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자이안 2011년 10월호부터 3달간 연재 되었던 THE BEAUTIFUL WORLD입니다. 3달 동안 1부를 연재했고 아직도 이 뒷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무라지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트위터도 동결이고 비공식(?) OHP도 현재는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 뭐 당시에는 바로 전에 연재 했던 SS가 풀 보이스판까지 새로 내놨던지라 이쪽도 당연히 그러겠거니 했다가 이렇게 되어 굉장히 뭐랄까 도둑맞은 기분입니다.
뭐 아무튼 언젠가는 뭐가 나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대충 해본 번역입니다. 게임을 직접 플레이 할 수 있는 분이라면 당연히 게임으로 하는걸 추천. 아마존을 뒤져보면 아직 중고를 구할 수는 있을겁니다. 부록 디스크도 딸려오는지는 사본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글도 글이지만 음악이나 효과음빨이 꽤 큰 작품이다보니 아무래도 블로그 글로는 한계가 있거든요 이게.
그리고 기존의 번역들과는 조금 다르게(?) 약간 긴 편입니다. 뭐 그래봐야 읽을땐 한순간이겠지만요.
――준비는 되어 있었다.
마음에 생긴 망설임을 떨쳐낸다. ……이제와서 무슨.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걸 할 뿐.
자아, 시작하자.
피험체《세컨드》의 투약 개시로부터 14일.
투약 당초에 보였던 거절반응도 사그러들었고, 정신상태는 안정되어 있다.
프로젝트 개시로부터 7일간의 레포트를 손에 들고 키리타니(霧谷) 교수와 시노노메(東雲) 여사는
텍사스주립대학에서의 의견교환회에 출석을 하기 위해 어젯밤 미국으로 건너갔다.
귀국할때까지, 피험체《세컨드》의 케어는 내게 맡겨졌다.
――성실하지 못하다.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호메오스타시스 링크 현상의 임상실험에는 절호의 기회였다.
꾸물거리다 놓칠수는 없다.
키리타니 교수도 시노노메 여사도 그렇게 해왔다.
우리는 어차피 결국, 학술의 노예다.
지식을 다른 모든것보다 우선한다.
방금 사온 홈 비디오 카메라를 삼각대에 설치한다.
방 전체가 찍히도록 조정한다.
화면 구석에 들어가도록 의자를 놓고, 카메라를 등진채 앉는다.
내 앞에는 소녀가 둘――.
오우사카 소우
「……시작하지」
오우사카 소우
「라인은 자기 침대로」
시키시마 라인
「……」
오우사카 소우
「히이쨩은 창가쪽 침대에 앉아」
키리타니 히나코
「응!」
시키시마 라인
「……안돼」
내 침대에 앉으려 했던 세컨드를 라인이 막았다.
키리타니 히나코
「뭐야?」
오우사카 소우
「……라인, 무슨일이야?」
시키시마 라인
「오우사카의 침대에 다른 여자가 앉는건 안돼」
키리타니 히나코
「아- 질투다아」
시키시마 라인
「아니야. 하지만 안돼. 너는 이쪽」
소란스러운 세컨드에게, 라인은 늘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침대를 가리켰다.
시키시마 라인
「……내가, 그쪽」
키리타니 히나코
「좋아. 히이쨩은 어느쪽이든」
세컨드가 라인의 침대에 뛰어든다.
라인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그걸 보고 있다.
키리타니 히나코
「언니 침대도 소독약 냄새가 나네」
시키시마 라인
「나는 네 언니가 아니야」
키리타니 히나코
「그런건 알아. 그치만 언니. 연상의 여자를 세상에서는 언니나, 아줌마나, 할머니라고 부른다구」
라인은 자그마한 한숨을 쉬었다.
시키시마 라인
「이름으로 불러. 키리타니 히나코」
키리타니 히나코
「히이쨩은 히이쨩이라고 불러줬으면 좋겠는데-」
오우사카 소우
「둘이 친목을 쌓는건 좋은데, 슬슬 시작해도 될까?」
키리타니 히나코
「네~. 오우사카군」
세컨드는 나를 오우사카군이라고 부른다. 교수가 그렇게 부르니까 그걸 흉내내고 있다.
라인은 불쾌한듯한 표정으로 히나코《세컨드》를 보고 있다.
시키시마 라인
「……」
오우사카 소우
「라인. 시작해도 될까?」
시키시마 라인
「 ……괜찮아」
라인은 평소대로 무표정이다.
하지만 히나코《세컨드》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지 않다는 건 알 수 있다.
애초에, 그녀가 누군가에게 호감을 갖는다는건 생각하기 어렵지만.
참는걸 바랄수밖에 없다.
최종적으로는 분명, 라인을 위한 일이 될테니까.
오우사카 소우
「둘다 눈을 감아」
오우사카 소우
「……xx월 xx일 xx시 xx분. 생체 호메오스타시스 링크 제1회 임상실험.
피험자·시키시마 라인. 동조대상·키리타니 히나코. 투약개시 14일째.
관찰자·오우사카 소우」
오우사카 소우
「파일 No.001.
현재 촬영중인 영상 파일은 촬영된 그대로의 상태이며,
편집·가공등은 일절 하지 않는다」
침대에 앉은 두 소녀는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내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
자 그럼――.
오우사카 소우
「내 말이 들린다면 작게 대답을」
시키시마 라인
「……들려」
키리타니 히나코
「응. 들려」
오우사카 소우
「너희들은 지금부터 가벼운 수면 상태에 들어간다.
몸의 힘을 빼고 의식을 확산시켜가자」
오우사카 소우
「눈을 감은채로, 천천히 숨을 들이 마시고……두배의 시간을 들여서 내쉬고.
천천히 숨을 들이 마시고……두배의 시간을 들여서 내쉬고……」
내 말에 맞춰, 둘의 숨소리가 조용히 울린다.
처음엔 어긋나던 호흡의 리듬이 점점 가까워져 간다.
오우사카 소우
「천천히 숨을 들이 마시고……두배의 시간을 들여서 내쉬고.
천천히 숨을 들이 마시고……」
말을 멈춘다. 둘의 호흡은 일치한채로, 정해진 리듬으로 반복된다.
오우사카 소우
「머리 속에서 상상해봐.
너희들의 눈 앞에 커다랗고 부드러운 빛의 구슬이 떠 있어.
빛의 구슬은 천천히 모양을 바꾸고 너희 뺨에 닿아」
시키시마 라인
「……」
키리타니 히나코
「……응……」
오우사카 소우
「너희들의 몸은 빛에 쌓여 곧 빛 그 자체가 될거야.
온몸이 따뜻하게 느껴져. 기분 좋아. 무척이나 기분이 좋아」
오우사카 소우
「빛은 조금씩 다가가고……곧 하나가 된다.
모양은 이제 존재하지 않아. 육체의 벽은 이미 의미가 없어.
너와 너는 개별이 아니야. 하나의 완결된 세계다」
시키시마 라인
「…………」
키리타니 히나코
「…………」
오우사카 소우
「내 목소리가 들려?」
****
「「……들려」」
둘의 목소리는 미묘하게 어긋나면서도 겹쳐 있었다.
오우사카 소우
「네 이름은?」
****
「「키리타니 히나코」」
****
「「하지만 아빠 말고는 모두, 히이쨩이라고 불러」」
오우사카 소우
「잘 부탁해 히이쨩」
****
「「잘 부탁해. 오우사카 군」」
한마디를 이야기 할때마다 둘의 말은 점점 겹쳐진다.
오우사카 소우
「히이쨩. 너희 아빠는 너를 뭐라고 부르지?」
****
「「……두번째《세컨드》. 하지만 히이쨩은 그렇게 불리는거 싫어」」
키리타니 히나코가 연구소내에서 세컨드라고 불린다는 걸 라인은 모른다.
알고 있을리가 없는 정보.
둘의 말은 완전히 일치하고 있다.
라인의 정신은 히나코《세컨드》에게 다가가는 형태로 동조하고 있다.
그렇게 보여진다.
오우사카 소우
「질문을 계속할게.
히이쨩의 생일과 혈액형은?」
****
「「8월 29일. 처녀자리 B형. 태어난 곳은 제동대 부속병원이야」」
틀림없다.
라인은 히나코 《세컨드》와 이어져 있다.
원리는 알 수 없다. 이후 해명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지금 봐야 할 곳은 거기가 아니다.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관찰한다. 진실은 관찰에서 시작되는 법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은 없다.
아무리 기묘해보이는 일이라도, 일어날 수 없을리가 없다.
현실에는, 현상과 원인이 있고, 그리고――.
라인이 지금, 히나코《세컨드》에게 동조하고 있는 사실은 틀림없다.
오우사카 소우
「히이쨩의 가족구성을 가르쳐줄래?」
****
「「아빠랑 언니가 있어. 하지만 아직 만난 적이 없어」」
오우사카 소우
「언니 이름을 말해볼래?」
****
「「언니는 있지, 키리타니 히……」」
「히」의 모양 그대로, 둘의 입이 멈췄다.
키리타니 히나코
「히……요……」
시키시마 라인
「……히……오……」
키리타니 히나코
「……요……오오오, 오, ……오오오!!!」
히나코《세컨드》가 눈을 뜬다.
링크가 끊어졌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실을 끊어버린 거다.
히나코《세컨드》가 억지로, 침입해 있던 라인을 거절했다――.
키리타니 히나코
「싫어, …………싫어어, ……싫어!!」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는 다르다. 당연한 이야기다.
처음부터 그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었을 거다.
갑자기 찾아온 기회에 너무 서두른 건가.
키리타니 히나코
「…………아아, ……아아아아아아…!」
히나코《세컨드》가 침대에 쓰러진다.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안고 있다.
두통을 참고 있는 그 모습은 내게, 수술 직후의 첫번째를 떠올리게 했다.
――젠장!
대처를 게을리한 채로 실험을 우선한 나는, 정말로 얼빠진 놈이다.
칠칠치 못하게 입을 열고, 힘없이 고개를 기울인 라인의 어깨를 잡고 크게 흔든다.
오우사카 소우
「라인! 라인!! 알아보겠어?
내 목소리가 들려?」
시키시마 라인
「……으……윽……아아아…………」
시키시마 라인이라는 자아를 되찾기 전에, 키리타니 히나코에게서 떨어져버렸다.
지금, 라인의 몸은 단순한 껍데기――아니.
히나코《세컨드》에게 침식당한 누군가, 처럼 보인다.
키리타니 히나코
「……언니 같은 건 없어」
세컨드가 중얼거렸다.
마치 자신을 타이르듯이, 작은 소리로.
시키시마 라인
「……………………」
라인의 몸은 힘이 전혀 없었고, 끊이 끊어진 꼭두각시 인형 같았다.
간단히 부서질듯한, 너무나 가냘픈 몸.
이게 나의 시키시마 라인인가?
처음부터 살아 있지 않았던 것처럼, 희박한 존재.
경련. 온몸이 경련. 입술에서 어렴풋한 피거품.
젠장.
오우사카 소우
「라인! 라인!! ……너는 라인이야.
시키시마 라인이야. 대답해!!」
시키시마 라인
「……아……이…………, 인?」
키리타니 히나코
「언니 따윈, 없어.
없어, 없어! 없어!!」
이불에 머리를 파묻은 히나코《세컨드》의 강한 부정이 방안에 울린다.
오우사카 소우
「――3을 센다! 너는 너를 되찾는다. 3!」
시키시마 라인
「……아……이……」
오우사카 소우
「이 방으로 돌아온다. 2……」
시키시마 라인
「레……이…………」
오우사카 소우
「나와 함께 살고 있는 이 곳으로. ……1!!」
시키시마 라인
「으, !!」
라인의 목이 뒤로 넘어진다.
입이 열린다. 호흡이 거칠다.
시키시마 라인
「으으……아앗!!」
오우사카 소우
「돌아와줘……라인……」
힘이 빠진 라인의 몸을 강하게 끌어안는다.
――안돼. 그런건 용서하지 않는다.
너마저 사라지면, 난 혼자다.
기도한다. 그저 기도한다. 기도하는 것밖에 할 수가 없다니.
나는 어리석고, 무력하다.
신따위는 믿지 않는다.
하지만, 이유가 없는 행운을 부정할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그걸 신이라고 부른다면――.
쓸모없다, 이론적이지 않다. 의미가 없다.
나는 누구에게 기도를 드려야 하는 건가?
오우사카 소우
「……누나《히나타》……」
――누구라도 좋다.
내게서 라인을 빼앗지 말아줘.
…….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내 품 안에 라인이 작게 비난했다.
시키시마 라인
「……………………아파」
불쾌한듯한 시선.
나는 당황하며 안고 있던 팔을 놓는다.
그녀의 몸에 손을 대버렸다.
――당황했다, 라는건 변명거리도 되지 않는다.
오우사카 소우
「……미안,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어」
굳어있던 팔의 힘을 뺀다.
내 팔 안에서 자그마한 라인이 시선을 돌린다.
시키시마 라인
「괜찮아. 아팠던것 뿐이니까」
시키시마 라인
「별로 싫지는, 않아……」
라인이 일어선다.
손바닥을 입에 댄다.
시키시마 라인
「……토하고 올게」
평소의――존재하지 않는 사람과의 동조와는 방식이 틀렸던 모양이다.
위험해보이는 발걸음으로, 라인은 화장실로 사라졌다.
그제서야 나는, 완전히 방치해버린 히나코《세컨드》에게 말을 건다.
정말이지, 지독한 놈이다, 나는.
오우사카 소우
「……히이쨩. 미안해. 괜찮았어?」
히나코《세컨드》는 고개를 숙인채 가로로 흔들었다.
키리타니 히나코
「……언니 같은건, 없어. 없어. 없어……」
작고 가녀린 목소리로 계속, 언니의 존재를 부정한다.
키리타니 히나코
「……없어」
언니와 떨어져버린 미아같이.
일이란건 기대한대로는 풀리지 않는 법이다.
하지만, 실패한 경우의 데이터를 얻었다는 걸,
연구자로서는 기뻐해야 할……일인 거겠지.
실패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하는걸까――.
오우사카 소우
「……xx시 xx분. 트러블로 인해 실험을 중지한다. 기록정지」
비디오 카메라의 정지 버튼을 누른다.
구동기구가 없는 장치는 조용히 동작을 멈춘다.
오우사카 소우
「고마워 히이쨩. 실험은 끝이야.
조금 쉬는게 좋을거야. 진정되면 집까지 바래다 줄게」
히나코《세컨드》는 내 얼굴을 봤다.
그 표정은, 감정이 결여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라인처럼.
키리타니 히나코
「오우사카……」
히나코《세컨드》세컨드가, 나를 이름으로 부른다.
키리타니 히나코
「――레인(雨)은, 어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