과는 또 다르게 '남X여'의 얘기가 상당히 적습니다. 아니, 거의 여자가 엑스트라 수준이죠. 메인 테마도 사생관이라기보단 우정쪽에 더 가깝고.
텍스트 부분에서는 아마 네 시나리오 통틀어 가장 안 읽히는 텍스트가 아닌가 합니다. 안 읽히는 하야카리 게임은 군청도 있긴 하지만 군청도 그렇고 메시아도 그렇고 재밌어지는 구간이 꼭 존재합니다. 군청의 경우에는 카나코 루트였죠. 그때부터 그랜드 루트까지.
'사신의 신부' 처럼 이쪽도 주인공 하나가 의사죠.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점점 친구로 변해가는 과정이 핵심.
하지만 우정이 가장 큰 테마이면서도 사생관이라는 부분도 역시 소홀히 하진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이건 나르키소스니까요.
그래도 역시 네 시나리오 중 가장 나르키소스와 거리가 멀어 보이는 작품이라는건 부정할 수 없지 않나 싶습니다. 플레이하는 동안에도 계속 그렇게 느껴졌구요.
마지막으로 카타오카 토모의 '작은 이리스'
나머지 세 시나리오와 가장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시나리오입니다. 이건 7F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단독 시나리오니까요.
7F라는 틀을 벗어나 나르키소스의 핵심인 '사생관'만을 살려 다른 이야기로 살려낸게 바로 이 시나리오죠.
시대배경, 캐릭터 등 모든 부분에서 현실과는 거리가 먼, 동화 같은 구성을 하고 있는게 가장 큰 특징입니다.
텍스트나 시나리오의 분위기는 카타오카 토모의 과거작인 은색, 특히 1장, 5장과 상당히 비슷한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론 이리스를 더 좋아하지만.
전체적인 부분에서 따져보자면, 아무래도 가장 신경 쓰이는게 원화죠.
부기팝으로 유명한 오가타 타케시. 뭐 확실히 기존의 고토P를 쓰기엔 좀 무리가 있는 시나리오들 투성이였지만 오가타는 원화 자체가 상당히 불안정한지라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예 완벽하게 병신이라면 포기라도 하겠는데 괜찮다 싶은건 꽤 괜찮거든요. 뭐, 기본적으론 이상하다 쪽이 더 크긴합니다만.
최근 작품들 중에선 역시 츠쿠토리때가 가장 안정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이 양반은. 미스테리트OSC 때도 밸런스는 그럭저럭 괜찮았고. 근데 왜 이것만 이 모양이지? 그래도 역시 가장 좋았던건 ZAP지만 이건 너무 오래된거라.....벌써 14년전이네.
이번에도 음악엔 꽤 힘을 썼는데 가장 눈에 띄는건 역시 SENTIVE죠. 프리 소재 한무더기 풀어놓고 상업이든 동인이든 쓸테면 어디 맘껏 써봐라 하는 좆간지 포스의 집단이라. 그런 SENTIVE가 제대로 일을 한거니 퀄리티는 프리보다 물론 훨씬 높습니다. 특히 一号線이나 7F, 耐える冬같은 곡들. 재탕곡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한가지 소재를 나누어서 쓰는 기획 같은걸 상당히 좋아합니다. PUSH에서 진행하는 Amazing tale이라던가.
뭐, 이것도 타케이 이후로는 안 읽어서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아마 요샌 안하죠 이거?
단순히 한 게임을 여러 라이터들에게 쓰게 하는 것보다는 라이터들에게 소재만 던져주는게 더 안정적이기도 하고, 개인차가 확연히 드러나는 방법인 만큼 전범을 찾아내기도 쉬......운건 상관없나.
나르키소스에 앞으로도 후속작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온다면 아무래도 역시 또 기대를 하게 될 듯.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벽이 높아지니 불안하기도 하지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낫게 해줄 수 없는 환자를 못본척 내버려둬도 괜찮은 건 아닙니다!
의사로서…절대로 포기해서는 안되는 겁니다.
그걸 위한――7F이라구요.
그건 움직이기 시작한 엘레베이터 안.
7층에 갈 결심은 돼 있었을텐데…
그 각오도 되어 있었을텐데…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내 마음쯤은 확실히 전해뒀으면 좋았을지도 모른다.
오빠는 분명, 말하지 않아도 알아줄테지만…
그래도, 역시, 이 마음정도는…
이 마음만은, 제대로 전해야 하는건데…
난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조용히, 울었다――
「그게……남자의 삶이라는 거야……」
- 메시아 中
혼자서 태어나 혼자서 죽을뿐.
…만약 그게 유일한 진실이라면…
난 아직, 그 이유를 모른다.
하지만, 눈을 뜬 그녀의 눈물을 멈추게 할 수 있는건,
물론 그 사람의 미소였다.
…잘 자, 이리스.
그렇게 말하며, 잠을 재울때는,
언제나 그 미소를 보여주었다…
…마음속의 구멍을…메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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