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1년은, 그저 믿고 계속 기다렸다. ……다음 10년은, 그녀석만을 계속 생각했다. ……다음 100년은, 그 섬에서 일어난 일들을 떠올리며 지냈다.
우연한 만남, 오해와 엇갈림, 이어진 인연, 그리고 이별――. 그녀석과의 추억을 몇번이고 머릿속에서 되새긴다. 말 한마디조차 틀리지 않도록, 동작 하나조차 틀리지 않도록.
끝나면 다시 되돌아가서 처음부터 시작한다. 몇번이고 몇번이고, 반복한다. 끝나지 않는 이야기처럼. 무한히 루프하는 세계처럼.
게임쪽 카테고리를 굉장히 오랜만에 써봅니다. 특히 일반 게임 카테고리는 거의 한 4년만에 써보네요. 캬
프론트윙의 신작, ISLAND입니다. 시나리오는 히마와리로 유명한 고오, 원화는 지브릴 시리즈의 공중유채. 제작기간이 무려 5년이나 되는 작품.
사실 고오의 경우는 저 5년동안 만화 원작도 몇 작품하고 다녔던지라 게임을 만들고 있을거라곤 생각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애초에 아일랜드 이전엔 상업작품에 참가를 한적이 없었던 양반이라 상업 게임을 만들거라는 생각 자체를 안하고 있었거든요.
같은 시기에 발매되었던 사일런트 월드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뭐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히마와리가 본가고 나머진 다 파생 작품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긴 하는데, 엄밀히 따져서 히마와리와 아일랜드는 서로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작품이라 크게 상관은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히마와리와 사일런트 월드가 둘이 이어지는 부분이 많은 편이고 아일랜드는 혼자 따로 노는 느낌. 사일런트 월드 쪽에서는 아일랜드의 떡밥을 몇가지 뿌려두긴 했는데 이상하게 아일랜드 쪽에선 사일런트 월드쪽의 설정을 모조리 튕겨내는(?) 모양새.
다시 말해 사일런트 월드를 굳이 읽을 필요까진 없다는 얘기. 물론 히마와리의 팬이고 아일랜드도 할 예정이다! 하시는 분은 사일런트 월드를 읽고 플레이 하면 더 재미가 있을수는 있는데 건너뛰어도 크게 상관은 없습니다. 애초에 사일런트 월드 자체가 아일랜드 보단 히마와리 팬들을 위한 팬서비스 느낌이 조금 더 강한편이라.
아일랜드 자체의 이야기로 넘어가보면........개인적으로는 딱 잘라말해서 이게 그렇게 고평가를 받을 게임인가? 싶은 생각이 상당히 많이 들었습니다.
발매 전이야 뭐 좋아하는 라이터의 신작이었던지라 어느정도 기대는 있었지만 그 기대도 미묘했던 체험판 탓에 흥이 좀 많이 식어있던 상태긴 했습니다.
그리고 막상 플레이 하면서도 체험판을 플레이 할때 느꼈던 그 기분 그대로 엔딩을 보고 말았죠.
전체적인 구성이 뭐랄까, 스레에서도 나왔던 이야기지만 칸노의 데자이어+유노의 느낌이 상당히 많이 들었습니다.
뭐 그렇다고 해서 파쿠리네! 같은 소릴 할 생각도 없고 그런 소리까지 들을만한 작품은 아닙니다만, 아무래도 저 두 작품을 먼저 해버린 탓인지는 몰라도 플레이 하는동안에도 딱히 몰입할만한 부분을 못 찾고 그냥 별 생각 없이 클릭만 했던 것 같습니다.
만약에 이런 류의 작품이 처음이었다면 느낌도 꽤 많이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듭니다.
몇 루트를 진행 한 후에 다른 세계로 넘어가고, 그 후에 다시 이야기 초반으로 돌아와서 분기가 생긴다던가, 루프를 하면서 기억을 잃는다던가 하는 부분은 유노와 비슷하고 이 작품 최대의 반전인 그 부분은 열화판 데자이어......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위에도 적었듯이 파쿠리 소릴 들을정도로 닮았다는 건 확실히 아니지만, 저 두 작품의 영향을 많이 받은건 부정할 수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루프/평행세계/시간여행 이런 소재를 다루면서 유노의 영향을 안 받은 게임이 과연 몇이나 있을지 의문이긴 합니다만.
그런것 보다도 제일 불만이었던건 몰입해서 할만한 에피소드가 없었다는 부분이었습니다. 히마와리라면 2주차인 에피소드 아쿠아가 이에 해당할 것이고, 사일런트 월드의 경우라면 외전격 에피소드긴 하지만 더 마스터 플랜 같은 에피소드가 그런 경우인데, 아일랜드에는 그럴만한 부분이 없었거든요. 위치상 겨울편이 이런 역할을 해줬어야 하는데, 저 둘에 비하면 상당히 파워가 떨어지는 에피소드였던지라 음....
그 외의 불만점이라면 작품의 인상 자체가 동인시절과는 많이 다르다는 부분. 히마와리나 그 외전 작품들의 경우는 고오 혼자서 무쌍(?)을 찍던 작품들이니 '내가 만들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느낌이 잘 전달이 됐었는데, 아일랜드의 경우는 '제일 인기가 좋을(돈이 잘 벌릴) 작품을 만들자' 라는 느낌이 상당히 많이 든다는 거죠. 그래서 나온 것들이 흔히 말하는 '명작 에로게'의 단골 소재인 루프물이었던 거고. 혹은 '디렉터가 이런 작품을 만들라고 해서 만들었다' 하는 느낌도 좀 들었고. 사실 상업게임에 이런 소리를 하는것도 좀 웃기긴 한데, 그게 너무 노골적으로 느껴졌거든요.
히마와리 시절의 RNA 바이러스 같이 비교적 마이너하면서도 흥미로운 소재가 있었던것도 아니고 매번 보던 소재를 또 들고 나오니 이제 질릴대로 질려버렸습니다. 애초에 타임머신이나 냉동수면이나 그럴듯한건 덕지덕지 붙여놔서 오히려 조잡하게 느껴질 정도. 저는 이런 부분 거의 다 넘겨버렸습니다. 지겨워서.....
한가지 더 아쉬운 점을 적어보자면, 히마와리에서 보여줬던 '각자의 이야기'가 없이 너무 '린네와 세츠나의 이야기'로만 몰고 갔다는 점.
히마와리라면 주인공인 요이치의 이야기, 다이고의 이야기, 아쿠아의 이야기, 심지어 긴가의 이야기도 각각 보여줘서 '버려지는 캐릭터'가 없다시피 했었는데, 이번 작품은 중요한 위치의 캐릭터일텐데도 불구하고 버려지는 캐릭터가 지나치게 많았습니다.
그런탓에 린네와 세츠나라는 두 캐릭터에 매력을 못 느끼면 플레이 자체가 상당히 고통스러워질 수준.
제 경우에는 히마와리 시절에도 다이고를 별로 좋게 보진 않았던지라 비슷한 스타일의 세츠나도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고, 린네의 경우는 조금 좋아지려다가 말았습니다. 린네 루트 초반만 해도 나름 괜찮았는데 후반이........
사일런트 월드의 감상글에도 적었지만 차라리 사일런트 월드를 게임화 하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1주차는 본편 내용 그대로 쭉 진행하고 2주차에서 더 마스트 플랜을 가지고 와서 과거편으로 들어가는 전개로 하면 딱 좋을 것 같은데, 사실 이렇게 하면 히마와리랑 또 너무 비슷해지는 거 같아서 음.....뭐 아무튼 사일런트 월드도 그렇게 한권으로 끝내버리기엔 너무 아쉬운 작품이라.
그리고 이걸 정말로 애니화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기획을 한 건가? 하는 의문이 상당히 강하게 남았습니다. 이 거지같이 많은 이론 설명하다가 플레이 타임 다 잡아먹을테고 그렇다고 다 잘라내면 이해하는 사람은 게임 플레이를 끝낸 사람뿐일텐데 과연........아니 다른거 보다 凛音/リンネ와 刹那/セツナ 구분하는 것부터가 난관인데 말이죠. 덕분에 다른쪽으로 애니화가 기대되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