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키 스가루의 신간인 '너의 이야기' 입니다. 미아키 스가루가 미디어웍스 문고 외의 레이블에서 쓰는 첫 작품이고 그중에서도 SF 전문 레이블인 하야카와였던 탓에 발매 소식 자체가 꽤 충격적이었던 작품입니다. 뭐 저만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 더구나 이게 또 2년만의 신작이란 말이죠. 항상 1년 안에는 신간이 나오곤 했었는데.
최근에 전격~MW문고 출신 작가들이 하야카와로 넘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대부분이 꽤 좋은 평가를 얻고 있었던만큼 이 작품도 굉장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당장 발매 첫날에 중판이 결정될 정도로 물량이 딸렸으니까요. 곧바로 4쇄까지 찍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그 후는 모르겠습니다. 문고본이 아니라 단행본으로 나온탓에 가격이 좀 쎈데 말이죠.....물론 전자서적도 마찬가지로 비싼 1350엔. 그나마 전자서적이 쬐~끔 싸긴 합니다. 기간한정인지는 모르겠지만 킨들은 10% 포인트백도 있고.
아마존 리뷰는 한 보름정도는 만점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최근 들어서 살짝 까였습니다. 대충 지금 점수로 유지될거 같기는 한데.....(4.6/5.0 리뷰건수는 16건이고 88%가 만점)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소꿉친구가 현실에 나타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내는 기억인 '의억(義憶)'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는 이야기......긴 한데 뭐 어디까지나 핵심 소재로 다루고 있을뿐이지 작품 자체는 평소의 미아키 그대로. 아니 어떤 의미로 보면 가장 미아키 성분(?)이 지독할정도로 진한 작품입니다.
기존 작품이나 트위터에서 가끔 쓰는 내용들을 보면 기본적으로 '불행한 이야기'를 굉장히 좋아하는 양반이죠.정확히는 '객관적으로 보면 불행한데 어떤 의미로는 행복한 이야기'를 미친듯이 좋아하는 양반.바꿔 말하면 '찝찝한 결말'. 사실 이 부분이 호불호가 꽤 큰편이라 개인적으로는 굳이 따지자면 불호에 가까운 편이었습니다.첫 만남이었던 전화 시리즈는 뭐 그럭저럭 허용수준이긴 했는데 기생충이 가장 불호가 컸던 작품. 항상 이야기하지만 기생충은 전반부가 기가막히게 좋았단 말이죠....뭐랄까, 이렇게 '어딘가가 부족한 주인공과 히로인이 서로를 채워주는 이야기'를 다루는 작가중에선 확실히 원탑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생충의 전반부를 좋아하는 이유도 이 부분이었고 이번 '너의 이야기'를 상당히 높이 평가하는 이유도 이 부분입니다. 말하자면 기생충의 전반부를 확대시킨게 이 작품이 아닐까 싶거든요.
틀림없이 행복한 이야기면서 동시에 상당히 고독한 이야기였습니다. 이건 뭐 주인공의 입장에서도 그렇고 히로인의 입장에서도 그렇고 처음부터 끝까지 고독하기만 했던 작품이라 밝은 이야기를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처음부터 끝까지 맞지 않을 작품. 근데 뭐 작가보고 작품을 고르는 사람들이야 대부분 알고 읽을테니까 별 문제는 없....나?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을 꼽아보자면전반부에서 보여줬던 의억들 전부. 솔직히 이건 소꿉친구 속성을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비겁한 에피소드들이란 말이죠.....소꿉친구 속성이 없어도 좋아할 수 없는 수준으로 만든 에피소드들이라 뭐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그중에서도 가장 좋았던건 첫만남 부분.어린 애들이 자전거타고 모험이랍시고 나가는 장면은 아무리봐도 참 좋은 거 같단말이죠. 지들이 가봐야 고작 코앞일텐데 모험이랍시고 다니는게.
그 외의 부분이라면 여름방학 기간의 에피소드, 그리고 엔딩. 특히 엔딩은 기존의 미아키 작품의 결말이 영 찝찝했던데에 비해 너무 취향에 잘 맞는 엔딩이었습니다. 엔딩씬 읽으면서 당장 딱 떠올랐던 작품이 하나 있었는데 미묘하게 스포일러가 될거 같아서 음음. 힌트는 기차 건널목.
전자서적 발매가 종이책보다 꽤 늦어졌던탓에 다른 리뷰를 먼저 보고 읽어서 기대치가 미친듯이 올라가있던 상태였는데도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사실 엔딩빨이 좀 큰거 아닌가 싶긴한데 뭐 아무튼 좋은게 좋은거라고. 사실 미아키 초기 3작품은 여태 안읽고 있었는데 이제 슬슬 읽어볼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근데 이거 읽는 것보단 미아키가 신간을 하나 더 내는게 빠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