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샌가 이쪽 카테고리도 글 수가 100개를 넘어갔길래 번호를 붙이기로 했습니다. 매번 세기 귀찮아서
코바야시 야스미의 앨리스 죽이기입니다. 2014년판 이 미스테리가 굉장해! 국내편(일본편) 4위에 랭크된 작품. 이 양반의 작품 중에 국내에 발매된 건 단 두 권뿐.
타이틀과 표지로 알 수 있듯이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갖고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물론 그쪽을 읽지 않았어도 간단한 배경지식만 있으면 미스테리 작품으로서는 충분히 즐 길 수 있는 편. 뭐 사실 그것도 없어도 상관은 없습니다만. 대신, 원작은 물론이고 루이스 캐럴의 다른 작품인 스나크 사냥이라던가 하는 작품들도 읽지 않았으면 정확하게 알고 넘어가지 못할 부분이 몇군데 존재하기는 합니다. 거기다 이 작품 내에서도 그에 관한 설명이라든가는 없으니 상당히 불친절한 부분이죠. 뭐 요즘이야 검색 조금 해보면 다 나오니까 그나마 낫긴 한데, 그래도 불친절한 사실엔 변함이 없으니 이 부분은 좀 마이너스 요소. 원작처럼 상당히 심한 말장난이라던가는 그렇다 치고 스나크 사냥에 관한건 아마 거의 모르지 않나 싶습니다. 아니 미야베 미유키 때문에 좀 알려졌으려나.....?
'이상한 나라'의 사람이 죽으면 '지구'에서의 누군가도 죽게 되는 그런 세계를 가지고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챕터별로 이상한 나라와 지구로 무대가 바뀝니다. 양쪽 세계가 링크되어 있다는 걸 이용해서 이상한 세계쪽에서 하나씩 죽여가는 뭐 그런 이야기. 띠지에 적혀있던 '아무리 주의깊게 읽어도 이 진상은 알아채지 못한다'라는 말도 딱히 틀리진 않는 내용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띠지의 문구가 가장 큰 힌트. 의외였던 점은 트릭이 범인쪽에 있는게 아니라 탐정(?)쪽에 있었다는 부분. 뭐 이렇게 보면 미스테리 소설로서는 그럭저럭 재밌는 편에 속하지만 이 뒤에 어마어마한 놈이 있었으니........그건 바로 범인의 사형 씬. 이야기의 끝을 장식하는 사형씬인데 이게 상당히 그로테스크하게(그리고 유머러스하게) 그려진 탓에 미스테리 소설을 읽고 속이 후련했던 기분이 상당히 찝찝하게 끝이 나 버립니다. 솔직히 이 부분은 빼버리는게 정답이었을지도. 아마 이 작품을 읽은 사람은 열이면 열 이 부분에 대해 얘기 할겁니다. 틀림없이. 이렇게 드럽게 징그러운 묘사는 얼마전에 읽었던 소녀정국도 마찬가지긴 한데, 그쪽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작품이라 오히려 그쪽이 더 친절할 지경.
뭐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그럭저럭 재밌게 읽기는 했습니다만 뭔가가 부족한 느낌이랄까, MSG가 빠진 요리를 먹는 그런 기분이라...비유하자면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읽은듯한 기분. 이상한 나라에서의 살인 씬도 은근히 잔인한게 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