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형세가 불리해지면, 버티기보다도 포기할 곳을 찾는듯한 수를 두곤 했습니다. 하지만」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고, 똑바로 앞을 향해 쿠즈류는 말했다.
「아무리 더러운 기보를 남긴다 해도, 지는 것보단 낫다고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이제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다. 그게 전부입니다」
타이틀 : りゅうおうのおしごと! 글 : 시라토리 시로 일러스트 : 시라비 레이블 : GA 문고 국내 발매 여부 : 미발매(2017년 1월 30일 기준) 평가 : 9.4 / 10
시라토리 시로의 새 시리즈, '용왕의 일!'입니다. 작가의 대표작이라고 하면 역시 '농림'. 얼마전에 농림을 어디까지 읽었나 싶어서 찾아봤더니 3권까지 밖에 안 읽었더라구요? 체감상(?)은 한 10권은 읽은 기분이었는데 어쨌든. 2017년 코노라노 문고 부문 1위도 따냈고 시리즈 누계 30만부도 뚫었으니 보나마나 번역판이 나오긴 할텐데 생각보단 많이 늦는 모양. 뭐 때 되면 다 알아서 나오겠지만서도....계약은 했겠지?
사실 저도 시라토리 시로를 제일 처음 봤던 건 농림 1권이었습니다. 1권이 나온지 한두달쯤 지났을때(일본 발매일)였던거 같은데 농림에 등장하는 수많은 패러디나 삽화&폰트를 이용한 개그를 보면서 실컷 웃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양반은 이게 한계인가' 싶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4권에서 놔버린 이유중에 하나도 그거였습니다.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패러디로 웃기는건 어디까지나 '아는 사람'만 웃을 수 있는 내용이라 썩 좋아하지는 않거든요.
아무튼 그렇게 '개그'쪽으로 전력을 쏟는 농림이었던 탓에 이번 용왕 시리즈도 한참동안 손을 안대고 있었는데 막상 읽어보니 생각했던거랑 정 반대로 가고 있었습니다. '웃기는' 작품에서 '좋은 이야기'가 있는 작품으로요. 애초에 농림은 시리어스는 물론이고 개그에 너무 매달리는 탓에 캐릭터까지 다 작살을 내버려서 러브코메로서도 영 시원찮았던데에 비해 용왕은 오히려 대부분이 시리어스. 그것도 처음과 끝이 확실하게 이어지는 '이야기'로서 제대로 작동을 하고 있다는 (당연한) 부분이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질 정도. 농림이야 뭐 줄창 개그용 단편 에피소드만 넣다고 막판에 끝맺음용으로 시리어스 조금 넣는 식이었던지라 이렇게 제대로 된 이야기를 썼다는게 갭모에(?)로 작용했습니다. 심지어 주인공(+히로인)의 성장이야기를 들고 올거라고는 더 생각도 못했구요.
농림에서 늘 써먹었던 삽화 장난......까지는 아니지만 삽화를 이번에도 꽤 잘 사용하고 있죠. 개인적으로 베스트로 꼽는건 역시 아이와 야이치의 첫 대국 씬. 저는 전자서적으로 읽었지만 이 부분은 책으로 읽는게 더 맛이 잘 살아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근데 애초에 삽화가 살짝 적은감이 있어서...프로필 이미지가 들어가서 그런진 몰라도.
살짝 아쉬웠던 부분이 캐릭터인데.....이야기를 진행하느라 캐릭터를 제대로 못 살린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 아이랑 긴코랑 으르렁거리는 씬이라던가는 좀 더 자주 나왔으면 했는데 의외로 긴코가 생각보다 자주는 안나왔다는게 좀 아쉬운 부분. 이거는 뭐 이후 시리즈에서 기대해보기로 하고.......개인적으로는 아이가 간간히 사투리 섞어쓰는거나 긴코한테 사투리로 욕하는 씬이 꽤 재미있었습니다. 아이는 뭐 그거 말고도 말 끝마다 (>_<) 붙이는 것만 해도 매력 터지긴 하는데....
살짝 콩깍지가 쓰인 감상이긴 한데 뭐 한숨 자고 일어나서 생각해도 크게 차이는 안 날거 같으니 그냥 이대로 가기로. 뭐 아무튼 '성장하는 주인공'을 보는게 은근히 오랜만이라 점수를 꽤 후하게 줬습니다. 요즘 읽은건 이상할 정도로 다들 이미 강하거나 성장할 생각이 없는 주인공들 뿐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