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코네코 소프트의 신작인 유키이로입니다. 이로 시리즈하니 하다가 쳐박아둔 소라이로가 생각나는데 그건 뭐 그거대로 언젠간 하지 않으려나 합니다. 장담은 못하지만.
일단 이번 작품은 이로 시리즈인만큼 미즈이로 시스템을 그대로 계승하긴 하는데 전작인 소라이로의 시스템과는 달리 이번엔 미즈이로의 시스템을 그대로 탑재. 과거편에서 선택한 히로인의 월드에서 또 메인 루트와 서브 루트로 나뉘는건 나름 괜찮지 않나 싶었는데 반응이 별로 시원찮았는지 이번작에선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래선진 몰라도 분량이 상당히 줄어든 느낌. 총 플레이 타임으로 따지면 20시간 전후니 그렇게 짧진 않아보이는데 히로인이 5명이라...
이번 작품은 크게 카타오카 토모를 비롯한 네코네코 라인과 외부인 하야카리의 두 파트로 분류가 되는데 네코네코 라인은 소라이로 같이 라이트한 학원물의 분위기고, 하야카리쪽은 평소의 하야카리 그대로 가고 있습니다. 덕분에 하야카리 혼자 따로 논다는 평이 지배적. 물론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구요. 일단 글의 퀄리티 차이를 떠나서 하야카리는 네코네코쪽 작풍과는 상당히 안 어울리거든요 이게. 차라리 옛날 은색 만들던 시절처럼 사람 죽는 얘기라도 쓴다면 또 모를까. 이 미즈이로 시스템 자체가 복수 라이터의 가장 큰 단점인 '담당 분량마다 달라지는 캐릭터의 성격'을 어느정도 커버 칠 수 있는 시스템이긴 한데, 하야카리는 이걸로도 어떻게 커버가 안될 정도로 애들이 완전히 딴 사람이 되어 버립니다.
난, 줄곧 맹세했었다.
누군가의 행복과, 자신의 행복을 저울에 올리는 여자만큼은
되고 싶지 않았다.
눈 앞의 행복과, 사랑에 눈이 먼 남자따윈 더욱 더 싫었다.
시리어스보단 재밌는 일상 묘사에 중심을 둔 네코네코 라인과 일상묘사 까지도 모조리 시리어스한 하야카리는, 하야카리 팬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요소긴 했는데, 평범한 모에물을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독이 아닌가 싶습니다. 누구 말마따나 수준으로 따지면 데와나쿠의 라이트 판이고 캐릭터들은 못해도 한 20대 후반쯤은 돼 보이는 캐릭터로 변신을 해버릴 정도니까요. 내가 살다살다 네코네코에서 원나잇 히로인을 보게 될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네코네코 라인은 만족스럽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닙니다. 이쪽 라인에서 신인 라이터였던 미도 하루카(아키라 루트)는 신인이기에 허용 가능한 레벨이었으니 넘어가고 우나토미도 나름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최소한 에로게 네타나 캐릭터 만큼은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의외로 제일 큰 문제가 카타오카의 마루 루트였는데, 이건 뭐 시리어스를 쓸거면 분량을 좀 더 늘려서 확실하게 하던가, 다른 차원의 이야기를 쓸거였으면 최소한 지금의 3배 정도는 분량이 더 필요할겁니다. 근데 솔직히 이 시리어스 자체가 무리수에 가까운 내용이라, 차라리 마루와 주인공의 연인 이상 부부 미만(?)의 애매한 관계만을 그려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합니다. 모처럼 MMC도 만들었는데 말이죠. 뭐 분량 문제는 마루 루트뿐만이 아니라 어느 루트를 가도 다 해당되는 얘기긴 하지만 키나 루트와 마루 루트를 제외하고 나면 분량이 길 필요는 딱히 없는 이야기들이라.
원래 이렇게 히로인하고 문자 주고 받는 씬을 꽤 좋아하긴 하는데 이건 다른 의미로 스트라이크.
유키이로를 하면서 가장 많이 웃은게 이 부분.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는 스이코. 모든 루트 통틀어서 스이코와의 이챠이챠 하나만으로도 배는 충분히 불렀습니다. 스이코를 포함한 몇몇 시나리오에서 배탈이 나서 문제지. 아키라는 어렸을땐 참 그렇게 이쁘던게 왜 커서 찐빵유령 역변을 해갖고....키나는 하야카리 시나리오보단 마루쪽의 캐릭터가 더 마음에 들었구요. 치토세는....^^;
음악쪽은 늘 보던 그 멤버라 딱히 눈에 띄는 건 없었는데 기억에 남는건 C.G Mix 성님 작곡의 六花のうた. 보컬은 영문버전이 더 낫더라구요. 이상하게 일어판 가사는 오글거려서...
뭐 아무튼 시나리오는 화끈하게 포기하고 재밌는 일상 묘사만 보고 싶다! 하시는 분은 해도 괜찮지 않나 싶습니다. 바꿔 말하면 일상 묘사가 재미없게 느껴지면 때려치는게 현명하단 소리죠 네. 시리어스에서 이렇게까지 단체로 자빠지는 꼴을 보기도 참 힘든데 말입니다.
그리고 게임과는 별개로 우나토미는 코튼 소프트쪽에서도 시리어스물인 『終わる世界とバースデイ』라는 작품을 준비중인데 이번 유키이로로 인해 상당히 불안해졌습니다. 우나토미는 제가 볼땐 딱 공통 루트만 쓰고 빠지던가 하면 좋을 라이턴데 말이죠. 하야카리는 카메라 강좌가 없는 대신에 후기에서 아이스 하키 강좌를....하는 정도까진 아니고 간단히 아이스 하키 얘기를 하는정도. 그리고 자신의 전작들의 홍보(딴 회사 게임인데!!)와 얼마 후에 발표할 신작에 대한 얘기를 잠깐. 그냥 조만간 신작 발표한다는 얘기 뿐이었지만서도.
종합하자면 「나름 재미 있었는데 너무 낡아빠졌다.」 정도. 솔직히 말해서 저도 꽤 낡아빠진 게이머긴 하지만 이정도일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캐릭터들은 암만해도 9X년대생, 혹은 0X년대생인데 다루는 네타는 레알 아저씨들을 타겟으로 한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아슬아슬한 네타도 종종 뿌리는지라 확실히 '아저씨 게임' 이라는 느낌이 강하긴 합니다. 젊은(?)분이라도 옛날엔 이런게 먹어줬구나~ 하면서 플레이 하면 의외로 재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나저나 오프닝의 그 트리는 대체 뭐야 왜 안써먹어 난 그거 은근히 기대했는데!!!
아 참, 아무래도 좋은 얘기지만 저쪽 동네에서 한패 작업도 하는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