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것만은 확실하다. 내 여동생은 숨을 쉬고 있다. 이 이야기는, 그렇게 이름 지어진 세계다.
타이틀 : ぼくの妹は息をしている(仮) 글 : 로쿠로 케리마 일러스트 : 센챠 레이블 : 전격 문고 국내 발매 여부 : 미발매(2019년 11월 17일 기준)
평가 : 7.0 / 10
로쿠로 케리마의 데뷔작인 '내 여동생은 숨을 쉬고 있다(가칭)'입니다. 원래는 카쿠요무쪽에서 연재되던 웹소설. 웹소설쪽은 이미 2년 전에 완결. 그렇게 따지면 서적화 되기까지 시간이 꽤 많이 걸린 편이죠. 웹소설이 완결났으니 당연히 서적판쪽도 이 한권으로 완결. 뭐 애초에 뒷 얘기가 필요한 작품도 아니니까....
이 작품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명작이 되지 못한 괴작'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괴작인 만큼(?) 당연히 표지나 타이틀이나 줄거리는 모조리 훼이크. 물론 줄거리가 딱히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어딜봐도 함정이죠 함정. 그리고 저도 줄거리에 낚인 한 사람. 한동안 소꿉이가 메인인 작품만 봐와서 간만에 여동생으로 틀어 볼까? 했더니 이런 사단이....
이번 작품은 여러 의미로 라노베로 만들기엔 부적절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상당히 많이 들었습니다. 일단 내용부터가 라노베에 담기엔 너무 방대했고, 글자만으로 모든걸 표현해야 되는 매체의 특성과 극악의 상성을 가진 문장이라는게 가장 큰 이유. 개인적으로는 정말 술먹고 쓴 글인가 싶을 정도로 산만한 문장이었습니다. 작품 전체에 철학적인 요소가 꽤 많은 편이긴 한데 이게 정도가 너무 지나친단 말이죠. 분명히 어딜봐도 장면묘사에 힘을 써야 될 부분인데 주인공의 쓸데없는 망상으로 줄창 다 채워넣는다던가. 그 이전에 문장 자체를 끊어서 써야 되는데 계속 그냥 이어놔서 읽기 상당히 피곤합니다. 이게 게임처럼 이미지로 보완이 가능하다면 또 얘기가 달라지겠는데 삽화 제한이 있는 라노베인데다가 들어가 있는 삽화도 딱히 중요한 장면에 들어가 있는 경우도 별로 없어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대부분이 그냥 챕터 표지 역할만 한다는게.....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가장 많이 생각났던건 전성기 때의 후카자와 유타카의 게임들. 대표적으로 서음이나 2nd love나 세컨드 노벨이나. 수법도 좀 비슷하고 소재도 살짝 비슷하고...그래서 더욱 이게 라노베로 나왔다는게 참 안타까운 부분. 요즘같은 타이밍에 이런 소재로 에로게 만들면 틀림없이 흥할텐데 말이죠. 시나리오 중심의 에로게가 거의 전멸이다시피한 상황이라. 뭣보다 오타쿠가 가장 좋아할 소재라는 것도 있고.
결국 문장이 너무나 안 맞았다는 점도 있고 이야기의 연결이 좀 부실했다는게 큰 마이너스 요소였는데, 그래도 내심 누군가는 이 작품을 읽어줬으면 하는 마음도 약간은 들었습니다. 좋았던 부분보다는 아쉬운 부분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작품. 근데 양심상(?) 대놓고 추천은 못하겠단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