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센도 유우키의 '낙원이란 탐정이 없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샤센도의 정통 미스터리 작품은 이번이 처음. 그동안은 작품들 중에서 항상 비정상적인(?) 연애물만 쏙쏙 골라서 읽곤 했었는데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분 건지 저도 모르게 구매. 아마 트위터에서 얘기 나왔던걸 보고 샀던거 같기는 한데......
사실 샤센도가 데뷔도 미스터리 작품이었으니 이쪽이 본진이라고도 할 수 있을거 같긴한데 묘~하게 미스터리쪽 작품들은 손이 잘 안 가더란 말이죠.
이번 작품의 주제는 '한사람을 죽이는 건 괜찮지만 두사람을 죽이면 지옥에 떨어지는 세계'를 무대로 한 연쇄살인 이야기입니다. 무대도 개인 소유의 자그마한 섬으로 잡아놓고 아주 제대로 미스터리 작품이라는 어필을 하고 있습니다. 저도 이 독특한 테마에 낚여서 구매를 하긴 했는데....결과적으로는 음....
읽으면서 맘에 안드는 부분이 몇가지 있었는데, 첫번째가 연쇄 살인사건인데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긴장감이 없었다는 점. 보통 이렇게 사람이 죽어나가면 서로 의심하고 만나려들지도 않고 막 도망치겠다고 난리치고 그럴텐데 다들 일찌감치 포기하는게 영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습니다. 그야 뭐 처음부터 탈출이 불가한 상황이니 결과적으로 포기하게 되는건 맞는데 그래도 너무 간단히 포기하는 것도 그렇고 다들 멘탈이 상당히 딴딴한게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
두번째로는 '탐정'의 이야기가 너무 많습니다. 보통 이런 연쇄살인을 다루는 추리물이라면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게 일반적인데 이 작품은 '탐정'인 주인공을 중심으로 흘러간다는게 개인적으로는 완전히 기대를 빗나갔던 부분. 이 주인공으로 과거를 질질 끌어가면서 이야기를 풀어갈거면 굳이 이런 독특한 설정의 살인사건은 필요도 없지 않나 싶단말이죠. 애초에 여기 올 필요도 없었을거 같은데.
반대로 이 설정을 살릴거였으면 주인공의 이야기를 이렇게나 잔뜩 풀면 안되는 거였죠. 독자 입장에선 2명 이상을 죽일 수 없는 상황에서의 살인 사건이 일어난 마당에 탐정의 과거따윈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게 일반적일거 같은데??? 트릭이나 사건의 진상이나 이런쪽이 더 궁금하지.
그 외에는 등장인물이 너무 많은데다가 이야기가 자꾸 과거와 현대를 왔다갔다해서 캐릭터간 구분도 잘 안될 지경이었다는 점 정도. 이건 뭐 저만 그랬을 수도 있는데 제 경우는 사실 작품 끝날때까지도 일부는 구분을 못할 지경이었습니다. 다 읽고나서 등장인물 소개를 다시 보고 대충 감이 잡혔을 정도.
마지막으로 중요한 트릭 부분도....읽으면서도 좀 태클을 걸고 싶어지는 부분이 꽤 있었습니다. 근데 인물들은 다 납득하고 있으니 뭐 볼장 다 봤죠. 일단 말은 되는데 구멍이 숭숭 뚫린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꼭 그렇지만도 않을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반은 되는거 같았습니다. 추리라기보단 답맞추기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솔직히 건질만한 부분은 하나도 없다고 봐야 할 정도였습니다. 아마 샤센도의 미스터리 작품은 앞으로도 어지간하면 손을 댈 일이 없을 정도로 말이죠. 사실 연애물쪽도 퐁당퐁당 기질이 좀 있는 양반이라 앞으로도 계속 봐야할지 좀 고민스러운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