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카노 소우의 라부다메 2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1권이 정말 시리즈의 스타트로서 완벽한 한권이었던 탓에 기대를 많이 하고 있는 시리즈.
이번 권은 정말 예상외로 카츠누마 아유미의 에피소드입니다. 캐릭터를 보나 1권의 내용을 보나 이렇게 바로 써 먹을 만한 캐릭터는 아니지 않나 싶었는데 막상 읽어봐도 역시 2권에서 바로 써 먹은 건 실패가 아니었나 싶은 마음이 꽤 들었습니다. 작가가 뭘 쓰고 싶은건지는 알겠는데 이걸 이렇게 후다닥 처리하기에는 아유미라는 캐릭터가 너무 아깝단 말이죠. 뭐 사실 실망했던 부분은 이것만이 아니긴 한데, 일단 가장 큰 부분은 2권에서 써 먹기는 너무 이른 캐릭터였다는 점.
이 내용으로 이 캐릭터에 대한 에피소드를 쓰려고 한다면 1권이 아니라 최소 2권 이상에 걸쳐서 내용을 분산시켜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내용의 분배가 조금 이상하죠. 전반부가 지나치게 길어요. 후반부를 위한 빌드업이라고 하기엔 분량을 앞에서 다 먹어치워버려서 후반부가 사실상 별 내용이 없단 말이죠. 다루는 내용은 꽤 괜찮은데도 불구하고. 하다못해 전반부를 좀 쳐내고 아유미의 고립을 조금 더 길게 그리던가 하는게 맞지 않았나 싶습니다. 뭐 이거 말고도 갈등이 정말 말도 안되게 호다닥 해결되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좀 어처구니 없지 않나 싶기도 했습니다만. 이런쪽에 살을 좀 더 붙였어야 했는데 말이죠.
그리고 독자가 아유미라는 캐릭터에 좋은 감정을 가질만한 요소가 사실상 없다시피 했던지라 후반부에 갑자기 이렇게 틀어버리는건 좀 뜬금없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전반부에 분량 다 먹지 말고 여기다가 좀....! 갭모에를 노린다고 해도 어느정도 납득은 되는 선에서 해야되는데, 그럴만한 밑밥이 너무 부족했죠. 솔직히 오타쿠쪽 에피소드 같은건 따로 빼도 됐을거 같은데 말이죠. 굳이 여기에 넣어야 했나?
중간중간 짧게라도 아유미 시점에서 과거 이야기를 좀 넣던가 했으면 이 부분이 어느정도 해소가 됐을거 같기도 한데 이 부분은 또 아야노한테 넘어가 있다는게 문제. 사실 이번권은 아야노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는데다 실제로도 하는게 거의 없단 말이죠. 그런데도 굳이 넣어야 했을까 하는 의문만 남았습니다. 에필로그쪽에 넣던가 아니면 그냥 아예 다 치워버리고 메이쪽 에필로그만 남기는게 더 깔끔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읽는 내내 만족스럽지 못한 이번권이었지만 막판에 일러스트 한장에 마음이 좀 흔들리긴 했습니다. 일러스트를 정말 잘 만난 작품. 이번권은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여전히 뒤가 궁금한 에필로그를 깔아놓고 있는 탓에 별일 없으면 다음권도 읽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