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건 『지식』이다. 그리고 『시점』이다. 대체 무엇을 『관측』해야 되는지를 아는 것. ――운명따윈 인정하지 않아. 나를 가둔 『상자』가 존재한다면, 난 그곳에서 빠져나가 보이겠어. ――그래. 난 드디어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건 빛처럼, 답에 다다르는 것뿐.
――난 반드시, 승리 할거야――
타이틀 : 紫色のクオリア(보라색의 퀄리아)
글 : 우에오 히사미츠
일러스트 : 츠나시마 시로
레이블 : 전격문고
국내 발매 여부 : 미발매(2012년 10월 4일 기준)
평가 : 8.6 / 10
요즘 동시에 여러가질 진행하다보니 끝을 보는게 하나도 없길래 먼저 하나씩 정리하자 싶어서 고른 첫번째 타자가 이거.
다른것들을 뒤로 미루면서 읽을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었습니다.
원래 전격 매거진에 1편인 '모리이에 대한 에토세토라'를 콜라보 기획으로 연재하던 단편 소설에 카키오로시로 두편(정확히는 1편+@인 느낌이지만)을 덧붙여 문고화 한게 이 책입니다. 근데 그런것치곤 작가 본인은 신규 에피소드인 1/1000000000의 키스도 진작부터 어느정도 구상은 하고 있었던 모양. 누가 봐도 1편만 갖고 끝날 내용은 아니었으니.
개인적으로는 이게 '평행우주'를 다룬 내용이라는 점을 모르고 읽어야 더 재미가 있지 않나 싶은데 다들 그 부분을 감추려고는 하지 않길래 저도 그냥 그 부분은 까발리기로 했습니다. 제 경우엔 저 표지랑 '재미있다'라는 얘기만 듣고 읽었거든요. 덕분에 히마와리를 처음 하던 그 기분과도 비슷한 느낌을 받곤 했습니다. 좋은 의미로 배신당한다는건 참 기분 좋은듯.
요즘 라노베(?) 답지 않게 굉장히 본격적인 SF물입니다. 타이틀의 퀄리아부터 시작해서 철학적 좀비, 페르마의 원리, 다세계 해석, 인간원리 등의 전문 용어를 마구마구 집어넣으면서도 꽤 알기 쉽게 설명을 해주는 만큼, 이런 쪽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상당히 재미있을 내용입니다. 에로게 쪽에서 비교를 하자면 최근에 나온 '고색미궁 윤무곡'이랑 약간은 비슷한데 감상글을 보시면 알겠지만 그 게임을 상당히 싫어하는지라 읽으면서도 윤무곡이 이것도 베낀건가? 하는 생각만 들긴 했지만요. 그래도 전체적으로 보자면 윤무곡 보다는 네코나데 디스토션과 더 가까운 느낌도 들긴 합니다. 뭣보다 '깊이 생각하지 말고 그냥 느끼는게 정답'이라는 부분이 상당히 비슷하죠.
아쉬운 점을 꼽아보자면 캐릭터들의 매력을 느낄만한 부분이 거의 없다는 점. 나나미나 아리스는 뭐 말할것도 없고, 주인공인 마나부의 경우도 마나부의 시점에서 유카리에 대해 묘사하는게 대부분이고 정작 자신에 대한 묘사는 없다는게 가장 아쉬웠던 부분입니다. 시리어스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도 좋긴 하지만 모처럼 만든 캐릭터들인 만큼 좀 더 활용(?)을 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가장 컸습니다. 게다가 이야기 후반부로 가면 유카리 조차도 등장이 거의 없어지니말입니다.
덤으로 코믹스쪽 얘기도 같이 해보자면 원작 일러스트를 맡았던 츠나시마 시로가 직접 그린 만큼 원작을 읽고 난 후에 읽는다면 굉장히 친숙한 느낌이 듭니다. 원래 만화가인 만큼 픽시브에서 대충 그림쟁이 아무나 붙잡아다가 찍어내는 것들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요. 원작이 삽화가 꽤 적은 편이라 그 아쉬움을 만화로 채우고도 남을 정도의 만족감을 얻을 수는 있는데, 반대로 만화를 먼저 본다고 하면 여러모로 아쉬울 것 같은 느낌은 듭니다. 전개가 너무 빠르거든요 이게.
뭐 아무튼 앞서 말했듯이 다른걸 포기하면서 읽을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었습니다. 당분간 라노베는 안 읽어도 될 정도로요. 이제 슬슬 미뤄놨던 게임이나 처리하면 될듯.